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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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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실습실에 들어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 공포 영화나 의학 드라마를 통해서만 살짝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의학에는 문외한인 제가 의과대학에 그것도 왠지 이름만 들어도 깨름칙한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갔다 왔습니다. ^^;

며칠전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시는 LUV™님께서 댓글로 학교 축제 기간 중에 '해부제'라는 행사가 열리니 한번 방문해보라고 알려주시더군요. 혹시, 카데바(cadaver, 해부실습용 사체)라도 볼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에 큰 맘먹고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해부학 실습실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도착하고보니 오전 12시 딱 점심시간이더군요. --;

해부학 실습에 들어가기 전 창살 너머로 실습실 내부 모습을 살짝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분들이 계시더군요. 다양한 인체 표본들과 함께...^^;

드디어, 일제시대 축조된 건물인 듯 (허름하다는 게 좀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지만) 고풍스러운 해부학 실습실에 발걸음을 들여놓았습니다. 해부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골 한구가 입구를 지키고 서서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


(출처: 해부학교실, 2008 경북의대 해부제 via luv4.us)

교실 하나정도의 크기의 해부학 실습실 한켠에는 수십여구의 태아 표본과 장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다른 한켠에는 카데바(cadaver, 해부실습용 사체) 세구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해부학 실습실 내부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군요. ^^;)

학생으로 보이는 분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먼저 임신 주기별로 전시된 태아 표본들을 살펴 봤는데, 주먹만한 태아들이 점점 커가는 모습을 직접보니 정말 신비롭더군요. 계속해서 장애를 가진 태아들을 볼 수 있었는데, 설명해주시는 분께서 태아의 기형을 막기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계획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출처: 해부학교실, 2008 경북의대 해부제 via luv4.us)

그리고, 놀랍게도 임신한 여성을 척수가 그대로 보이게 반으로 절단한 표본을 볼 수 있었는데, 전시되고 있는 다른 표본도 그렇지만 임신한 여성 표본 또한 일제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으로인해 가능했다고 말씀해주시더군요. 특히, 임신한 여성 표본의 경우는 한국과 미국에만 있다고 합니다. 비밀리에 제한없이 생체실험이 이뤄지던 그 시대가 아니었다면 볼 수 없는...

카데바가 전시되고 있는 곳으로 이동해 인체 내부를 샅샅이 살펴 볼 수 있었는데, 설명해주시는 분께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장기를 하나하나 꺼내어 보여주시는데, 역한 포르말린 냄새때문에 지켜보기 힘들더군요.

그래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카데바를 볼 수 있을까란 생각에 손으로 입을 막아가며 한참 지켜봤습니다. 설명해주시는 분의 (당연한 것이지만) 꺼리낌없는 손놀림을 따라 인체내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예상외로 소장이 모두 연결되어있더군요. 단지 길이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소장 겉 표면을 따라서도 마치 보자기같은 근육으로 다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한시간여 동안 '해부제'를 살펴보고 해부학 실습실을 나왔는데, 나와서도 한참동안 포르말린 냄새와 표본과 카데바를 직접 본 기억이 떠나질 않아 마른 침만 삼키며 음식은 입에 못 대겠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점심은 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신경이 쓰였는데, 저절로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는...--;

2009 경북의대해부제는 29일(금)까지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해부학 실습실에 계속된다고 하니, 의학에 관심이 많거나 인체에대해 궁금하신 분, 아니면 의대 진학이 목표인 학생이라면 한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