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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본 영화배우 안성기 - 언니는 말괄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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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상영되는 작품 등 수많은 신작들이 관객들을 맞이했지만, 화려한 색상과 빠른 전개로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요즘 영화와는 달리 조금은 느린 듯 여유로운 전개와 흑백의 화면으로 색다른 추억을 남겨 준 영화들도 다수 상영되었습니다.

바로 지금의 한국영화가 있게 초석을 다져준 한형모 감독과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아홉작품을 선보이는 한국영화 회고전이 열린 것이죠.

고전을 보는 재미도 나름 흥미롭지만, 솔직히 대부분의 관객들이 수많은 신작들을 제쳐두고 한국 고전영화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터이고 저 또한 한국영화 회고전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보려고 했던 작품들이 모두 매진이 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게 아까워 선택한 작품이 바로 한국영화 회고전으로 상영되고 있던 한형모 감독님의 '언니는 말괄량이'였던 것이죠.

그런데, 오히려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예상과는 달리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게 영화를 즐겼던 것 같습니다. 오래된 필름 속 과장되고 유치한,  그리고 조금은 어색한 듯한 전개와 설정,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유쾌하게 느껴지더란 말이죠.

언니는 말괄량이


유도관과 접골원을 함께 운영하는 집안의 유도 자매가 주인공인데, 언니(문정숙)는 건달조차 단번에 제압해버리는 그야말로 유도 고수로 시집을 가지 않아 아버지의 속을 썩이는 말괄량이로 나오고, 동생(엄앵란)은 언니와는 반대로 여성스럽고 참한 바람직한 여성으로 나오죠. ^^;

선희 역의 엄앵란

(출처: PIFF)

그러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나주오(김진규)를 만나며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게 되며 영화는 계속되는데, 개인적으로 설정이나 전개도 흥미로웠지만 특히 영화에 나오는 말장난이 재미있더군요.

언니 이름이 '순하지 않다'는 뜻을 떠올리게 하는 안순애로 나오기도 하고, 남자주인공 나주오가 전화 통화를 하며 성(姓)인 '나'를 가지고 '납니다', '내가 납니다'라 답하며 통화하는 장면, 게다가 친구 또한 자신의 성인 '노'를 가지고 '놉니다'라 답하며 말장난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더군요. ^^;

1961년 작품이라 그런지 결말은 너무나 바람직(?)하게 끝이나 조금은 아쉬웠지만 당시 관객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법한 몇몇 파격적인 장면들을 보며 한형모 감독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모험심이 강한 분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영화가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시간이 이어졌는데, 정말 제가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글쎄, 영화배우 안성기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말괄량이 언니의 막내 동생 역으로 나온 아역 배우가 안성기씨였다는 겁니다. 사전 정보없이 급하게 선택한 작품이라 영화 속 꼬맹이가 안성기씨였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TV나 영화속에서만 봐왔던 친근한 모습을 실제로 그것도 바로 앞에서 보게 되어 정말 반갑더군요. ^^

당시에는 남자 아역은 자신이 여자 아역은 또 다른 한분이 도맡아 출연했고, 영화에 입고 나오는 옷이 한벌 뿐이었다는 등 아역 시절의 추억들을 말씀해주시는 등 시종일관 웃으며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그의 모습에서 대배우의 관록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아무튼 친근하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우연히 선택하게 되었지만, 한국 고전영화의 재미에다 안성기씨도 만나게 되어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운이 좋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