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고뇌와 방황을 그린 차이콥스키의 표제 음악적 교향곡 ‘만프레드’를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의 연주로 만나는 <제498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10월 20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만프레드’ 교향곡은 주제의 심오함과 대규모 편성, 섬세함과 장중함을 아우르는 고난도 연주로 지역에서는 실연으로 만나기 어려운 차이콥스키의 숨은 대작이다. 이날 공연을 이끌 박준성 지휘자는 아르투르 니키쉬, 하차투리안 등 저명한 국제지휘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공연의 전반부에는 2013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 김상영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도 들려줄 예정이다.
영국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의 동명 시극을 바탕으로 한 차이콥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은 러시아 5인조를 이끌던 밀리 발라키레프의 거듭된 권유로 작곡되었다. 평소 차이콥스키는 표제음악에 매우 회의적이었고, 이 곡을 쓰기까지 몇 년이나 주저하였지만, 발라키레프와 스타소프가 표제 내용과 견해를 담은 편지를 보내며 작곡을 종용한 끝에 그도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고독한 수난자 ‘만프레드’의 음울함과 괴로움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깊이 공감한 차이콥스키는 1885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스케치를 착수해 5월 중순 전체적인 설계를 완성하고, 9월 13일 발라키레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곡의 완성 소식과 함께 그에게 이 작품을 헌정한다는 뜻을 전했다.
총 4악장의 이 곡은 ‘4개의 음악적 이야기로 이루어진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바이런의 원작을 기초로 발라키레프와 스타소프의 해석에 차이콥스키의 생각도 가미되어 원작과는 조금 다른 ‘만프레드’를 보여준다. 또 원작의 장면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여러 장면을 나누어 표현하였다. 제1악장은 알프스산을 고뇌하며 헤매는 ‘만프레드’를 그리고, 제2악장에서는 폭포의 물보라가 만든 무지갯빛 속에서 알프스 정령이 나타난다. 목가적인 제3악장은 알프스산 사람들의 소박하고 한가로운 일상을 보여주고, 제4악장은 알프스 산신 아리마네스의 지하 궁전에서 벌어진 향연을 격렬히 묘사한 다음 ‘만프레드’의 죽음으로 장엄하게 마무리한다. 최근에는 만프레드의 죽음은 생략하고 1악장의 코다로 화려한 피날레를 선보이기도 한다.
한편, 공연의 전반부는 피아니스트 김상영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작곡가, 지휘자로 승승장구하던 라흐마니노프는 첫 교향곡이 초연에서 참패하자 심한 우울증에 빠져 약 3년간 작곡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친구의 소개로 전문가의 최면 치료를 받으며 다시 작곡을 시작한 라흐마니노프는 1901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완성하였고, 11월 이뤄진 초연이 호평받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묵직한 피아노 독주로 시작되는 제1악장의 도입부는 ‘크렘린궁의 종소리’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매우 인상적이다. 정열과 감미로움 속에 러시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어 제2악장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성이 돋보인다. 꿈을 꾸듯 자유로운 형식의 환상곡 분위기 속에 라흐마니노프는 다성 음악의 효과와 뛰어난 관현악법을 발휘하고 있다. 제3악장에 이르면 경쾌함과 생동감이 넘치고, 현란한 피아노 기교 속에 장쾌하게 전곡을 마친다.
피아니스트 김상영은 2002년 18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잉글랜드 콘체르토 콩쿠르를 비롯한 하이다 헤르만스, 클리블랜드, 아리조나 뵈젠도르퍼, 이탈리아 산 마리노,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등을 석권하며 피아니스트로서 기반을 다졌다. 특히 아리조나 뵈젠도르퍼 국제 콩쿠르에서는 1위와 더불어 쇼팽상과 러시아 작곡가상을 받았고, 그의 연주를 기리기 위해 매년 김상영 어워즈가 비르투오조상으로 수여되고 있다. 2019년에는 크리에이티브 매니지먼트 콩쿠르에서 1위를 하며 카네기 홀 데뷔의 영예를 안았다.
뉴잉글랜드 음악원 필하모닉, 벨기에 왕립교향악단, 벨기에 국립교향악단, 서울시향, 성남시향 등과 협연하며 마린 알솝, 폴라 로비슨 등 음악 대가들과 호흡을 맞췄고, 예술의전당, 금호아트홀, 미국 노리스 센터, 조던 홀, 카네기 홀, 볼튼 극장, 캐나다 로자 센터, 프랑스 쿠쉬벨 페스티벌 등 주요 미주, 유럽 도시와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연주 활동을 펼쳤다.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박사까지 취득하였으며,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크넬 대학교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계명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객원지휘를 맡은 박준성은 16세 때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피아노과에 최연소로 입학했으며,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지휘과 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2017-2019시즌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활동하였으며, 영국 ‘그랜지 파크 오페라’, ‘BBC 프롬스’,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다수의 페스티벌에서 부지휘자를 역임하였다.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왕립 스코틀랜드 국립교향악단, BBC 웨일스 국립교향악단, 빈 체임버오케스트라, 야나체크 필하모닉, 루토스와프스키 필하모닉, 노이브란덴부르크 필하모니, 프랑크푸르트 브란덴부르크 주립교향악단 등을 지휘하였으며, 국내에서는 강남심포니, 광주시향, <2021 교향악축제>에서 프라임필하모닉을 이끌었다.
2020년 아르투르 니키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였으며, 2016년에는 하차투리안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1위 및 오케스트라가 뽑은 지휘자상, 해석상, 초청 연주상 3개의 특별상을 함께 석권하였다. 또한 2015년에는 부카레스트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바 있다. 2016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키지아나 뮤직 아카데미 페스티벌에 참가한 그는 다니엘레 가티가 선정한 최우수상 및 초청 연주상을 받았다.
대구시향 <제498회 정기연주회>는 일반 R석 3만원, S석 1만 6천원, H석 1만원으로,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 인터파크(1661-2431)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예매 취소는 공연 전일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모든 할인의 중복 적용은 불가하며, 공연 당일 티켓 수령 시 반드시 할인에 따른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초등학생(8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