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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수첩

신천동 철거지구 현장을 가다

라이프대구 2007.12.11 16:02
사람의 일생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태어나고 성장하고, 그리고 끝을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끝은 또 다른 탄생의 기약이긴 하지만 말이죠.

대구 소식을 찾아 이리저리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찾아간 블로그에서 신천동 지역이 재개발로 인해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을 그곳의 기록을 남기기위해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이미 철거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탓에 대부분의 건물을 헐리고, 아파트 몇 채와 아직 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듯 보이는 텅빈 주택들 뿐이었습니다.

신천 철거지구


신천 철거지구 현장 동영상


철거지구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걷는데, 다른 곳은 다 철거되어 흔적만 찾아 볼 수 있는 장소에 주택 몇 채 만 덩그라니 남아있어 다가갔더니 행정 소송 중이니 철거하지 말라는 글이 벽면에 적혀 있더군요.

대신, 사람 하나 없이 텅빈 집들은 동네 놀이터가 되어버린 듯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도시의 일생을 한번에 보여주는 듯 철거를 앞 둔 주택들과 뒷 편의 아파트 단지의 묘한 대조가 이채롭습니다)

신천 철거지구를 한참동안 이리저리 둘러보며 걷는데, 좁은 골목 사이로 한 어른신께서 빗자루를 들고 골목 청소를 하고 계시길래 궁금한 마음에 다가가서 몇 가지를 여쭤봤습니다.


(노 부부가 살고 계신 골목)

그 어르신은 이 곳에 터를 잡고 산지가 50년이 넘었는데, 이 곳을 떠나려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하시더군요. 더욱이, 보상금이 너무 적게 책정되는 바람에 떠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할 수 없이 늙은 아내와 텅빈 동네를 지키고 살고 있는데,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시더군요.

혹시 아직 철거지구에 사는 분들이 계신가 물으니 건너 편 철거지구에 한 가구가 살고 있고, 교회도 아직 철거가 안되고 그대로라고 말씀하시며, 허리를 숙여 하시던 빗자루질을 계속 하셨습니다.


(철거지구에 남겨진 교회)

노 부부만 사는 골목일 뿐인데도 저리 열심히 청소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50년 넘게 살아 온 동네를 떠나야 하는 진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건강히 계시라는 인사를 남기도 돌아서는데, 뉘엇뉘엇 떨어지는 석양이 드리워진 스산한 골목에서 허리숙여 빗자루질을 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더욱 쓸쓸해 보였습니다.



철거지구의 무너져버린 건물처럼 그 옛날 누군가의 추억 또한 잊혀져버릴 것을 생각하니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건물들이 들어서고 새로운 사람들이 살게 되면 그들의 추억이 잊혀진 추억들의 빈 자리를 메워나가겠죠.

신천 철거지구를 둘러보실 분은 아래 '신천 철거지구 둘러보기'를 클릭하세요.


신천 철거지구의 사진을 더 보시려면, 아래 '사진 더 보기'를 클릭하세요.


대구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도시에서는 이와 비슷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실시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위 사진을 보며 지금은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그 골목길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9 Comments
  • 프로필사진 온누리 2007.12.11 17:16 참으로 마음들이 찡하시겠네요
    50년을 살아오셨다면...
    좋은기사 잘보고 갑니다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lifedaegu.com BlogIcon JK 2007.12.11 17:29 반 평생을 살아 온 동네가 사라진다면, 그 아쉬움이 얼마나 크실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hayannamoo.com BlogIcon 하얀나무 2007.12.12 11:20 신천철거지구가 신천1동 인가보네요.
    신천동에서 10년을 살아서..
    철거되는 저곳에 추억들이 많은데..ㅠ.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lifedaegu.com BlogIcon JK 2007.12.15 07:21 정확히 몇 동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
  • 프로필사진 이기락 2007.12.16 01:09 저 이동네에서 20년 살았고 어린시절을 보냈던 사람입니다.
    신천 아파트 밑에서 살았고 신천국민학교을 다녔었습니다.
    가까이 있는 송라시장은 저희 가정의 먹거리 장터였구요.
    지금은 객지인 경기도에서 살고 있지만 매년 내려가서 추억을 되새기던 동네이지요.
    신천 아파트는 제가 성년이 되어서 등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주 갔었던 아파트이구요.
    또 친구들이 살았던 아파트입니다.
    가난한 가정들이 많았기에 외상으로 기름을 넣는 가정들이 많았습니다.
    그 사람들 신천 아파트에 살면서 삶을 꾸려가고 아이들을 키우고..
    그 아이들 따듯하게 해줄려고 외상으로라도 기름 넣을려고 사정을 했었고 사장님은 그렇게 해주라고 제게 말씀하시던 따듯함이 묻어 나던 곳입니다.
    그렇게 1년 즈음 일하고 나서 외상 장부를 보니 수천만원이 외상이더구만요.
    대원석유가 그 이름입니다. 지금은 사장님이 바뀌었지만 고유가 시대인 지금에 그 때의 따듯함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말씀데로 정말 많은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재개발 재개발 하더니 드디어 허물게 되네요.
    가슴이 아린게 마치 저희 집을 허무는 것 같습니다요.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lifedaegu.com BlogIcon JK 2008.01.13 11:20 어린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동네가 사라진다니 아쉬움이 크실 것 같네요.
  • 프로필사진 대구맨 2008.01.13 03:02 동구 주공 아파트 같군요.. 안동이발소 근처 말이죠... 저도 이근처에 살았습니다. 신천초등학교나왔고요.. 20년전쯤 살았죠... 제가 초중고등학교시절살았던 역전시장 근처도 재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효목동에 이사왔지만 저는 경산에 따로 자취생활을 하고 있죠.. 옛날기억이 많이 나네요....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lifedaegu.com BlogIcon JK 2008.01.13 11:21 재개발로 인해 소중한 추억들도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프로필사진 랭이 2008.05.25 11:52 어라.. 저도 저 동네에서 15년 정도 살았어요,,
    저 '노부부가 살고 계신 골목' 바로 그 근처에 살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사진 찍고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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