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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國鳥)를 학(Japanese Crane)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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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국조(나라새, 國鳥, national bird)가 무엇인지 아세요?

아마도 미국의 국조는 흰머리수리, 프랑스의 국조는 수탉이라는 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국조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64년 애조(愛鳥)사상을 고취하는 의미에서 국조를 정할 것을 권장하는 국제조류보호회의 한국본부가 '나라새 뽑기' 운동을 벌여 그 결과 까치가 1위로 뽑혔지만, 아직까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선정한 국조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뒤늦게 지난해부터 나라를 상징하는 새를 정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청렴을 상징하는 (鶴)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출처: ltshears, Japanese Red Crowned Crane at Louisville Zoo )

전통적으로 길조로 여겨져왔던 까치가 최근 농작물의 피해를 입히는 등 유해동물로 인식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진데다 예로부터 청학동, 쌍학동, 송학동, 백학동, 무학동 등 풍수해를 막는 대표적 영물인 학(두루미)과 관련된 지명이 많았기에 이들 학마을 지방단체장들의 모임인 학송회가 중심이되어 '세계를 향한 비상 미래를 향한 비상, 희망을 향한 비상'을 상징하는 국조로 학을 선정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회도선관에서 '대한민국 국조 학 선정을 위한 세미나'가 열린데 이어 지난 달 28일 안동시 소재 국학진흥원에서는 35명의 지자체단체장들이 모여 학송회 모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지난해 국조선정범국민운동본부에서 18대 국회의원 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7명이 학을 꼽아 1위를 차지했고, 봉황이 5명, 까치와 비둘기는 각 3명, 삼족오가 2명으로 지자체 단체장들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국조로 '학(두루미)'을 지정하자는 움직임에대해 긍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 다시말해 두루미의 영문명이 Japanese Crane(Red-crowned Crane), 라틴어 학명이 Grus japonensis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중국에서도 몇해전 중국 국가임업국이 학(두루미)을 중국의 국조로 삼자는 제안을 하자 두루미의 영문명과 학명을 문제삼아 사실상 일본의 새라는 반대 주장이 제기되면서 중국 국가임업국의 제안은 설득력을 잃고, 대신 참새와 금계 등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만 여전히 중국에서는 논란만 계속되고 있을 뿐 국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렇듯 중국에서도 두루미를 국조로 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영문명과 학명의 문제로 인해 사실상 두루미를 국조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잃은 상황에서 뒤늦게 국내에서 학(두루미)을 대한민국의 국조로 정하려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의 국조 논란은 지난해 국내에서도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진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中국조 1위후보 두루미, '일본 새' 논란에 퇴짜 위기)

국조를 선정하기위해서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유력후보가 학(두루미)으로 지정되었을 경우, 중국과 유사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궂이 뒤늦게 국조를 선정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만, 만약 대한민국의 국조를 선정하려 한다면 여러 의견을 청취하는 등 보다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