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만 역시 선수들의 경기장면이 최고의 볼거리입니다. 언론을 비롯해 수많은 관중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경기장면 외에 선수들의 준비장면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기만큼이나 흥미로운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데,
해머던지기(Hammer throw)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다 웃음이 터졌습니다. 거구의 해머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마치 사우나에 온 아저씨들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험상궂게 생긴 거구의 남성들이 한줄로 서서 경기장으로 들어옵니다. 그들이 향한 곳은 대구스타디움 필드 한켠에 위치한 해머던지기 경기장! 바로 해머던지기 선수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모여 경기를 준비하는 곳을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마치 어딘가가 연상됩니다. 바로 사우나말이죠.
윗옷을 벗고 한쪽 어깨에 수건을 걸친 모습이나 나무 벤치에 어깨를 나란히하고 앉은 모습이 딱 사우나에 온 아저씨들같아 보입니다.
멍한 표정으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사우나에가면 꼭 있는 사람처럼 기둥을 잡고 몸을 풀어보기도 합니다. 기둥을 잡고 몸을 푸는 선수는 울산시청 소속의 이윤철 선수입니다.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시즌기록을 세우며 나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었죠.
괜시리 주변을 어슬렁어슬렁거리기도 합니다. 서로가 경쟁자이지만 아저씨들처럼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얼핏보면 순진한 형님들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한쪽에선 묵직한 해머가 아니라 가방을 들고서는 가방돌리기 시연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해머던지기 선수들에게는 가방 뿐 아니라 수건 하나도 손에 쥘 수 있다면 모두 연습도구인 것입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해머던지기에서는 일본의 후로무시가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런데, 후로무시의 나이는 무려 서른 일곱! 동메달을 딴 코즈무스도 서른 둘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사우나 온 아저씨들처럼 여유로워 보였던 것은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서로가 경쟁자이고, 긴장감 넘치는 대결이지만 오랜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여유로움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