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높이 솟아올라
만길이나 거대한데
그 산 속엔 묻힌 옛 고을
함양이라 이르네
화장사 옛 절터 지나서
엄천으로 가는 길에
푸른 대밭 띳집 있는 곳
거기가 내 고향일세
- 사숙재 강희맹 (조선시대 문장가)
지리산과 덕유산의 품에 안긴 고장, 경상남도 함양.
골짜기마다 선비의 풍류가 흐르는 그곳에는 천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이야기를 품고, 사람을 품은 채 그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림이 있습니다.
읍내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상림은 여름이면 햇살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아름드리 수목이 빽빽히 들어차 있어 함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상림은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 말, 진성여왕 때 함양태수로 온 최치원이 읍내를 가로지르는 위천의 잦은 범람을 막고자 둑을 쌓은 후 조성한 숲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숲입니다.
여보게 자네
품안에 자식이오
內外도 이부자리 안에 內外지
야무지게 산들 뾰죽할 거 없고
덤덤하게 살아도 밑질 거 없다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자
주머니 든든하면 술 한잔 받아주게
나도 돈 있으면 자네 술 사줌세
거물 거물 서산에 해 걸리면
지고 갈껀가 안고 갈껀가
- 최치원 (신라 말엽의 대문호)
오랜 세월만큼이나 상림에는 다양한 전설이 전해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중 상림에는 뱀이 없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상림에서 뱀을 보고 놀랐다는 말을 들은 최치원이 달려가 '이후 뱀 같은 미물은 상림에 들지 말라'고 한 뒤부터 뱀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실제 함양에 뱀이 없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상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는 함양 사람들의 상림에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천년의 숲, 함양 상림
가을이 시작할 무렵이면 함양 상림에는 빨간 꽃무릇이 장관을 이룬다고 합니다. 올해는 추석 무렵 절정을 이루었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시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영상에 담으리라 기약하며 일년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