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통공사가 4호선 2공구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가 2026년 7월 15일 떴습니다. 멈춰 있던 대구도시철도 4호선(엑스코선)이 다시 굴러가는 신호처럼 읽혔습니다. 착공이 보류된 상태에서 수천억 원대 계약이 나왔으니 그럴 만합니다. 그런데 공시 원문을 열어 보면 결이 다릅니다. 이 계약은 어제 새로 맺어진 것이 아닙니다.
코오롱글로벌은 이 계약을 2025년 8월 1일에 이미 맺었습니다. 어제 공시는 그때 계약을 뒤늦게 알린 것입니다. 회사 설명은 분명합니다. 최초 계약 당시에는 공시 의무 기준 금액에 못 미쳤는데, 이후 변경 계약으로 금액이 기준을 넘어서면서 지금에야 공시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공사 기간도 2025년 8월 11일부터 2030년 8월 9일까지로 잡혀 있습니다. 어제 시작된 사업이 아닙니다.
그래서 "계약 체결"이라는 단어만 보고 사업이 재개됐다고 읽으면 사건을 거꾸로 잡는 셈입니다. 공시의 성격은 재개가 아니라 기록입니다. 이미 있던 계약의 금액이 바뀌어 장부에 뒤늦게 올라온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무엇을 뜻할까요. 2공구는 시공사를 순탄하게 구하지 못했습니다.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세 차례 유찰됐고, 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만 단독으로 남았습니다. 공사 구간이 좁고 금호강을 지나는 난공사라 다른 건설사가 선뜻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의계약으로 방향을 틀었고, 올해 실시설계 적격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도 같은 말을 합니다. 이번 공시는 사업 재개가 아니라 벌여둔 절차의 마무리라는 설명입니다. 첫 삽을 뜨는 착공과는 다른 층위의 이야기입니다.
| 구분 | 내용 |
|---|---|
| 총공사비 | 약 4,346억 원(4,345억9,900만 원) |
| 주관사 코오롱글로벌 | 2,331억1,392만 원 · 지분 53.66% |
| 지역 참여사 HS화성 | 약 9%대 지분 · 약 427억 원(자체 공시 기준) |
| 계약 기간 | 2025년 8월 11일 ~ 2030년 8월 9일(1,825일) |
| 대금 지급 | 선급금 없는 기성 청구(기성불) |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영남일보, 2026년 7월 기준 | |
2공구 계약은 선급금 없이 공정률에 맞춰 대금을 치르는 구조이며, 2030년 8월을 완공 시점으로 잡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정작 빠진 항목이 이 사업의 진짜 쟁점입니다. 대구도시철도 4호선은 20년 가까이 차량방식을 두고 흔들렸습니다. 2020년 1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할 때만 해도 3호선과 같은 모노레일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3호선 모노레일을 공급했던 히타치(Hitachi)가 참여에 난색을 보였습니다. 2014년 강화된 철도안전법의 형식승인 절차가 걸렸고, 히타치가 내건 조건을 대구시가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2022년 철제차륜 AGT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AGT는 콘크리트 상판에 철제 바퀴가 달리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구조물이 육중하다는 데 있습니다. 상판 폭이 넓어 하늘을 가리는 면적이 모노레일보다 크고, 고가도로에 가까운 경관이 만들어집니다. 동대구로 가로수 훼손과 일조권 침해 논란이 그래서 불거졌습니다. 2024년 2월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을 승인해 12개 정거장으로 확정됐지만, 방식을 둘러싼 앙금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2026년 6·3 지방선거는 이 앙금을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여야 후보가 나란히 모노레일 회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취임 뒤 대구시는 주민 숙의 협의체와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차량방식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착공 예정이던 하반기 일정은 그대로 미뤄졌습니다.
여기서 사업의 무게 중심이 드러납니다. 시공사와 계약은 이미 정해졌지만, 그것으로 사업 방향까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4호선을 어떤 차량으로 지을지는 시공 계약이 아니라 대구시장과 공론화위원회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착공을 목전에 둔 사업이 다시 멈춰 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계약이 아니라 결정권이 이 사업의 속도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모노레일 회귀는 실제로 가능할까요. 길은 열려 있지만 평탄하지 않습니다. 예타를 통과할 때의 방식이 모노레일이었으니 명분은 있습니다. 걸리는 대목은 방식을 바꾸는 순간 되살아나는 제약입니다.
가장 큰 장벽은 형식승인입니다. 2014년 개정된 철도안전법은 차량의 안전성을 설계 단계부터 입증하도록 요구합니다. 2015년 개통한 3호선은 이 절차 이전에 설계돼 자유로웠지만, 4호선은 강화된 법을 그대로 적용받습니다. 히타치가 과거 내걸었던 조건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라야 합니다. 방식을 바꾸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고, 이미 들인 설계비와 시간은 매몰비용으로 남습니다.
정확한 매몰비용 규모나 지연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방식을 바꿀 경우 착공이 예정보다 2년가량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조기 개통을 기다리던 이시아폴리스와 유통단지 주민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전망입니다.
어제의 공시로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2공구를 누가 얼마에 언제까지 지을지는 계약서에 적혀 있습니다. 반대로 무엇을 지을지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대구도시철도 4호선을 두고 정해진 것은 시공사이고, 정해지지 않은 것은 차량입니다.
시공권은 확보됐는데 방향은 미정인 사업을 재개로 볼 수 있을까요. 공론화위원회가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든, 그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이번 공시는 재개의 신호이기보다 대기의 기록에 가깝습니다. 계약서에 이름이 오른 대구도시철도 4호선(옛 엑스코선) 사업은, 지금 나아가는 중일까요, 멈춰 선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