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사상 최악의 방송사고 낸 런닝맨!!! 글에서 SBS 인기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의 자막 오류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중국에서 펼쳐진 북경레이스 중 만리장성을 소개하는 자막에서 '총길이 8,851km에 다다르는 인류의 유산'라 표기된 부분은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 논리를 인정하는 것이라는게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많은 분들의 관심으로 다음과 야후 메인에 노출되어 30만이 넘는 조회수와 200여개의 댓글, 그리고 6300건의 다음뷰 추천을 받는 등 예상치 못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 글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출처와 함께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유입로그를 확인해보면 정말 다양한 곳을 통해 해당글로 방문한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인용할 때는 '네티즌', 비난 할때는 '블로거'
그렇게 화제가 되자 화요일 오후에는 제가 지적했던 내용이 스포츠서울의 '런닝맨' 만리장성 자막 논란…동북공정 인정? 이란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기사화되더니 이후 다양한 매체에서 제가 지적한 내용을 기사화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떤 기사에서도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채 '시청자'나 '한 네티즌'의 의견으로 표시해두었을 뿐입니다. 제가 작성한 글의 일부를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말입니다.
예를 들어 원글에서 '단순한 자막실수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자막실수라고 하기에는 그것이 포함하고 있는 의미가 너무나 크다는 것입니다.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통채로 빼앗아가려는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 논리를 한국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대신 확인해준 셈이니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라고 한 내용을 기사에서는 '한 네티즌은 "단순한 자막 실수라고 하기엔 그것이 포함하고 있는 의미가 무척 크다"며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통째로 빼앗아 가려는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 논리를 한국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대신 확인해 준 셈"이라고 분노했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얼마 전부터 '파워블로거'나 '블로거'는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오고 있습니다. 무슨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만하면 '블로거'임을 전면에 내세워 기사화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출처가 명확한 '블로거'의 글임에도 어느 매체에서도 '블로거'가 아니라 '시청자' 혹은 '한 네티즌'이라 표기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다양한 사이트에 제 글을 퍼가면서 대부분 출처를 표기한 것과 달리 그 어떤 언론사도 출처를 표기한 곳은 없다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런닝맨 자막논란, 언론도 책임있어...
스포츠서울을 시작으로 여러매체에서 만리장성 길이에대한 자막오류를 지적하자 런닝맨 제작진은 예상외로 상당히 빨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해명을 했습니다. 첫 기사가 7시 즈음이었는데, 공식입장이 발표된 시간이 8시 즈음이었으니 단 한시간만에 공식입장을 발표하며 해명에 나선 것입니다.
제가 처음 글을 공개한 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제 블로그 뿐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 그리고 런닝맨 공식홈페이지에 올렸지만 이튿날이 될 때까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던 제작진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자마자 바로 공식입장을 발표한 것 또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만약 기사화되지 않았더라면 제작진이 공식입장을 발표하며 해명에 나섰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글을 인용하며 런닝맨의 자막오류를 지적했던 수많은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오류는 몰랐나봅니다. 처음 제가 자막에 표기된 만리장성의 길이가 의아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상당수 언론사가 런닝맨같이 만리장성의 길이를 8,851km라 표기해두고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기사화했던 것입니다. 여전히 많은 언론사의 기사들이 만리장성의 길이를 8,851km라 표기해두고 있기도 합니다. 동북공정을 기정사실화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수많은 국내 언론사들이 아무런 검증없이 그대로 기사화함으로써 이번 런닝맨 자막논란처럼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마도 런닝맨 제작진 또한 인터넷을 통한 자료조사 과정에서 이렇게 잘못 표기된 언론사의 기사들을 참고한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런닝맨 제작진, 중국측으로부터 자료 제공 받았나?
사상 최악의 방송사고 낸 런닝맨!!! 글에서 또 하나 지적했던 것이 바로 게임 중 장성 아래로 떨어뜨린 제기를 수거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에대해 제작진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하지만, 만리장성 길이와 함께 많은 비판을 받은 부분이 장성위에서 무리하게 레이스를 펼치고, 제기를 수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것이었는데 이에대해서는 공식입장 발표시 빠져있습니다. 아마도 언론사들이 만리장성 길이에대한 부분만 기사화함에따라 제작진 또한 그에대한 것만 입장을 발표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시청자게시판만 살펴봐도 만리장성 길이 뿐 아니라 관광객을 방해하는 무리한 레이스에대한 지적이 많은데 말이죠.
그런데, 만리장성 길이 뿐 아니라 런닝맨 북경레이스에서는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장면을 하나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처음에는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댓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셔서 언급합니다. 바로 그래픽으로 중국 지도를 표시하는 부분에서 몽고를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몽고는 중국의 동북지방에 인접한 국가로 원래 정상적인 지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네이버 지도)
하지만, 런닝맨 북경레이스편 초반 중국을 소개하며 그래픽으로 표시한 지도에서는 몽고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리장성 길이 자막오류와 함께 위그림과 같이 몽고를 포함시킨 중국지도때문에 이번 북경레이스편 제작시 런닝맨 제작진이 다양한 자료를 중국측으로부터 제공받고 이를 검증없이 사용한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또한 단순히 실수라고 넘기기에는 숨겨진 의미를 가지고 있는게, 중국은 현재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기위한 다양한 공정을 진행 중입니다. 이중 중국의 동북지방에대한 것이 바로 동북공정인데, 동북지방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이 바로 내몽골자치구로 중국은 이곳에서 발원했던 요, 금, 몽골제국, 원까지도 자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계획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칭키스칸마저 중국의 역사가 되고 마는 것이죠.
티벳, 신장위구르, 내몽골 등 현재 중국 국경 안의 모든 지역이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영토라는 것을 정당화시키기위한 다양한 중국 정부의 공정이 현재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이 만리장성 길이 뿐 아니라 중국 지도에 몽고를 포함시켜 보여주는 것을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중국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제작진이 검증없이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만약 일본에서 제작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국지도에 한국을 포함시켜 방영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게다가 중국의 다양한 공정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말이죠.
정규방송을 통해 사과를 하고, 정정을 하는 것은 조금은 힘들지 않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런닝맨 제작진은 만리장성 길이에대한 것 외에도 만리장성에서의 무리한 레이스, 그리고 중국지도에 몽고를 포함시킨 것에대한 공식입장도 발표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언론 또한 이번 자막논란을 계기로 만리장성의 길이를 8,851km라 표기한 기사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덧) TV리뷰 블로거도 아닌데다 자칫 ~까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의 이런 문제제기가 단순히 런닝맨의 자막논란을 넘어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역사적 사실과 한글, 아리랑, 한복마저도 자국화하려는 중국의 움직임, 알게 모르게 진행중인 중국의 공정에대한 이해를 넗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