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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소리 따라 걷는 홍류동 계곡 '해인사 소리길'

트래블로거

2011. 9. 3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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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대장경 간행 1000년을 기념해 오는 11월 6일까지 열리는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앞서 천년의 지혜를 만난다!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글을 통해 대장경 천년관을 중심으로 마련된 축제 주행사장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전시ㆍ공연ㆍ체험 행사를 소개해드렸습니다만 이번에 소개해드릴 것은 조금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홍류동 계곡따라 '해인사 소리길'

지난 9월초,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맞아 축전 주행사장에서 홍류동 계곡을 따라 해인사에 이르는 6km의 산책로가 개통되었습니다. 기존에 있던 마을길과 숲길, 계곡길을 새롭게 단장한 산책로는 '소리길'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아마도 계곡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사람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인사 소리길의 시작은 축전 주행사장 맞은편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황산마을 입구에 세워진 통나무 대문에 '소리길'이라 적힌 목판이 걸려있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입구를 지나 코스모스가 핀 흙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논밭을 만나게 됩니다.


여느 농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시골길이죠. 하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시골의 정취를 느끼며 걸을 수 있기도 합니다. 한가로운 농촌 들녁과 흙길을 따라 피어있는 이런저런 가을 꽃, 그리고 저멀리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가야산이 연출하는 풍경은 무어라 표현해야 적당할지 모를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그렇게 시골길을 따라 걸으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할 때 쯤이면 작은 산골마을 하나가 나타납니다.


노거수 아래 평상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노라면 구부정한 허리에 지팡이를 짚고 동네 마실을 나온 할머니와 탈탈탈 소리내며 지나는 경운기 등 시골마을, 시골사람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좀 더 쉬면 좋으련만 땀이 식기전에 다시금 발길을 재촉합니다. 아직 반의 반도 지나지 않은 탓입니다. 마을을 지나 조금 걷다보면 시골길에서 점점 산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계곡길을 걷게 되는 것이죠.


'소리길'의 시작은 계곡과 산골마을, 그리고 사람소리가 함께 했다면 여기서부터는 계곡소리와 이따금 들려오는 산새소리만이 귀를 간지럽힐 뿐입니다. 어찌보면 도시의 소음보다 시끄럽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달리 아무리 들어도 신경에 거슬리거나 싫증이 나지 않는 건 아마도 자연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리길'은 그저 계곡을 따라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 7개의 다리가 있어 때로는 계곡을 가로지르며 걸을 수 있기도 합니다. 다리 위에서 힘차게 흐르는 계곡을 바라볼 수 있는데다 7개의 다리 모두 조금씩 모양이 다른 탓에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소리길'은 참으로 친절하기까지 합니다. 곳곳에 '소리길'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걸려있어 길을 잘못 들어설 염려가 없습니다.


더욱이 조금 쉬었다가면 좋으련만이란 생각이 들때마다 그곳에 자그마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숨을 돌리거나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기도 합니다.


또 하나, 소리길은 생태체험학습장이기도 합니다. 곳곳에 소리길에 자생하는 식물과 동물을 알려주는 표지판과 나무의 나이테, 습지 등 자연에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안내문이 있어 재미를 더합니다.


그렇게 계곡 소리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매표소에 이르게 됩니다. 계곡길을 벗어나 아스팔트길을 밟아야하는 순간이죠. 해인사로 들어가는 길이라 입장권을 구입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기간 중에는 축전 입장권이 있으면 무료로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왠지 소리길이 중간에 끊기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흙길과 산길을 걷다 잠시지만 거무튀튀한 아스팔트길을 마주하게 되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입니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홍류동 계곡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소리길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매표소를 지나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곳은 수석과 산림이 아름다운 계곡으로 꼽히는 홍류동(紅流洞)입니다.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물과 계곡을 감싼 숲, 그리고 그 위를 지나는 다리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한폭의 그림같습니다.


참고로, 홍류동 계곡은 '최치원 선생이 노년을 지내다 갓과 신발만 남겨 둔 채 홀연히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으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데, 합천 8경중 3경인 동시에 가야산 19경 가운데 16경까지를 만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곳은 홍류동 계곡 가운데 풍치가 가장 빼어난 농산정(籠山亭)으로 통일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이곳의 풍광에 빠져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합니다.


소리길에서는 홍류동, 농산정과 같이 풍광이 뛰어난 명소를 만날 수 있기도 하지만 함께 가는 길, 침묵의 길, 명상의 길 등 10개의 테마로드로 구성되어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소리길은 험한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인 탓에 곳곳에 다리와 계단 등 인공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나무 하나 조차도 훼손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기위해 신경을 쓴 것을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우렁찬 계곡 소리를 따라 한참을 또 그렇게 걷다보면 푸른 물결 위로 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무릉도원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낙화담을 마주하게 됩니다.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를때면 가파른 절벽위에서 물결 위로 떨어지는 단풍잎의 모습이 마치 꽃잎같지 보이지 않을까란 상상을 하게 됩니다.


계곡을 따라 다리를 건너고 피로를 풀어주는 듯 푹신한 산길을 걷다보면 드디어 마지막 일곱번째 다리가 보입니다. 이제 저 다리만 건너 조금만 걸으면 해인사인 것입니다. 험한 계곡을 따라 걸으며 온몸은 땀으로 젖고, 숨소리도 거칠지만 이제 조금이면 끝이란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드디어 '소리길'의 끝인 해인사에 이릅니다. 거리상으로는 6km가 조금 넘는 탓에 그리 힘이 들지 않을 것 같지만 험한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라 예상보다는 꽤 힘든 코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인사 경내로 들어가 차가운 약수 한바가지를 벌컥이며 들이마시니 오랜 걷기로 피곤한 몸이 한결 가뿐해졌습니다. 예전엔 몰랐던 물 한바가지가 어찌나 감사하게 느껴지던지...


'해인사 소리길', 최치원 선생의 전설이 흐르는 홍류동 계곡, 때로는 잔잔히 때로는 우렁한 계곡 소리를 따라 시골길에서 산길, 계곡길로 이어지며 잠시도 지루하지 않는데다 낙화담, 농산정 등 가야의 명소까지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걷기 좋은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