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매체를 통해 소식을 들으셨으리라 생각하는데, 지난 3일부터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과 안산시 탄도항 일원에서
2009 경기국제보트쇼 &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같이 전곡항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께 위치를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하루에 두번 바닷길이 열려 '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제부도 바로 옆에 위치한 곳이
전곡항이고 마주보고 있는 곳이
탄도항입니다. ^^
(
다음지도로 자세히보기)
여행도 하고, 취재도 할 겸 지난 5일 경기국제보트쇼에 다녀왔는데, 대구 '촌놈'이 저 먼 경기도 구석(?)까지 다녀오느라 그야말로 개고생을 하고 말았습니다. --;
대구에서 그곳까지 다녀오는 교통비와 식비를 생각하면 꽤 많은 비용이 지출될 것 같아 최대한 저렴하게 다녀오려는 목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그로인해 개고생이 시작된 것이죠.
전곡항이라는 곳을 처음 들어본 터라 우선
경기국제보트쇼 홈페이지를 찾아 대중교통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먼저
수원역부터 찾아가는게 가장 편하겠더군요.
코레일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대구에서 수원까지 약 세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새벽 4시 기차가 처음이니 도착하면 7시가 되고, 수원에서 전곡항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는 모르지만 시내버스이니 한시간 이내일거라 예상하고, 그 정도면 딱 괜찮을 것 같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새벽 기차를 타려면 요금이 올라버린 택시를 타야하는데다 수원에서 전곡까지는 어떤 돌발상황에 처할지 모르니 조금 넉넉하게 출발하는게 좋을 듯 싶어 자정 기차를 선택했습니다.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세시간 정도 푹 자고 일어나면 수원에 도착하리라는 생각이었죠.
무엇보다 이왕 제부도 근처에 가는 김에 '모세의 기적'도 보고,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에서 요즘 일출시간은 5시 10분정도라는 걸 확인하고 서해안의 일출도 촬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컸고, 게다가 경기국제보트쇼 홈페이지에 1004번 첫차가 4시 25분이라 적혀 있어 아슬아슬 하겠지만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일 저녁, 캠코더에다 삼각대 그리고 (시험삼아) 혹시나 실시간으로 경기국제보트쇼 소식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노트북까지 한꾸러미를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마지막 지하철을 잡아타고 대구역에 도착해 가벼운 마음으로 예매해둔 서울행 00:32 분 열차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자정 열차임에도 꽤 많은 승객들이 탑승해 있더군요. 게다가 옆 좌석에는 벌써 잠에 취한 분이 자리잡고 계시고...^^;
좌석에 앉아 잠을 자려고 하는데, 그게 또 잠이 오질 않는 겁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김천을 지나 슬슬 잠이 오려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여자분이 객차 안을 왔다갔다 하는 겁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지켜보는데, 승무원을 불러 무슨 이야기를 나누더니 계속 왔다갔다하다가는 때로는 뛰어다니기까지 하더군요. 신경이 쓰여 잠이 오질 않더군요.
한참이나 그러다가는 대전 즈음을 지나 결국 내리는데, 창밖으로 쳐다보니 경찰이 만취한 듯 보이는 남성을 부축한 채 데리고 가고, 그 뒤로 객차안을 뛰어다니던 여성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며 따라 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그로인해 제대로 잠도 못자고 반 이상을 지나고 말았던 겁니다. --;
나머지 시간 동안 잠을 조금이나마 자기는 했습니다만 이런저런 시끄러운 소리때문에 제대로 눈을 붙이지는 못한 채 새벽 4시 즈음 수원역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수원역(새벽 4시 35분경)
연신 하품을 해대며 수원역 앞에서 버스정류장을 찾는데, 친절하게도 경기국제보트쇼에 맞춰 전곡행 버스 안내표시판을 역 앞에 세워두었더군요.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이동해 기다리는데, 아무래도 낌새가 조금 이상한 겁니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 안내판과 카드충전소 안내문을 자세히 살펴봤더니 전곡행 1004번 버스 첫차는 5시 30분에 온다고 적혀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니 분명히 경기국제보트쇼 홈페이지에는 4시 25분이 첫차라고 적혀있었는데 말이죠. --;
황당해 하던 차에 마침 역 앞에서 막 노점을 차리기 시작하는 상인이 보여 여쭤봤더니 전곡행 1004번은 6시에 있다고 하시더군요. 택시를 잡아 타려다 가장 큰 목적인 '저렴한 여행'을 위해 아쉽지만 제부도 일출 촬영은 포기하고 수원역 안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죽였습니다. --;;
그때서야 알게 된 건데, 경기국제보트쇼 홈페이지에 적힌 내용은 수원역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아니라 전곡항에서 출발하는 첫차의 시간이었다는 겁니다. 표에도 전곡항 출발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만 저는 수원역에서 전곡항으로 출발하는 버스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
아무튼, 수원역에서 한시간 동안 빈둥거리다 5시 20분 정도에 정류소로 향했습니다. 노점상 아저씨께서는 6시라고 하셨지만, 정류소 시간표에는 5시 30분이라 적혀있었기에 아저씨가 착각하신 거라고 생각을 해서였습니다.
마침 정류소에 떡하니 1004번 버스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것도 '전곡행' 이라는 안내문을 붙인 버스가 말이죠. 다행이라는 생각에 가뿐히 버스에 올랐습니다. 정확히 30분이 되자 출발하더군요. 수원 구경이나 할까싶어 창밖을 쳐다보는데 금새 잠이 밀려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피로가 그제서야 밀려왔던 겁니다. 아무튼 40여분인가를 잠에 빠져 있었는데, 버스 기사님의 종점이라는 말에 잠이 깨어 버스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뭔가 이상한 겁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경기국제보트쇼 행사장은 보이지 않는게 아니겠습니까. 주민께 물어보니 제가 내린 곳은 전곡항이 아니라 제부도였던 것입니다. 제부도에도 한번 방문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지만, 그렇게 제부도 땅을 밟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죠. --;
옆에 대기하고 있던 330(?)번 버스 기사님께 물어봤더니 원래 첫차는 전곡항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 첫차를 타고 전곡항으로 가는 손님도 드물고, 먼저 회사에 들려 기름을 넣어야 하기때문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버스에 오를때 '기사님, 전곡항 가나요?'라고 한마디만 물었어도 이런 낭패를 당하지는 않았을텐데라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오더군요. 그러고보니 노점 아저씨의 말씀이 정확했던 것...
왔던 길로 돌아가 서신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는 버스 기사님의 말씀에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대구에서 왔다고 말씀을 드리니 놀라워 하시더군요. 보트쇼보러 그렇게 멀리서 왔냐며 말이죠. 제가 생각해도 아무리 볼거리가 많다고는 하지만, 대구에서 오는 건 좀 드문 일이긴 한 것 같습니다. ^^;
기사님과 인사를 나누고는 서신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리가 있나요. 전곡행 마을버스는 7시 30분에 온다는 것...
저렴한 여행이고 뭐고 포기하고 그냥 택시를 잡아 타려는 순간, 제부도행 330번 버스가 보이더군요. 기사님께 여쭤봤더니 역시나 전곡항은 들리지 않는다는 것. 330번 전체로 봤을때는 제부도행 첫차는 아니지만, 각각의 차량으로 볼때에는 제부도로 가는 첫차이니 전곡은 들리지 않고 바로 제부도로 가는 듯 보이더군요.
전곡항은 가지 않지만, 우선 타라는 말씀에 무슨 수가 있나싶어 올랐습니다. 몇 정거장을 지나서는 버스를 세우더니 한켠에 정차해있는 마을버스를 가리키며 저걸 타면 전곡항으로 간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요금은 330번에 냈다고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마을버스에 올라 330번 버스 기사님이 알려주신대로 말했더니 조금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마을버스 기사님.
몇분 후 출발해 조금 달리는가 싶더니 금새 경기국제보트쇼 행사장에 도착하는 겁니다. 전곡항 도착시간은 7시 20분.
모세의 기적과 서해안 일출을 촬영하려는 과욕과 함께 저렴한 여행을 한다는 계획이 오히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게다가 피로까지 가득 쌓이게 했건만 마지막 마을버스는 너무나 빨리, 쉽게 행사장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행사장은 경호업체 직원과 청소하는 분들만 보일 뿐 적막할 따름이고, 바다는 희뿌연 안개로 가득해 푸른 물결은 보이지도 았았습니다.
경기국제보트쇼가 열리는 전곡항의 이른 아침 풍경하지만, 개고생해서 도착한 만큼 알차게 구경하자는 욕심으로 행사가 시작하기 전 사전답사 차원에서 구석구석 돌아다녔습니다. 전곡항을 모두 둘러보고 탄도항으로 걸어서 이동한 다음, 다시 탄도항에서 전곡항으로, 그리고 전곡항 가장자리에 위치한 전망대와 해안산책로까지 그렇게 두시간 동안 개장도 안한 행사장 구석구석을 거의 대부분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9시가 넘자 관람객들이 서서히 행사장에 들어오기 시작하시더군요. 실시간 블로깅으로 축제 소식을 전하려다 귀찮아 그냥 포기하고 본격적인 행사장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수원역에서 시간을 보낼때는 잘 사용하긴 했지만, 귀찮아 실시간 블로깅을 안 할거면 왜 무거운 노트북은 싸들고 온 건지...스스로도 이해가 가질 않네요. ^^;
아무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대구에 살다가 탁트인 항구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가하다보니 정말 느낌이 색다르더군요. 게다가 워낙 규모가 큰 축제이다보니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도 다양하고 말이죠. 그리고, 각 부스마다 아리따운 도우미 아가씨들까지 자리하고 있고...
특이한건 내국인들은 도우미들이 워낙 익숙해서인지 그냥 지나치는데, 외국인들은 신기한지 도우미들과 어깨동무에, 손까지 잡고 사진 찍는 분들이 종종 보이더군요. 내국인이 그랬다면 아마 변태 또는 밝힌다는 소리를 들었을 법한...^^;
그런데, 새벽부터 싸돌아다녔더니 정오가 지나자 피로가 몰려오는 겁니다. 아직 보고싶은 것도 많고, 타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피곤에 못이겨 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대충대충 둘러보다가는 4시가 넘어 전곡항을 벗어나 수원역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럴수가... 개고생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할 마지막 시련이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대구행 열차가 모두 매진이더라는 것. 하는 수 없이 7시 13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1호차 입석을 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3시간넘게 서서 오려니 너무 심심해 카페 열차에 수시로 드나들며 이것저것 사먹는 바람에 꽤 많은 비용이 추가되는 사태를 맞이하기까지...그로인해 저렴한 여행은 물건너가고 하루종일 개고생만 했다는 겁니다. ^^;
집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광고 문구처럼 애시당초 집을 나설 때부터 고생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는 것입니다. --;
그래도, 고생은 젊었을 때 사서도 한다고 하지 않던가요. 이런저런 고생을 하다보면 좀 더 여유도 생길테고, 또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되기도 할테니 말이죠. 그리고, 고생은 했지만 바다 구경도 실컷하고, 멋진 요트 경기도 봤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
참고로, 경기국제보트쇼 관람기는 시간나는 대로 자세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