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소싸움축제를 보고 청도읍내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근처
덕사(德寺)라는 곳에서 유등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돌려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데, 유등제를 알리는 안내문을 따라 한참을 갔는데도, 좀처럼 덕사가 보이지를 않는 겁니다.
길을 잘못들어섰나싶어 지나가는 할머니께 근처에 덕사가 있냐고 여쭈었더니, 글쎄 '덕사? 덕사가 어딨노?'하시며 모르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낭패다 싶어 이번에는 조금 젊어보이는 아주머니께 물었더니 처음에는 모르겠다고 하시더니, 한참을 생각하다 '아, 떡절!'하시는 겁니다. 그러면서, 청도 사람은 덕사라하면 모르고 떡절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는게 아니겠습니까. 속으로 떡절이라, 절이름도 참 특이하구나 생각하며 아주머니가 말씀해주신대로 찾아갔습니다.
알려주신대로 조금 걷다보니 길가에 불꺼진 연등이 줄지어 달려있는게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연등을 따라 걸으니 금새 연등제가 열리는 청도천 고수부지가 보이더란 말이죠. 바로 앞에다 두고 그리도 헤메인 걸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오더군요. ^^;
한낮, 아직 불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청도천과 근처
파랑새다리 위를 가득 장식하고 있는 갖가지 색의 연꽃등은 정말 장관이더군요. 그래도, 더 멋진 유등제 풍경을 보고 싶어 해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남는 시간동안 덕사를 방문했습니다.
파랑새다리를 지나 주구산을 한 십여분 오르니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절이 청도천을 내려다보며 자리하고 있더군요. 청도 사람들은 덕사를 왜 떡절이라 부르는지 궁금해 도착하자마자 맨 먼저 안내문을 읽어봤습니다.
알고보니 덕사가 세워진 까닭이 참으로 재미있더군요. 조선시대 청도군수로 부임한 황응규가 선조9년(1576)에 개가 달리는 형상을 하고 있는 주구산(走狗山)이 청도에 좋을리 없다하여 달아나는 개에게 떡을 주어 머물게 하기위해 개의 입에 해당하는 곳에 절을 짓고, 절이름을 '떡절'이라 하고 한자로는 '餠寺(떡 병/ 절 사)'라고 표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떡절을 덕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덕사(德寺)라는 이름도 아마 떡절이 떡사로, 이어 덕사로 변한게 아닌가 싶네요.
그때문에 청도분들은 덕사보다는 원래대로 떡절이라 부르고 있고, 덕사라는 이름은 잘 모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그럼, 떡절 풍경을 감상해보세요.
굶주린 개를 달래기위해 세워진 절인 탓인지, 절마당 한가운데에는 떡을 배부르게 먹어서인지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축 늘어져 잠을 청하고 있는 백구가 자리하고 있더군요. ^^
녀석, 사람이 다가가도 그대로 자더군요. ^^;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또다른 백구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짖어대는대도 깨지도 않고 그대로 계속 자더군요. 참 팔자좋은 녀석인 것 같습니다. ^^
청도를 방문하신다면, 잠시 시간내어 떡절을 방문해보세요. 그리고, 떡을 배불리 먹어서인지 퍼드러져 자는 백구도 구경해보시구요. ^^
덧) 청도 유등제의 멋진 풍경은 다음에 보여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