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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짐싼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

대구 구석구석/스포츠

2011. 8. 3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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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좋았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도전이 계속되는 동안 옐레나 이신바예바(Yelena Isinbayeva)는 한켠에 수건을 뒤집어쓴 채 마음을 가다듬고 컨디션을 조절하느라 거의 움직이질 않았지만, 자신이 도전할 차례가 되자 가볍게 몸을 푼 후 여자장대높이뛰기 1인자의 건재함을 과시하듯 단 한번에 4m65를 뛰어넘었습니다.


4m65를 가뿐히 뛰어넘자 그녀도 관중들도 기뻐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여자로서는 마의 5m를 뛰어넘은 유일한 선수이고, 우사인 볼트가 어이없는 실격으로 탈락해버린 상황에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또다른 간판 스타인 이신바예바에게 거는 기대는 더 높았습니다.


자리로 돌아와 트레이닝복을 입고, 수건을 뒤집어 쓴 채 다시 누워 휴식을 취합니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에게는 쉬는 시간 또한 경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테지요.


다시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 장대를 잡고는 연습을 합니다. 관중들은 그녀의 작은 동작하나까지도 유심히 지켜보며 여제의 화려한 비상을 바라며 박수를 보냅니다.


4m75, 그녀의 두번째 도전이 이어집니다. 힘차게 내달려 장대를 내다꽂고는 몸을 날립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바를 건드리고 맙니다. 첫번째 실패!


실패 후, 심판진을 찾아간 이신바예바는 4m75 도전을 포기한 채 4m80을 도전하기로 합니다. 한번에 모두 세차례의 시도가 주어지는 장대높이뛰기인터라 한 차례 실패한 그녀에게는 4m80에 세차례가 아닌 두차례의 시도만 주어질 뿐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세번째 도전, 4m80! 이제 그녀에게는 두차례의 시도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시작전부터 그녀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관중들의 박수가 이어집니다.


연이은 실패! 바와 함께 떨어지는 그녀를 보면서 관중들의 탄식은 이어집니다. 지난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하고 탈락했던 악몽이 재연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단 한번의 시도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녀 역시 초조했던 탓인지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꼼꼼히 살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네번째 도전이자 마시막 시도! 장대를 높이 세워들고 힘차게 달려나갑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를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실패하고 맙니다. 여제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했던 관중들은 그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었지만,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박수였습니다.

경기 시작때처럼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이신바예바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 쓴채 짐을 싸서 경기장을 빠져나갑니다. 그녀의 뒷편에선 계속해서 다른 도전자들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말이죠. 우사인 볼트에 이은 여제의 쓸쓸한 퇴장은 너무나 크게 아쉬움을 남깁니다.


관중석 앞을 지나던 그녀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지만 기대했던 것은 장면은 아닙니다. 신기록이 새겨진 전광판에 밝은 표정을 지으며 한껏 포즈를 취한 뒤 국기를 두른 채 경기장을 한바퀴 도는 장면! 아마 모두가 기대했던 장면은 그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기는 하지만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빛내주리라 기대했던 스타들의 연이은 쓸쓸한 퇴장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