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 많은 분들이 가족과 연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되는데, 외로운 솔로부대원인 저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장 지루한 휴일 중 하나일 뿐이죠. ^^;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하루종일 TV를 틀어놓고 집에서 빈둥거리다 남들 다 있는 여자친구도 하나없냐는 어머니의 타박을 듣곤 했었는데, 이번 크리스마스도 어쩔 수 없이 홀로 보내야했던터라 그냥 무료하게 보내기보다는 운동도 하고, 맑은 공기도 마실겸해서
대구 팔공산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팔공산 또한 커플들의 마수가 뻗치고 있긴 했지만, 대부분 데이트 나온 커플들은 팔공산 공원 입구에 몰려있는데다 등산로를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니 커플들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등산객들조차 별로 눈에 안띄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오랜만에 산에 올라서인지 정말 상쾌하더군요. ^^;
한참을 오르다 잠시 쉬어가려 바위에 걸터앉아 있는데, 사람 소리가 들려 돌아봤더니 멀리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한 참을 서서 이쪽으로 가자, 아니 저쪽으로 가자 승강이를 벌이다가 이내 등산로가 아닌 '등산로폐쇄' 현수막이 걸린 샛길을 따라 오르시더군요. --;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올라가는 걸 보고 따라 올라가는 아주머니들. 사진상으로 보면 샛길에서는 '등산로폐쇄' 현수막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등산로에서 샛길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보면 바로 눈에 띄는 곳에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솔직히 그 길로 올라가는 게 조금 힘이 들긴해도, 빨리 올라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건 알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일부러 현수막까지 걸어가며 출입을 금하는 곳인데, 조금 망설이긴 하셨지만 결국 그 길로 올라가는 걸 보니 씁쓸하더란 말이죠.
게다가, 뒤이어 올라오던 다른 등산객들도 그 분들이 올라가는 걸 보더니 거리낌없이 뒤따라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욱 그랬습니다.
(아주머니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뒤따라 올라가는 등산객들)
하산을 하는 길에도 등산객들이 몰려있어 궁금한 마음에 다가갔더니, 입산금지 현수막 바로 뒷편에서 나무에 꼭대기에 달린 겨우살이를 나무를 발로 차서 흔들어가며 따고 있는데,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
도시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름있는 산이면 어디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다, 많은 이들이 이리저리 마구잡이로 오르는 탓에 큰 등산로이외에도 작은 샛길이 수도없이 많다는 것은 산에 몇번 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또, 그로인해 산이 많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 또한 다들 느끼고 있으실 겁니다.
게다가, 겨울철이되면 건조한 날씨로인해 산불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탓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의 경우, 이에 대비하기위해 주요한 등산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은 등산로는 통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폐쇄된 등산로로 오르는 분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안타깝더군요.
폐쇄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것 또한 포함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입산통제구역에 입산을 하기위해서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하고, 허가없이 입산할 경우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9조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고 합니다.
산이 좋아 오르는 분들이라면 이런 과태료 처분이 없다하더라도 누구나 다 받아들이는 산의 그 넉넉함을 앞으로도 계속 만끽하고 싶으시다면 관리단체에서 지시하는 사항을 제대로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되돌아보면 2007년은 그 어느 때보다 산불 피해가 심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악의 산불로 기억될 그리스 산불부터 캘리포니아 산불까지 비록 매체를 통해서였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자그마한 실수가 얼마나 큰 대형참사를 불러왔는지 생생히 목격하실 수 있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등산객 여러분, 조금은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제발 지킬 것은 지켜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