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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들, '영남이 핫바지냐, 내년 선거에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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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권의 날씨가 계속되던 26일 오후, 차디찬 겨울 바람이 부는 가운데 결의에 가득찬 표정을 한 중년의 남성 들이 대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삭발식을 가졌습니다.


26일 오후, 조용하던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수천에 이르는 인파와 '정치인은 각오하라', '고향에도 오지마라', '영남민 다죽는다', '두고 볼끼다! 가만안둔데이!', '내년 선거에 두고보자!' 등 강도높은 문구가 쓰여진 플래카드와 피켓으로 뒤덮였습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동남권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 발대식이 열렸기 때문인데, 경남·울산을 비롯한 4개 시도의 시민단체, 3천여명이 모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삭발식 또한 4개 시·도 시민단체 대표들이 영남 지역민들의 밀양 신공항 유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한 것입니다.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결정(3월 중 예정)을 앞두고 최근 영남 지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지만, 정부에서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입지 결정을 유보함에따라 성장 동력이 떨어진 영남권의 활성화를 위해 신공항을 기대했던 지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영남권 지자체단체장들이나 한나라당내에서 '영남 내전'이라 할 정도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 또한 이들이 불만이 극에 달한 지역 민심이 반영된 탓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하고, 얼마나 영남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에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표'를 위해 소위 '떡밥'을 던져놓고서는 나몰라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정부의 행태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신공항은 밀양으로'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스티커를 보셨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중앙지를 비롯해 라디오와 TV에까지 신공항 밀양 유치 홍보를 하고 있을 정도이니 대구시민 뿐 아니라 뉴스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공항 '떡밥'이 없었다면, 입지 결정을 마무리지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소모적인 갈등과 비용이 허공에 흩뿌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날 발대식의 마지막은 참가자들의 염원이 담긴 모형 비행기를 날리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어찌보면 정말 코메디같은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공약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대구·경북·경남·울산 vs 부산으로 나뉘어 갈등과 혼란만 계속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국토해양부는 3월까지 평가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지방자치단체 간 과도한 신공항 유치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에 걸쳐 입지 설정이 미뤄진데다 3월 발표마저 미뤄지는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사고 있는 탓에 더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기위해서라도 지역 정치권이나 단체장들은 더욱 유치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26일 대구에서 4개 시도민이 참가한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 발대식이 열린데 이어 27일 부산에서도 시민 1만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신공항 유치 범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신공항 입지 결정이 나더라도 이미 어느 쪽이든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고, 예정대로 3월까지 평가를 마무리해 더 이상 영남권의 분열과 갈등,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