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 더이상 그를 찾는 사람도 기억하는 사람도 사라져버리자 졸지에 그 또한 백수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백수가 되어버린 태권브이를 통해 탐욕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버려진 현대인의 심리적 죽음을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꼬집는 전시회가 열렸다기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갤러리 소헌에서 젊은 작가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전시공간 '소헌 컨템포러리'에서 팝아티스트 성태진씨의 '태권V episode 展'이 열린 것이죠. 그런데, 알고보니 지난 14일부터 열려 어제가 마지막 전시일이더군요. 일찍 알았더라면 제 글을 통해서나마 좀 더 많은 분들이 이번 전시회를 찾아주시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네요. 다음부터는 좋은(?) 전시회 소식을 한발 앞서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태권V episode 展 - 성태진 (소헌 컨템포러리)
- 미술에 대해 눈꼽만큼도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라 감상을 적는 것조차 조금 두렵긴하지만, 그냥 이런 시각도 있구나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
나의 일그러진 영웅 - 성태진
악당을 물리치던 영웅이 백수가 되어 맨발에, 파란 츄리닝차림을 하고 술이 떡이되게 마시며 울부짓는 모습이란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모르게 씁쓸함이 느껴집니다.
우리의 영웅이 무관심속에 맨발의 백수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었는데다, 용맹하던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저리 신세한탄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언제까지 신세한탄만을 할 수는 없는 법, 이제 결연한 의지를 품고 다시금 달려나갑니다.
이제 태권브이 앞에 희망찬 미래가 다가올까요? 인생이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법, 언젠가는 다시 병나발을 불며 신세한탄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죠. --;
개인적으로 이번 성태진씨의 전시회는 백수가 되어버린 태권브이라는 독특한 발상 뿐만아니라 작품의 소재와 형식 또한 정말 특이하더군요.
문외한이라 그런지 팝아트하면 보통 앤디워홀이 떠오르기 마련이고, 앤디워홀이라 하면 공장이라 불리는 작업공간에서 작품을 대량생산한 것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이번 성태진씨의 작품 또한 목판을 사용한 것을 보며 앤디워홀과 같은 대량생산의 의미를 부여해 획일화 되어가고 그로인해 개개인의 인간성 또한 사라져버림으로 인해 욕망과 무관심을 더욱 극대화시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란 짧은 생각을 했었는데, 제 생각과는 딴판으로 목판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 위에 겹겹이 채색을 하는 방법을 써서 마치 목판을 일반 회화에서 사용되는 캔버스같이 사용했더란 말이죠. 그것도 강렬한 색을 제대로 보여주기위해 20번이 넘게 덧칠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궂이 목판을 사용할 만한 이유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작가가 판화과 출신이기도 한데다 일반 회화가 채색을 통해서만 작품을 표현하는데 반해 목판의 경우 채색 이외에도 동일한 바탕색 아래 글자를 새겨넣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작품에 입체감을 주는 한편, 작품의 내용을 더욱 직설적으로 나타내주는 것 같더군요. 예를 들어, 위에 보여드린 '거치른 들판으로 달려가자' 의 경우 녹색으로 칠해진 바탕아래에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새겨넣어 상황을 더욱 재미있고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죠.
매주 전시회를 찾기로 결심을 했었는데, 그러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찾은 전시회에서 정말 독특하고 인상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여러분도 잠시 시간내어 가까운 전시장을 방문해보세요. 색다른 작품을 만나 볼 수도 있을테니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