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호남정맥 따라 높이 솟은 산과, 드넓은 평야가 넉넉하게 펼쳐진 정읍. 정읍에 뿌리를 내린 걸출한 산 중에서도 내장산은 가을 명산으로 손꼽히는 산이다.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신선봉 등 아홉 개의 봉우리가 말발굽 모양처럼 늘어선 내장산.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이자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워 예부터 조선 8경의 하나로 꼽혔던 내장산을 향해 성악가 장은 씨가 여정을 떠난다.
100년 전통을 잇는 정읍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샘고을시장을 시작으로 정읍 여행길에 올라선다. 약 280개의 점포와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샘고을시장은 마치 삶의 현장을 담아낸 듯 생기가 넘치고, 그 속에선 다정한 정이 오고 간다. 넉넉한 정읍의 품을 느끼며 정읍사 공원으로 걸음을 잇는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의 노랫소리를 따라 걷는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 시원스레 펼쳐진 내장저수지와 주위를 둘러싼 단풍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완연한 가을에 들어서 붉게 물들기 시작한 내장산. 정읍 1경에 속하며 전국에서도 으뜸인 내장산 단풍터널은 당단풍나무, 고로쇠나무, 신나무 등 11종의 단풍나무의 수종으로 다양하고 화려한 색감을 뽐낸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신선들이 바둑을 두다가 정자에 날개가 돋아 승천(昇天)했다는 우화정의 수려한 풍광을 눈에 담고 내장사로 향한다. 고즈넉한 사찰과 어우러지는 단풍이 계절의 멋을 더한다.
오랜 세월을 겪으며 자리를 지켜온 천연기념물, ‘정읍 내장산 단풍나무’와 임진왜란 당시 소실될 뻔했던 조선왕조실록을 보전한 내장산을 기억하며 일주문을 들머리로 불출봉으로 향한다. 떨어진 단풍잎은 길을 붉게 물들이고 낙엽 밟는 소리는 산행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내장사라고도 일컬어져 옛사람들에겐 고내장이라 불리는 벽련암 뒤로는 마치 병풍을 두른 듯 서래봉이 펼쳐져 있다. 이어 신랑 신부가 딸깍하는 너덜의 소리가 나지 않도록 정성스레 거닐면 마음에 간직한 소원이 성취된다는 ‘사랑의 다리’, 원적골 자연관찰로를 걷는다.
이름처럼 곳곳에 아름다운 길이 숨겨진 내장산은 내딛는 걸음마다 비경의 연속이 펼쳐져 가슴에 새겨둔 시와 노래가 절로 흘러나오게 한다. 점차 고도를 높이며 가팔라지는 계단 길. 시원한 가을바람에 땀을 식히고 아름답게 녹아든 단풍을 감상하며 잠시 숨을 고른다. 산이 건네는 선물에 힘입어 걸음을 나아가니 어느새 해발 622m의 불출봉 정상에 닿는다. 굵직한 산세가 절경인 불출봉 아래로, 내장산의 여러 봉우리가 파도처럼 일렁이고 산자락 너머로는 정읍시가 조망된다. 만산홍엽의 가을빛을 수놓은 호남의 금강, 내장산 국립공원을 <영상앨범 산>과 함께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