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전시회를 보자는 다짐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 들렸는데, 마침 서예계의 거성, 남석(南石) 이성조(李成祚) 선생의 고희전(古稀展)이 열리고 있더군요.
얼마 전 방송을 통해서도 여러차례 소개가 된 바 있어, 순전히 호기심에 남석 이성조 선생의 고희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먼저 전시실 입구에 가득 놓여있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의 축하 화환이 눈길을 끌더군요.
그리고, 한켠에는 커다란 TV를 통해 남석 이성조 선생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두 눈을 감은 채 붓을 들고 글을 쓰는 영상을 보고 있자니 정말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고 있는 작품중 압권이라 할 수 있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168폭 병풍이 전시되고 있는 전시실에 들어섰는데, 커다란 전시실 벽면을 따라 병풍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게, 글자수만 7만 2000여자에, 전체 길이가 120m, 이를 포개 놓으면 두께가 2.7m나 된다고 하니 말이죠.
남석 이성조 선생께서는 이 한 작품을 위해 1999년부터 3년 동안 매달리셨는데, 그 동안 50여 자루가 넘는 붓이 소요되었고, 표구제작비만 4천 800여 만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불경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지몽매한 저이지만, 온종일 바닥을 내려다보며 한글자 한글자 혼을 담아 완성한 이 거대한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선생의 의지와 인내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대자연을 바라볼 때와 같은 경외심이 느껴졌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