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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시작, 아침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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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끝나갑니다. 늘 그렇듯 새해를 맞으며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만 올 한해를 뒤돌아보면 여전히 아쉽기만 합니다. 수많은 다짐과 바람으로 시작한 한 해였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이 여전히 스타트 라인에 서있기만 할 뿐입니다.

아쉬움과 후회 속에서도 지키지 못한 다짐 중 하나를 2010년이 끝나가는 지금 다시금 시작합니다. 바로 아침 달리기입니다.

언제부턴가 발은 스타트 라인에 멈춰있는데, 배는 점점 앞을 향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올 해가 시작되던 때,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겠노라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한해 한해 지날수록 늘어만가는 게으름에 예년에비해 오히려 더 운동을 멀리하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후회하면서도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스타트 라인에 있기 때문이라는 넘치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2010년의 마지막을 앞두고 아침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궂이 아침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아무런 장비없이 혼자할 수 있는데다, 달린 후 상쾌한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좋기 때문입니다. 경험상 헬스클럽에 등록을 해도 그 곳까지 가는 게 귀찮고, 집안에서 편히 하려고 트레드밀도 구입해봤지만 6개월이 지나자 빨래가 그자리를 차지하게 되더군요. 게으름이 가장 큰 탓이었겠지만, 꽉막힌 실내에서 움직이는게 지루했던 탓도 크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시작한게 아침 달리기입니다.

달리기라 적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달리기라고 하기 보다는 걷기에 더 가깝습니다. 걷다 달리고, 그러다 숨이 턱 밑까지 차면 다시 걷기를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평소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다보니 몸이 따라주질 않아 온전히 달리기만 할 수는 없더군요. 그리고, 달리다보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천천히 걷다보면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제가 사는 동네는 아파트 숲 바로 건너편에 멋진 풍경이 감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참에 다짐도 되새길 겸 저의 아침 달리기 코스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제가 주로 아침 운동을 하는 코스는 2개인데, 아침 달리기를 하기에는 더 할 나위없이 좋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그냥 잠시 시간내어 산책을 하기도 좋은 코스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도심 외곽이라 도로 하나만 건너면 농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아파트 숲을 둘러싸고 있는 소음방지벽 군데 군데 개구멍마냥 나있는 출구를 나서 도로를 건너면 눈앞에 농촌 풍경이 들어옵니다.


도로를 건너 오르막을 오르면 콘크리트로 만들어 놓은 농로가 시작되는데, 흙길이 아닌터라 언제나 편하게 걷거나 달릴 수 있습니다. 구불구불 논밭과 비닐하우스를 지나 7분여를 달리면 곧게 뻗은 길 끝에 소나무 숲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때쯤이면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걷기 시작하는 곳입니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고택이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문익점의 후손들이 마을을 이룬 인흥마을(남평문씨 본리세거지)입니다. 고택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한 숨을 돌린 후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고택을 지나 작은 개울을 건너 오르막을 오르면 이번에는 명심보감 판본이 소자되어있는 인흥서원에 이르게 됩니다.


서원 앞 공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다시 개울을 건너 이제는 개울을 따라 나있는 인도로 걷고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첫번째입니다. 약 30여분 정도의 거리로 걷고 달리며 농촌 풍경과 문화유산을 둘러볼 수 있는 아름다운 달리기 코스입니다. 


조금 더 달리고 싶은 생각이 들때는 개울을 따라 조금 더 달리다보면 인라인 스케이트장에 이르게 되는데, 그곳에 설치되어 있는 운동기구를 사용해 몸을 푼 후 돌아오면 약 50여분이 걸리는 코스가 됩니다. 둘다 집으로 돌아와 스트레칭까지 끝내면 40~60분 정도 걸리는 딱 적당한 아침 운동 코스입니다.

두번째 코스는 첫번째와 같이 소음방지벽 옆으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 됩니다.


10여분을 걷고 달리다보면 도착하게 되는 곳이 바로 대구수목원입니다. 대구수목원은 원래 생활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을 자연생태복원을 통해 수목원으로 조성한 곳입니다.


대구수목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갖가지 다양한 꽃과 식물들을 접할 수 있는데, 특히 봄 여름에는 그윽한 꽃향기를 맡으며 달릴 수 있어 좋습니다.


죽림원을 조금 지나 수목원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수목원 한켠으로 나있는 흙길을 따라 달리면 발이 조금 편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구수목원을 다녀오면 대략 40여분이 걸리는 편입니다.

대구수목원은 인근 주민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편입니다. 때문에 조용히 혼자 달리고 싶을 때면 첫번째 인흥마을 코스로, 꽃 향기를 맡으며 숲길을 달리고 싶을때면 대구수목원 코스를 선택하는 편입니다.

돌이켜보면 주변에 이리 좋은 달리기 코스가 있으면서도 자주 달리지 못했던 게 더욱 아쉽습니다. 매일 달릴 수는 없겠지만, 일주일에 2~3번은 꼭 아침 달리기를 하겠노라 다짐합니다. 스타트 라인에서 첫발은 내딛었으니 일년 후 다시금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