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도가 넘어 긴팔 상의가 부담스러운 완연한 봄날씨 속에 식목일 바로 다음날인 6일 하루동안 영남지역에서는
산불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6일 오전 11시경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산불을 시작으로 12시 24분경
대구 달성군 옥포면에서 산불이, 그리고 구미, 군위, 안동, 김해, 거제, 밀양, 부산 기장군 등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100ha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됐다고 합니다. 그 중 대구 달성군 옥포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대구 화원에서
비슬산 용연사로 들어가는 길은 대구에서도 유명한
벚꽃길인데, 얼마남지 않은 벚꽃 개화기간에 맞춰 촬영차 용연사 벚꽃길 산책을 나섰다 화재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벚꽃길을 따라 한참 용연사 쪽으로 걸으며 촬영을 하고 있는데,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소방차들이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급하게 올라가더군요.
조금지나 옥연지에 다다르자 희뿌연 연기가 산을 뒤덮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건조한 날씨탓에 건조주의보에다 산불방지 특별비상경계령이 발효된 상황이었는데, 오늘따라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산불은 금새 산등성이를 따라 주변으로 옮겨붙고 있었습니다.
대구 달성군 산불 화재 현장
대구 달성군 산불 화재 현장 동영상
(
대구 달성군 옥포면 김흥리 2009.4.6, 촬영: 소니 HDR-CX7)
용연사 쪽으로 계속 걸어가며 화재 진압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진화작업 중인 대여섯대의 소방헬기는 계속해서 굉음을 울리며 머리위를 날고 있고, 갓길에는 소방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 반송초등학교 부근에는 산아래까지 번진 불을 진화중인 소방관과 공무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자신의 앞에서 벌겋게 타오르는 산불을 갈고리 하나로 막고 있었습니다.
소방관들과 공무원들의 진화작업으로 오후 4시경이 되어서는 태양을 가릴 정도로 위세를 떨치던 검붉은 연기도 조금씩 잦아 들기 시작하더군요.
산불이 발생한 달성군 옥포면 김흥리 일대
(
산불발생지역, 다음지도보기)
조금 더 지켜보려다 교통통제로 인해 버스가 다니질 않는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벚꽃길을 따라 용연사까지 간 다음 버스를 타고 돌아 올 예정이었는데, 산불로 인해 버스 운행이 중단된 것이었습니다.
작은 산불은 이전에 몇번 목격한 적이 있었고 진화작업에도 참여해봤지만, 이번처럼 큰 산불을 목격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건조하고 바람도 거센 탓에 진화작업이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다행히 바로 아래 꽤 큰 저수지(옥연지)가 있었는데다, 빠른 진화작업으로 피해를 줄 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산불이 발생한 곳 바로 앞에 마을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그 사이로 계곡이 있어 산불이 마을로 번지지 않아 인명(재산)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단 하나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기우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산불발생지역 바로 앞에 주유소와 가스충전소가 있었는데, 진화작업 도중에도 계속해서 영업을 하고 있더군요. 물론, 그 사이로 계곡이 있어 직접 산불이 번질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작은 불씨하나로인해 대형사고 발생할 수 도 있는 상황에서 가스를 충전하고, 기름을 넣는 장면을 보니 걱정스러웠습니다. 완전 진화까지 영업을 중단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했어야 하는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화재발생지역 인근 가스충전소
달성군 옥포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인근주민 15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고, 임야 0.7ha를 태웠지만, 다행히 발생 5시간여만에 진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야 50ha를 태우고도 여전히 불길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불길이 북구 관음변전소쪽으로 번지면서 정전피해마저 우려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건조한 날씨는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하며, 경북 전지역에는 건조주의보가 발효중이라고 하니 화재예방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