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좋았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도전이 계속되는 동안 옐레나 이신바예바(Yelena Isinbayeva)는 한켠에 수건을 뒤집어쓴 채 마음을 가다듬고 컨디션을 조절하느라 거의 움직이질 않았지만, 자신이 도전할 차례가 되자 가볍게 몸을 푼 후 여자장대높이뛰기 1인자의 건재함을 과시하듯 단 한번에 4m65를 뛰어넘었습니다.


4m65를 가뿐히 뛰어넘자 그녀도 관중들도 기뻐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여자로서는 마의 5m를 뛰어넘은 유일한 선수이고, 우사인 볼트가 어이없는 실격으로 탈락해버린 상황에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또다른 간판 스타인 이신바예바에게 거는 기대는 더 높았습니다.


자리로 돌아와 트레이닝복을 입고, 수건을 뒤집어 쓴 채 다시 누워 휴식을 취합니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에게는 쉬는 시간 또한 경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테지요.


다시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 장대를 잡고는 연습을 합니다. 관중들은 그녀의 작은 동작하나까지도 유심히 지켜보며 여제의 화려한 비상을 바라며 박수를 보냅니다.


4m75, 그녀의 두번째 도전이 이어집니다. 힘차게 내달려 장대를 내다꽂고는 몸을 날립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바를 건드리고 맙니다. 첫번째 실패!


실패 후, 심판진을 찾아간 이신바예바는 4m75 도전을 포기한 채 4m80을 도전하기로 합니다. 한번에 모두 세차례의 시도가 주어지는 장대높이뛰기인터라 한 차례 실패한 그녀에게는 4m80에 세차례가 아닌 두차례의 시도만 주어질 뿐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세번째 도전, 4m80! 이제 그녀에게는 두차례의 시도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시작전부터 그녀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관중들의 박수가 이어집니다.


연이은 실패! 바와 함께 떨어지는 그녀를 보면서 관중들의 탄식은 이어집니다. 지난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하고 탈락했던 악몽이 재연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단 한번의 시도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녀 역시 초조했던 탓인지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꼼꼼히 살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네번째 도전이자 마시막 시도! 장대를 높이 세워들고 힘차게 달려나갑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를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실패하고 맙니다. 여제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했던 관중들은 그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었지만,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박수였습니다.

경기 시작때처럼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이신바예바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 쓴채 짐을 싸서 경기장을 빠져나갑니다. 그녀의 뒷편에선 계속해서 다른 도전자들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말이죠. 우사인 볼트에 이은 여제의 쓸쓸한 퇴장은 너무나 크게 아쉬움을 남깁니다.


관중석 앞을 지나던 그녀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지만 기대했던 것은 장면은 아닙니다. 신기록이 새겨진 전광판에 밝은 표정을 지으며 한껏 포즈를 취한 뒤 국기를 두른 채 경기장을 한바퀴 도는 장면! 아마 모두가 기대했던 장면은 그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기는 하지만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빛내주리라 기대했던 스타들의 연이은 쓸쓸한 퇴장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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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yscblog.tistory.com BlogIcon 포토바이처리 2011.08.31 11:05 신고

    우사인볼트,류상에 이어 이신바예바까지...아쉬웠습니다.대구에 찾아온 귀한 손님들과 선수들 무더위에 지치지 않었으면 좋겠고 좋은 기록 남기기를 바래봅니다.

  2. Favicon of http://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1.08.31 11:19 신고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여러가지 운영 미숙에 질타를 많이 받고 있던데...
    세계 육상사에도 스타들의 무덤으로 기억되지나 않을지....이제 중반에 접어든 것 같은데
    앞으로는 좋은 기록들로 화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3. Favicon of http://eczone.tistory.com/ BlogIcon Zorro 2011.08.31 11:28 신고

    정말 미녀새 넘 아쉽네요ㅠ 슬퍼요....

    • Favicon of http://lifedaegu.com BlogIcon 라이프대구 2011.08.31 11:30 신고

      아쉽지만...조로님 포토베스트 축하~
      그나저나 점심은 혼자 먹으러 가야할 듯...ㅠ.ㅠ

  4. Favicon of http://saygj.com/ BlogIcon 빛이드는창 2011.08.31 13:40 신고

    관중들의 아쉬워하는 탄식이 들려오는듯합니다. 안타깝네요.

  5. Favicon of http://theuranus.tistory.com BlogIcon 마속 2011.08.31 15:30 신고

    그만큼 이제 새로운 스타들이 나타나는 건가요.

거친 사나이들의 불꽃 튀는 대결! 글을 통해 경산 송화럭비구장에서 열린 전국춘계럭비리그전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이번에는 당일 열렸던 경희대와 고려대의 모습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럭비라는 스포츠가 아직 저변이 넒지 않다보니 춘계럭비리그에 참가한 대학은 연세대와 고려대, 서울대 등 여섯 곳에 불과했는데, A조에는 연세대와 경희대, 그리고 고려대가 한 조가되어 맞붙게 되었습니다.

이 날은 대학A조의 두번째 경기로 경희대고려대의 경기가 펼쳐졌는데, 양팀은 시종일관 치열하게 밀고 밀리는 경기를 펼치며 흥미를 더했습니다.


전반 초반은 예상대로 고려대가 먼저 5점을 획득하며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듯 했으나 경희대의 거센 반격에 12대17로 역전을 당하고 맙니다. 역전을 당한 채 전반을 마무리할 수는 없기에 고려대는 다시 맹공을 펼치며 재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게 됩니다. 바로 3점이 걸린 페널티골 찬스를 얻게 된 것이죠.


하지만, 타원형의 럭비공을 발로 차서 골대를 통과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고려대는 어떻게해서든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두 막대 사이로 럭비공을 통과시켜 점수를 획득해야만 하는 상황, 긴장감을 안고 키커가 있는 힘껏 럭비공을 찹니다.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날아가던 럭비공이 골대 안으로도 그렇다고 바깥으로도 향하지 않고 골대를 정통으로 맞추고는 다시 필드안으로 떨어져버린 것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라는 말을 실감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어이없게도 득점의 기회를 놓친 고려대는 후반에 다시 맹공을 퍼붓지만 결국 전반의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고 22대24로 경희대에 일격을 당하고 맙니다. 축구경기에서 골대를 맞춘 팀이 진다는 속설이 럭비경기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죠. :)

골대만 맞추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백만분의 일 확률로 골대를 맞추는 바람에 석패를 하고 만 것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라는 말처럼 정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기가 바로 럭비라는 스포츠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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