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 스리랑카. 동양의 진주라 불리는 스리랑카는 예로부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의 요충지였다.
스리랑카의 최대 도시이자 행정 경제 수도 콜롬보에서 서북쪽으로 약 159km를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해안 도시 칼피티야는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서핑을 즐기는 해변의 한편에는 바다와 힘겨루기를 하며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있다.
해변 모래사장 위에 야자 나뭇잎으로 지붕을 얹은 막사를 지어 놓고 공동생활을 하며 고기를 잡는 마댈의 어부들. 마댈은 가까운 바다에 쳐놓은 그물을 육지에서 20~30명의 사람이 끌어당겨 고기를 잡는 스리랑카 전통 어업이다. 배가 없어 먼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을 수 없는 어부들이 사용하던 방법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마댈을 할 수 있는 시기는 12월에서 5월 사이. 6개월간 20~30명의 어부들이 해변가에 모여 살며 고기를 잡는다.
작은 배 한 척에 1km에 달하는 그물을 싣고 해변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지점까지 이동을 하고 나면 투망이 시작된다. 배를 중심으로 둥글게 그물을 내리고 나면 그물의 양쪽 끝을 다시 뭍으로 가지고 가 그물 양쪽에 사람들이 매달려 당기기 시작하는 것. 그물 무게만 약 1.5톤 거기다 물고기와 거센 파도까지 더해지면 육지에서 당기는 그물의 무게는 약 4톤에 이른다는데. 어부들은 허리에 두른 띠를 그물에 고정시킨 후 온몸에 힘을 주며 그물을 당긴다. 요즘에는 마댈을 하려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사람이 모자랄 때면 트랙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바다에 그물을 내리고 그물을 당겨 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남짓. 온 힘을 다해 그물을 위로 올려도 성과가 좋지 않다. 최근 내린 많은 비의 영향으로 해파리 떼가 출몰했기 때문이다. 그물 가득 물고기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해파리에 어부들은 실망한 표정을 감출 수 없다.
마댈 작업은 보통 하루에 4~5번 정도 반복해서 이뤄지는데, 점심 식사 후 다시 작업을 준비하던 작업반장 쥬드 씨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먹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파도가 더 거세졌기 때문. 하지만 오전 작업에 해파리 떼가 잔뜩 걸려왔기 때문에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다시 조업에 나선다. 궂은 날씨에 이어진 마댈 조업. 다행히 오전보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 양과 종류가 많아 걱정을 내려놓는다.
6개월 전부터 마댈 어부로 일하고 있는 28살의 사짓. 마댈 작업반장인 쥬드 씨의 조카인 그는 큰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고 싶어 마댈 어부로 일하고 있다. 돌아가신 사짓의 아버지 역시 마댈 어부였기에 열심히 일을 배워 훗날 큰아버지처럼 작업반장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일을 배우고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공동 막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짓. 집까지 거리는 불과 40km에 불과하지만 교통편이 불편하다 보니 한 번 집에 가려면 서너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휴가를 얻어 집을 방문한다는데. 늘 자기 전 아내와 통화를 하고 가족사진을 보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거대한 그물로 거친 파도와 맞서며 고기를 잡는 스리랑카 마댈 어부들의 이야기는 오는 1월 29일(월) 밤 10시 50분 EBS 1TV <인간과 바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