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17대 대통령선게에서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의 여러 공약 중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공약은 아무래도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한표를 행사한 분들까지도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시행만은 좀 더 심사숙고해주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지난 1995년 개국이래 대구,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민영방송사인 TBC 대구방송에서는 신년특별기획으로 1월 2일부터 5일까지 3일간 다큐멘터리 '인간과 운하'를 방영했습니다. (방송시간: 17:30 ~ 18:20)
최근 대구, 경북 지역의 지자체를 비롯해 운하 건설 예정지역의 지자체들이 앞다퉈 대운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며 운하 건설로 인한 지역발전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에다 4일 이명박 당선자의 최측근인 이재오 한다라당 의원이 반대 의견은 수렴하겠지만, 운하는 건설할 것이라 밝히는 등 대운하 건설을 기정사실화함에따라 한반도 대운하로 인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시기에 TBC 대구방송의 이번 신년특별기획 앙코르 '인간과 운하'는 상당히 민감한 시기에 방송되는터라 그만큼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3일동안 방송된 '인간과 운하'는 그야말로 실망 그자체였습니다.
먼저, 이전에 방영되었던 작품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무려 11년전의 작품을 그것도 단순 재방영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은 새해벽두부터 저녁 황금시간대 바로 앞에 방영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하는 의구심이 들게 할 뿐입니다.
게다가,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보면 이런 의구심은 더욱 커져만 갈 뿐입니다.
제1부 물길을 잡아라 - 벨기에 편을 보면 강대국으로 둘러쌓인 벨기에가 유럽의 중심으로 도약하고자 운하를 건설, 확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운하의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로 들고 있는 벨기에의 내륙산업도시 리에주와 북해를 연결하는 알베르운하의 경우, 한반도 대운화는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벨기에의 경우 중화학공업 공장들이 운하를 끼고 건설되어 운하의 물동량을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의 경우 동남권 해안을 따라 중화학공업이 발달되어 있고, 운하를 건설할 만큼의 내륙산업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국내 중화학공업은 얼마전까지 중복, 과잉 투자가 문제가 되어왔는데다, 현재는 정보기술분야 등으로 산업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운하의 물동량을 뒷받침할만한 1, 2차 산업의 신규 개발 여력이 보이질 않다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내륙지역의 개발을 위해 운하를 건설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한반도 대운하가 내륙지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물론, 운하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해보면 더욱 회의적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벨기에의 경우, 도로나 철도가 지금처럼 발달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500여년의 운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과 육지로 국경을 맞대고 있고 그에따라 그들 나라와 운하를 통해 연결되어 있어 물동량 확보에 유리한 것과는 달리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벨기에의 예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운하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정수처리 시설이나 표고차를 극복할 수 있는 롱키엘의 인클라인, 스트래피 티유의 리프트 등은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와 같은 막대한 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비용을 생각해본다면 운하를 민자로 건설하겠다는 한반도 대운하에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더욱 짙어지게할 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벨기에 편에서 운하를 후손에게 남겨줄 생존의 도구, 지방간 경제발전의 차이를 극복할 수단, 국민의 단합을 이룰 수단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은 운하를 너무 감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인지 대운하 홍보영상을 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2006년 11월에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인간과 운하'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상영되었다고 나오는데, 동일한 작품인지는 모르겠네요. - '경부운하 국민경제효과 년 6조3,900억' - CNBNEWS)
제2부 살아있는 물길 - 라인마인 도나우 편에서는 북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독일의 라인마인 도나우 운하를 통해 친환경적인 운하, 관광자원으로써의 운하에 대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운하의 물이 생활용수로 사용되는 장면, 운하로 인해 홍수 걱정이 줄었다는 주민의 말, 다른 강물의 유입으로 기존의 강의 수질이 개선되었다는 언급, 그리고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있는 장면 등 운하의 다양한 장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근 자연공업으로 시공된 라인마인 도나우 운하를 보여주며, 단순히 화물 수송로의 역할뿐 아니라 관광객들을 위한 유람선의 행로가 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트뮐 계곡의 경우, 처음 건설당시에는 지역 주민과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대에따라 건설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고, 이후 조경학자 그라베 교수의 조언을 받아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계를 변경해 건설하게되었고 현재는 조류나 어류의 서식처가 되고있음은 물론이고 운하건설로 예전보다 아름다워진 계곡을 보러 관광객들이 증가해 운하주변의 소득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운하건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 식당주인을 소개하고 있는데, 운하 건설로 소득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은 물론 식당주인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썩은 나무 뿌리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자연예찬론자라고 하며 벽 한가득 나무 뿌리를 걸어두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의도적으로 삽입한 장면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과 같이 1921년 설립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기위해 독일과 바이에른주에의해 설립된 RMD사는 마인강과 바이에른 주의 수력 발전소 60여개 수익과 정부 융자로 운하를 건설할 수 있었으며, 2050년이 되서야 융자금을 모두 갚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현재는 300여명만이 운하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점, 라인마인 도나우 운하가 내륙수로로서의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 생태계복원을 위한 자연경관 조성에 1400여억원이 투자되었다는 점은 현재 경제성을 최우선 가치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였니다.
그래도, 수량이 부족한 수계운하 시공의 표본이 되고있는 절수식 갑문과 운하에 원할한 물공급을 위한 롯시 저수지, 듀러 저수지등의 소개는 인상적이었습니다.
2부가 1부보다는 운하에 대해 좀 더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내용이 친환경적 운하와 관광자원으로써의 운하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다 그대로 두고 보는 것만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언급이나 앞으로 진정한 역사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은 2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운하로 인한 환경파괴와 그로인한 관광객 감소등 보다 다양한 사례 또한 충분히 조사해 방영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긍정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는 점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제3부 물류경쟁, 이제 수로다 편에서는 대표적인 운하 국가인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어 수로를 통한 수송이 미래를 위한 안전한 선택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수송되는 제품 또한 석유나 자갈, 농산물에서 최근 자동차, 화학제품, 컨테이너가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의 관문이라 불리는 로테르담을 통해 수로와 철도의 연계를 강조하는 한편 신속하고 안전한 운행을 위한 다양한 설비와 장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와 접해있는 지정학적 위치와 라인강과 이어진 왈강 등 수로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한반도 대운하에 적용하는 것 역시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재방영된 TBC 신년특별기획 앙코르 '인간과 운하'를 평가해보자면, 객관적 시각으로 보다 다양한 사례를 전달하기보다는 운하에대한 긍정적인 사례가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큰 작품이었으며, 설사 11년전의 제작당시의 의도가 그랬다고 하더라도 최근 한반도 대운하로 인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11년이 지난 현재, 현지의 상황과 함께 그로인한 부정적인 사례를 추가 방영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한반도 대운하에대해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어 위와같이 느껴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위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어 TBC 대구방송의 '인간과 운하'를 시청하고자 하는 분이 있으시면 TBC 홈페이에서 VOD 서비스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실천하는 대통령을 기치로 불도저같은 추친력이 돋보이는 이명박 당선자인만큼 가장 주목받고, 또한 그만큼 가장 큰 논란이 일고있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경우,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이 한번 착공이 진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사업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진행된다면 그 어느 지역보다 먼저 착공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구, 경북인 만큼 지역주민들이 운하건설로 인한 막연한 지역발전의 기대감에 사로잡혀 맹목적인 지지를 하기보다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로인한 경제적, 환경적 실익을 보다 이성적으로 차분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도 대구, 경북의 지역 매체들이 앞장서 기대감을 부풀리기보다는 균형잡힌 시각에서 지금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심도있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론사의 역할은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 편향된 시각의 주장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는 다양하고 심도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인간과 운하'는 1996년 6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을 수상한 바 있고,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TBC 대구방송의 주요 주주사로 귀뚜라미보일러(주), 월드건설(주), 대구백화점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구 지역 언론사의 대운하 띄우기에 대한 비판 기사가 있어 소개해 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방문하셔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덧) '인간과 운하'가 운하에 대한 11년전의 해외사례를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인 만큼 당시와는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계시는 교포분들 중 현지에서 바라 본 한반도 대운하, 또는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운하에 대한 현지의 평가에 대해 댓글이나 트랙백을 통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