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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의 춤, 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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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국악단 2007 화요상설공연 관람 후기에서 소개해드린 바있는 지난 18일(화) 대구문화예술회관 메세나홀에서 있었던 대구시립국악단의 화요상설공연 중 승무 동영상을 올려봅니다.

승무(僧舞)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아무래도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로 시작하는 조지훈의 시 '승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승무를 직접 본 적은 없어도 조지훈의 승무는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

잠시 승무에 대해 알아보면, 한국 민속예술 대부분이 그러하듯 승무 또한 유래가 불분명한데 불교의 교리 입장에서 본 불교설, 민속춤의 입장에서 황진이가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유혹하려 춘데서 비롯되었다는 설, 파계승이 번뇌를 잊으려 북을 두드리며 추기 시작한데서 유래했다는 설 등 여러 설이 있지만, 현재는 불교의식무용 중 법고(法鼓)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유래가 어떻든 간에 승무는 우리 민속무용 중 정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춤이 아닌가 싶습니다.

순백의 장삼과 고깔을 쓴 모습은 승무의 정적인 면을 나타내는 듯 하고, 어깨어 두른 붉은 가사는 승무의 동적인 면을 나타내는 듯 느껴집니다. 양손에 북채를 들고 긴 장삼을 휘두르며 미끄러지듯 걷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기다란 순백의 천이 강물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듯 느껴지고, 갑자기 북을 두드리를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듯 긴박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승무를 직접 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정말 그 아름다움 춤사위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정중동, 동중정의 정수인 승무를 감상하시고, 오랜만에 조지훈의 시 '승무'도 읽어 보세요.

승무(僧舞) - 조지훈(趙芝薰 1920∼1968)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관련 링크
대구문화예술회관
예술로
조지훈 -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