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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 고유가에 시름하는 어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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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채 녹슬어가는 어선들만 가득한 항구에는 적막만이 감돌아'

한여름, 포항으로 떠나는 기차여행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얼마전 포항을 다녀왔습니다. 토요일에 가서 1박을 하고, 이튿날 아침 일찍, 동트는 모습을 보러 바닷가로 나섰는데, 흐린 날씨 탓에 아쉬움을 안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죠.

수면위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만들어내는 멋진 광경은 볼 수 없었지만, 이왕 나온 김에 바다 구경이나 실컷하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수많은 어선들이 정박해있는 항구에 이르렀는데, 생기가 넘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적막만이 감도는 항구의 모습은 낯설게만 느껴지더군요.

이상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일요일이라 출항을 안하는 건가보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계속 걷는데, 정박해 있는 어선들 여기저기에 현수막이 달려있는 겁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유가에대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문구들이 적혀있더군요. 그리고, 마침 그 앞에서 낡은 어선들을 바라보며 쪼그려앉은채 담배를 피고 계시는 분이 있어 몇마디 나눠봤습니다.



그분의 말씀인즉, 고유가로 인해 출항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그로인해 빚만 계속 쌓여가고 있고, 관리를 제대로 못해 어선들은 녹이 슬어 흉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유가로 출항을 못하는 어선들이 늘고있다는 방송은 몇번 봤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분의 말씀을 듣고 현장을 둘러보니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는게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현수막에 적힌 '감척만이 살길이다'라는 문구를 보니 피땀을 흘려가며 장만했을 어선을 오죽하면 감척해달라고 요구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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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을 검색해서 살표보니 고유가 여파로 타격을 받은 어업인들을 위해 정부에서 올해 감척대상 어선을 4천척으로 대폭 확대한다고 나오더군요.

제가 다녀온 포항의 경우에도 올해 10t 미만의 소형 어선 85척을 감척한다고 나오더군요. 하지만, 올해 어선 감척 신청은 작년보다 크게 늘어 162척에 이르는데다 공개경쟁 입찰로 낮은 금액을 제시한 어민이 우선 감축대상자로 결정되어 폐업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탓에 예년보다 적은 폐업 지원금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폐업지원금을 받아봤자 남은 빚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고, 선박 처리비용또한 만만치가 앖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더욱 문제인 것이 방치 폐선에서 흘러나오는 기름 등으로 인해 해양 오염 또한 심각한 상황이고, 방치 폐선은 해상상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실질적인 어민 고유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어민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을 뿐이니 답답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