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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수 읊으며 즐겁게 등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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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얼음으로 뒤덮힌 앞산 고산골 풍경 글에서 말씀드린 앞산을 내려오는데, 달비골 입구 쯤에 현수막들이 길게 드리워져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역시나 호기심에 잰걸음으로 다가가 봤더니 지역 초등학생들의 동시를 비롯해 한용운, 이상화, 윤동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들이 적힌 현수막이더군요.

아마도 앞산공원관리사무소 측에서 달비골을 찾는 분들이 힘든 등산길에 오르긴 전에 아름다운 시를 읊으며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마련해둔게 아닌가 싶네요.

그리 높지 않은 산이긴 하지만, 가파른 등산길에 오르기 전 시를 읊으며 여유도 되찾고, 차분한 마음으로 무사히 등산하라는 배려인 듯 생각되더군요.

달비골 입구에 걸린 현수막들


지역 초등학생들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동시는 물론이고,


게다가, 유명 시인들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그 중 몇 작품을 적어 봅니다.

진달래 - 신고승

산비탈 양달에도 봄이 왔다고
진달래 보라 꽃이 피어납니다.

나무꾼 점심밥도 양지쪽에서
진달래 향내 밑에 열리입니다.

매미 - 김용택

매미들아 그만 울어라
매미들아 제발 그만 좀 울어라
나 시험 잘 못 봤다고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혼나고
집에와서 엄마한테 혼났거든
나 지금 막 울음이 나오려 하거든
매미들아 제발 그만 좀 울어라
제발 그만 좀 울어

누군가 그리우면 - 권영세

누군가 그리우면 산을 오르자.

산등성이에 올라
한 웅큼 풀잎을 쥐고
파아란 하늘 향해 흩뿌리면
몸 가득히 퍼질 풀빛, 풀내음.

어느 날 누군가가 그토록 그리우면
나지막한 산에라도 오르자.

한 발 다가서면
늘 푸르고 싶은 풀입사귀
한나절 지절대는 멧새 소리

우리들 마음 곱게 비워
산을 오르면

금세 한 아름 가슴에 안겨들
풀빛 그리움을
만나러 가자.

민들레 - 김구연

노오란
꽃등 켜 들고
길가에 비켜서 있다.

누군가
길눈 어두은
손님이
오시는가 보다.

햇비 - 윤동주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햇비
맞아주자 다 같이
옥수숫대처럼 크게
닷자엿자 자라게
해님이 웃는다
나보고 웃는다.

하늘 다리 놓였다
알롱알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이 이리 오너라
다 같이 춤을 추자
해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봉숭아 - 경산 부림초 박배희

어머니께서 가져오신 복숭아
요거 먹을까?
조거 먹을까?
뒤지다가
오, 요거 맛있겠네
뒤지다가
요거 진짜 맛있겠네
요저 지금 먹으려고 하니
아깝고 내일 먹을려고 하니
먹고 싶네.
봉숭아는 아프다고
먹지 마라 한다.
안 돼 먹어야 돼.
아!
내 혼자 먹으면 안 되지
우리 할머니가 편찮으시니까
꼭 드려야지
드리면 아고 내 손자 할 건데
발갛고 말랑말앙한 거
우리 할머니 드리고
나는 조금 파란 거 먹자
바싹!
아고 복숭아 달다.

이제 막 등산길에 오른 분들이라면 등산을 즐겁고 여유롭게 하고, 하산하는 분들에게는 피로를 덜어 주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셨나요? ^^

그런데, 단 하나 아쉬운 점은 현수막에 적혀있다보니 군데군데 헤지거나 접힌 부분이 보이던데, 좀 더 튼튼한 재질로 된 나무판이나 석판에 새겨 두는 건 어떨까 싶네요. 아니면, 이참에 달비골을 지역 초등학생들이 지은 동시로 가득 메워, 동시 동산으로 조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