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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에서 굉음을 울리며 포크레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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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편리를 위한 환경 훼손?'

지난 번에 대구 앞산에 등산을 갔을 때의 일이죠. 고산골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 산성산에 도착한 뒤 앞산 정상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산성산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나오는 삼거리 화장실 쯤에서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앞산공원이 워낙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있다보니 주변 아파트 공사장 소음이 산꼭대기까지 들리는가보다하고 계속 걷는데 바로 앞 산봉우리에 다다르자 갖가지 건설장비와 자재들이 가득 놓여져 있더군요.

산봉우리에 무슨일로 이런 게 놓여져있나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때마침 건너편 산봉우리에서 흔히 포크레인이라 부르는 굴삭기가 굉음을 내며 제가 있는 곳을 향해 건너오고 있는게 아닙니까. 산꼭대기에서 굴삭기를 보게 되다니 정말 놀랍고 황당하더군요.

산봉우리로 오르는 굴삭기와 파헤쳐진 등산로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앞산이다보니 정상 등산로 폭이 상당히 넓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굴삭기가 지나다닐 정도라니 놀라웠습니다.

굴삭기를 지나치며 내려가보니 안내문이 하나 보이더군요. 다름아닌 앞산 등산로 정비 공사를 알리는 안내문이었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오는 2월까지 산성산, 앞산, 대덕산에 이르는 8.2km 구간의 이정표, 목재계단, 목교, 돌계단, 안전로프 등을 설치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앞산 등산로 정비 공사 안내문


앞산공원은 다른 도심 야산과는 달리 웬만한 주요 등산로는 콘크리트로 정비되어 있는데다, 군데군데 커다른 휴게시설에다 정상 부근까지 연결되어있는 케이블카와 식당들로 인해 도심 속 공원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잘(?) 정비가 되어있는 상황인데, 정비 공사를 또 한다니 의아하더군요.

게다가 정비 공사를 위해 여기저기 놓아 둔 자재들하며, 육중한 굴삭기가 지나며 파헤쳐놓은 등산로를 보고 있으려니 대체 무슨 이유로 정비 공사를 하는 것인지 더욱 의문이 들더군요.

등산로 곳곳에 놓여져 있는 자재들



굴삭기가 파헤쳐놓고 지나간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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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인 걸로 기억합니다만, 지역에서 열린 한 환경 토론회에서 앞산 정상 부근에 설치된 케이블카와 식당들을 비롯해 산봉우리마다 자리잡고 있는 항공무선표지소, 헬기 착륙장, 경찰 통신대, 그리고 주요 등산로 이외에도 수없이 많이 나있는 샛길로 인해 앞산의 생태계 훼손이 너무나 심각하다며 정밀 자연생태조사와 함께 일부 등산로 폐쇄를 비롯한 휴식년제 도입등의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기위한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등산로 정비 공사라는 명목아래 환경을 훼손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관계 당국이 나서서 적극적인 훼손을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도 들더군요.

공사중인 등산로

(눈이나 비가오면 미끄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로프등의 간단한 안전도구만 설치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바로 아래 사진에 보이는 목재계단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재계단을 또 설치하려는 듯 이처럼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목재계단이 설치된 등산로


물론, 이번 정비 공사에 진입금지 표지판 설치 등 환경보호를 위한 공사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굉음을 울리며 등산로를 파헤치며 다니는 굴삭기와 목재계단 설치를 위해 곳곳에 놓여져 있는 자재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될 것을 인간의 작은 편리를 위해 환경을 훼손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편하게 산을 오르고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글쎄요 흙길이 아니라 콘크리트 도로와 목재계단으로 잘 닦여진 등산로를 따라 산에 오르는 기분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지마는 않을 것 같네요.

조금 편하자고 산을 공사판으로 만을어서야 되겠습니까?




안그래도 훼손이 심각한 앞산, 조금 불편하더라도 더 이상의 개발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