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연극을 관람했습니다. 그것도 좌석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소극장 연극을 말이죠.
올해로 스물여섯번째를 맞는
대구연극제가 지난
4월 14일(화)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중 비경연부문으로 참가한
극단 온누리의 '
무서운 가족'을 관람했습니다.
알고보니 연극 '무서운 가족'은 KBS 대구의 간판프로, '행복발견 오늘'에서 맛집을 소개해주시는 등 지역에서 다양한 방송활동을 펼치고 계신 김재만 작가의 작품이더군요. 그래서인지, 배경도 대구 도심의 어느 뒷골목(?)이고, 등장인물들의 사투리도 구수허니 지역색이 강한 연극작품이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이런 지역색이 강한 작품들이 광주나 전라도 등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잠시 드네요. 전라도, 광주의 연극도 대구, 경북에서 선보이고 말이죠. ^^;
대구시청을 지나
예술극장 온으로 들어서려는데,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두명의 건장한 청년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잠시 '흠칫' 했는데, 알고보니 '무서운 가족'에 출연하는 배우들이더군요. 배우들이 극장 앞까지 나와 관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독특하면서도 친절하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간이 콩알만한 탓에...잠시...흠칫...^^;)
채 100여석이 안되는 자그마한, 이름그대로 소극장인 예술극장 온에는 평일 공연임에도 예상보다 많은 관객, 특히 아리따운 여성분들이 자리를 하고 있더군요. ^^;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했던 두 명의 양아치(?)들이 관람시 유의할 점을 협박조로 친절하게 설명한 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서운 가족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도심의 어느 뒷골목 쪽방집, 그곳에는 대학교수를 지내다 이를 버리고 택시운전을 하며 살아가는 집주인 영감과 하나뿐인 손녀 보라, 그리고 한탕만을 꿈꾸는 부동산 중개업자 김씨, 화투장에 손을 대며 가정파탄의 아픔을 겪은 안동댁, 별다른 직업도 없이 일수업자들에게 늘 시달리는 청년 성민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동네가 재개발된다는 정보를 접한 땅 투기꾼, 천사장이 나타나며 이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미면서 탐욕에 눈 먼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연극 '
무서운 가족'은 제목과는 달리 그야말로 서글픈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의 해체, 희망이란 찾아 볼 수 없는 삶, 절망, 탐욕이라는 문구들로 가득한 연극입니다. 그 때문인지 중간중간 삽입된 웃음코드는 큰 웃음을 유발하지만, 유쾌하지 않는 씁쓸한 뒷맛을 남길 뿐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정말 '무서운' 가족이 맞는 것 같긴 하군요. ^^;)
오랜만에 본 소극장 연극, 내용은 너무나 '무서운' 현실을 담고 있어 개운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정말 다시한번 그 매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씨와 안동댁 역을 맡은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정말 대단하더군요. ^^;
따스한 봄날, 오랜만에 '연극' 나들이 하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로, 제26회 대구연극제는 오는 26일(일)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 26th 대구연극제 (
관련정보보기)
- 4월 20일(월) 어미곡 (극단 예전) 시민회관
- 4월 22일(수) 박무근일가 (극단 한울림) 시민회관
- 4월 24일(금) 이구아나 (극단 처용) 시민회관
- 4.17~26 데이트 (극단 마루) 한울림소극장
- 4.22~26 비오는날의 축제 (대구무대) 씨어터 우전
- 4.22~26 타이피스트 (이송희 레퍼토리) 빈티지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