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아티스트의 팬덤 규모와 변화량을 제공하는 케이팝 데이터 서비스 '케이팝레이더(K-POP RADAR)'(케이팝 차트, 데이터로 순위 정한다!)는 지난해 '케이팝 세계지도'를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케이팝 소비량이 2.5배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특히 일본과 인도의 증가세가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여겨 볼 한가지는 급부상한 일본·인도와 더불어 인도네시아(INDONESIA)가 여전히 높은 소비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언제부터인가 케이팝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며 케이팝 아티스트라면 빼놓지 않고 콘서트·이벤트 등으로 찾는 곳이 되었다.
인도네시아는 필리핀,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시아국가에 비해 비교적 늦게 한류, 케이팝을 향유하기 시작했다. 처음 케이팝이 인도네시아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2005년 현지에서 방영된 드라마 '풀하우스'의 인기로 가수 '비'가 인도네시아 최초 케이팝 콘서트를 열면서 부터이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며 관심이 증폭되었고 그 인기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처럼 케이팝을 사랑하게 된 것일까?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약 2억 8천만명으로 세계 4위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으며 GDP는 약 1조2천억 규모로 아세안(ASEAN)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갖춘 국가이다. 또한 중위연령이 31.1세('22, CIA)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
풍부한 노동력과 천연자원, 정치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5% 안팍의 꾸준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두터워진 중산층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그만큼의 소비 여력 또한 늘어났다. 더욱이 인도네시아 인구의 절반이 소위 'MZ세대'로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인터넷사용자수는 2억 260만명('21)에 이르며 SNS 이용자수 또한 1억 7천만명에 달한다.
새로운 문화에 개방적인데다 구매력을 갖춘 젊은 중산층, 그리고 인터넷 사용이 원활한 그들에게 동남아시아를 휩쓸고 있던 케이팝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발라드 음악이 주로 소비되고 있던 인도네시아의 대중음악 시장에 역동적이고 화려한 안무와 개성적인 노래을 자랑하는 한국의 댄스음악은 신선함 그 이상이었다.
더욱이 트렌드를 이끄는 다양한 컨셉과 스타일은 자국의 대중문화가 충족해주지 못한 갈망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자생적으로 생겨난 케이팝 커뮤니티, 케이팝 아티스트의 신곡이 발표되기 빠르게 커버댄스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팬들은 케이팝을 더욱 확산시켰다.
이와 같은 인도네시아 내의 케이팝 인기에 힘입어 수많은 케이팝 콘서트가 열리고 있으며 BTS는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Tokopedia), 블랙핑크는 쇼피(Shopee)의 광고모델로 나서는 등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각종 온·오프라인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이렇게 급성장한 인도네시아의 케이팝 수요를 확인한 한국의 기획사들 또한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디타(DITA)가 걸그룹 시크릿넘버(SECRET NUMBER)로 케이팝 아티스트로 데뷔하였고, 최근 데뷔한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MAVE:)의 멤버 타이라(TYRA:)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불시착했다는 설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 MBC 쇼! 음악중심서 데뷔무대)
올해 인도네시아 내 케이팝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오프라인 콘서트가 지난해 연말부터 재개되는 등 팬들의 갈증을 씻어줄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때 획일화돼 식상하다, 가창력이 아쉽다는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더욱 다양한 컨셉의 보이그룹·걸그룹이 등장한데다 가창력과 댄스실력은 물론 작사·작곡 프로듀싱까지 직접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지며 높아진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양한 국적을 가진 멤버들이 많아지며 블랙핑크 리사의 '라리사'처럼 타국의 문화를 케이팝에 접목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케이팝의 다양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인구와 경제력, 거기다 인도양와 태평양 모두와 접한 지리적 위치를 볼 때 인도네시아는 케이팝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인도네시아 케이팝 팬들이 더욱 마음껏 케이팝을 즐길 수 있도록 아티스트 개인 뿐 아니라 기획사, 정부차원의 세심하고 배려깊은 접근과 지원이 함께 이어지길 바란다.
By Korean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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