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로 들어서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얇은 가을 옷이 걸려있던 옷걸이에는 어느 새 장농속 깊이 넣어 두었던 두툼한 겨울 옷들이 그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찾아간 대구수목원의 나무들도 겨울 맞이가 끝난 듯, 지푸라기로 만든 두툼한 겨울옷으로 갈아 입었더군요.
발가벗은 몸에 사각팬티 하나 달랑 걸친 녀석부터, 겨울 파카를 몇개나 겹쳐입은 듯 형체를 구분할 수 없는 녀석까지 각자 제 몸에 맞는 겨울 옷을 입고 있었는데, 각양각색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
어찌나 두툼한 옷을 입고 있는지 마치 짚단을 세로로 세워놓은 것 같이 보이는 층층나무과의 식나무
겨울 맞이가 끝난 대구수목원 풍경 동영상
아래 '사진 더보기'를 클릭하시면, 다양한 겨울 옷을 입고 있는 나무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거꾸로 된 하트 모양의 옷을 입고 있는 녀석.
작은 사각 팬티 하나 달랑 걸친 녀석들
알고보니 저건 겨울 옷이 아니라 '잠복소'라고 나무에서 활동하던 해충들이 겨울이 되면 땅속으로 이동을 하는데, 중간지점인 나무 기둥에 저걸 설치해 놓으면 해충들이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고 합니다. 이듬 해 봄, 잠복소를 수거해 태워버리면 해충을 방제하게 되는 것인데, 그야말로 친환경 해충 박멸 시설인 셈인 것입니다.
겨울 옷이 아니라 겨울집을 마련한 녀석들도 보이더군요.
집안을 들여다보니 아직도 무성한 푸른 잎을 가진 녀석이더군요.
키작은 나무들도 제 몸에 맞는 겨울 옷을 입고 있습니다.
말라버린 잔디밭 한가운데 볏짚을 세모나게 세워둔 게 눈에 띄어 다가갔습니다.
볏짚 담장 넘어 푸른 빛을 간직한 풀잎들이 보이더군요.
겨울을 잊은 듯, 새순이 돋아나고 있는데 자그마한게 귀엽기도 하고, 쌀쌀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른 빛을 내뿜는 모습을 보니 그 끈질긴 생명력에 새삼 감탄하게 돼더군요.
수목원 제일 깊은 곳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자그마한 나무 한그루 한그루 일일이 겨울 옷을 입혀주느라 애쓰셨을 텐데, 쌀쌀한 날씨에도 여전히 더 좋은 수목원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걸 보니 작은 풀 한포기조차 직원 분들의 정성으로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더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
겨울이라 찾는 사람은 줄었지만, 대구수목원은 한 여름 만큼이나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사람 소리가 줄어 그런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바람 소리를 보다 깊이 들을 수 있어 더 즐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