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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의 해, 용궁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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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임진년을 맞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온 '흑룡의 해'라며 야단법석입니다. 혹자는 '흑룡의 해'는 마케팅업체의 상술에 불과할 뿐이라지만 각박한 세상에서 실오라기같은 희망이라도 품고자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의미로 자리잡고 있기도 합니다.

흑룡의 해, 용궁으로 떠나볼까?

문득, 용의 해를 맞았으니 용궁으로 떠나볼까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내 카메라를 챙기고 하루에 단 네차례 운행되는 영주행 경북선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차창밖으로 얼어붙은 저수지에서 얼음낚시를 즐기는 이들과 황량하기 그지없는 겨울 들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세내셨네요. 내일로세요?'

그렇게 한참을 지나 점촌역을 지날 즈음 텅빈 객차에  카메라를 손에 쥔채 홀로 남아 모습을 본 승무원이 인사를 건네십니다. 가지런한 모자사이로 보이는 희끗한 머리에서 덜컹거리는 기차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철도와 함께 해온 모습이 느껴지는 승무원의 짧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인사 한마디에 용궁으로 들어서는 길이 더욱 정겹게 느껴집니다.

용궁으로 들어서다!

드디어, 도착한 용궁! 떠나올때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승객들로 객차가 가득했지만 용궁에는 단 몇명만이 들어설 뿐입니다.


용궁역(龍宮驛)은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에 있는 경북선 역으로 현재는 무배치간이역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적드문 시골역이지만 인근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6호인 '육지속의 작은 섬마을' 회룡포가 있어 기차를 타고 회룡포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용궁이란 이름에 걸맞게 앞에는 커다란 청룡 한마리가 수호신마냥 역을 지키며 승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손님맞이와는 달리 용궁역의 내부는 자그마한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안내멘트만이 텅빈 간이역 내부를 울릴 뿐입니다.


작은 청룡 한마리를 보긴 했지만 용궁으로 들어섰으니 이제 살아 숨쉬는 용을 보러 떠날 차례! 회룡포로 가는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향합니다. 버스터미널이라고는 하지만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에 위치한 작은 점포하나가 대신할 뿐입니다. 점포에 들어서니 버스를 기다리는 노부부가 난로를 쬐며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운행안내와 주인에게 물어 회룡포로 가는 버스를 확인합니다. 회룡포로 가는 버스는 한시간에 한대정도로 예상보다 자주있는 편입니다. 20여분을 기다려 개포방면 예천여객 버스가 도착하자 얼른 오릅니다. 기사님께는 지나치지 않게끔 회룡포에 이르면 알려달라 청합니다. 그렇게 10여분을 달렸을까 회룡포마을입구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말그대로 입구일뿐 회룡포를 가려면 회룡교를 지나 20여분정도를 더 걸어들어가야합니다. 곧장 회룡포마을로 가도 되지만 유명한 회룡포의 전경을 보기위해 얼어붙은 내성천을 지나 우선 전망대로 향합니다. 


회룡교를 건너 롤로코스터같은 임도를 따라 40여분정도 올라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때쯤 작은 사찰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장안사(長安寺)입니다.


사찰에 적힌 안내문에 따르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국태민안을 염원하여 전국 세 곳 명산에 장안사를 세웠는데, 금강산, 양산 그리고 국토의 중간인 용궁 비룡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고려때 창던되었다는 설도 있고 조선 중기 이후의 기록만이 전하고 있어 정확한 역사를 알 수 없기도 합니다. 어쩌면 용궁 비룡산에 위치해있는탓에 그 역사마저 신비함이 더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안사를 지나 10여분정도 더 올라 드디어 회룡포전망대에 이릅니다.


문화재청에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6호로 지정한 예천 회룡포는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 돌아 들어진 곳으로 맑은 물과 백사장, 주변을 둘러싼 가파른 산과 강위에 떠 있는 섬과 같은 마을이 어우러져 비경을 연출하는 곳입니다.

용궁에서 살아 숨쉬는 용을 만나다!


힘들게 찾아온 곳이건만 예상과달리 하늘은 잔득 흐리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 댑니다. 좋지않은 날씨지만 그래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그런데, 렌즈를 통해 본 한겨울 회룡포는 운해사이로 청룡과 백룡이 서로 뒤엉킨채 마을을 한바퀴 휘감아 도는 모습입니다. 더욱이 흐린 날씨탓에 신비롭고 이채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망대를 내려와 뿅뿅다리를 건너 회룡포마을로 들어섭니다. 내성천이 휘감아도는 회룡포마을에는 두개의 뿅뿅다리가 있는데, 원래 놓여있던 외나무다리가 낡아 97년 예천군에서 강관과 철발판을 이용해 다리를 놓았습니다. 그 후 마을주민들이 이 다리를 건널때면 발판구멍에서 물이 퐁퐁솟는다하여 퐁퐁다리라 불렀으나 98년 신문과 방송에 뿅뿅으로 잘못 보도가 되면서 이 이름이 더 많이 알려져 지금은 뿅뿅다리라 불린다고 합니다. 


용이 휘감아 지키고 있는 용궁의 모습은 의외로 소박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작은 농촌마을이었을 회룡포마을은 지금은 농촌보다는 관광지의 모습입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은 없지만 민박집과 잘 정비된 돌담, 산책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도 그럴것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며 전국각지에서 회룡포는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뿅뿅다리를 건너 예천역으로 향합니다. 용궁역으로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예천읍내에서 회룡포로 산책을 왔다는 인심좋은 아저씨를 만나 승용차를 타고 예천역에 이릅니다.


예천역 한켠에서는 선로보수작업이 한창입니다. 이들같이 묵묵히 작업하는 철도인들덕에 경북선이 여전히 안전하게 운행되고 있는 것일테지요.

 
푸른 빛이 가득할 때 다시 찾으란 다짐을 하며 짧은 용궁으로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금 기차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