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는 찬란했다. 최초의 인류 ‘루시’가 살았고 세상 모든 커피의 시작이 여기였으며 아프리카 국기의 기원이 된 나라, 아프리카 유일의 고유문화와 문자를 가진 나라, 열강의 강대국과 싸워 이겨낸 아프리카 유일의 나라!
극적인 풍경의 자연과 문명의 기적으로 탄생한 그 시작이 있는 곳 전설 너머의 전설, 세상 모든 전설의 시작 그래서 에티오피아는, 전설이다.
아프리카의 중심, 아디스아바바·아와사, 화려한 총천연색 골목의 향연, 하라르 에티오피아의 풍요로움의 상징 짐마·아르바민치, 세상 모든 커피의 기원, 카파·고리게이샤!
에티오피아의 수도이자 인구 300만 명이 넘는 최대 규모 도시. 아디스아바바는 55개 아프리카 나라로 구성된 아프리카 연합의 본부가 자리 잡은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 도시이다.
메스켈 광장(Meskel Square)에서 열리는 그레이트 에티오피안 런(Great Ethiopian Run) 대회가 열리는 날. 완주까지는 10km.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모두 ‘맨발의 아베베’의 후예답게 달리기를 즐긴다. 이 대회의 유니폼은 초록, 노란, 빨간색인데, 아프리카 삼색 국기의 롤 모델이 된 에티오피아 국기의 색이다.
마라톤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점심 식사를 위해 육회 전문점으로 간다. 날것의 쇠고기와 양고기로 만들어진 육회, 뜨레스가(Tresga)를 맛본다. 에티오피아의 전통 납작 빵인 인제라(Injera)에 싸서, 매콤한 미트미타(Mitmita) 소스에 찍어 먹으면 싱싱한 맛이 일품. 에티오피아-이탈리아 전쟁 때 불을 피우면 적에게 노출될 것을 우려해 먹기 시작한 후, 보편화된 생고기 요리다.
고기를 생으로 먹을 정도로 치열해졌던 이탈리아와의 전쟁. 이탈리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메넬리크 2세의 자취가 있는 엔토토산(Entoto Mountain)의 마리암 교회(Entoto Maryam Church)로 간다. 식민지를 겪지 않은 아프리카 유일한 나라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세계 5위의 커피 생산국이자 아프리카 최대의 커피 생산국인 에티오피아. 커피 사업으로 부자가 된 친구 다니엘의 집을 방문해서 손님에게 직접 음식을 먹여주는 환대 문화, 굴샤(Gursha)를 경험하고, 커피와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식민지를 겪지 않은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엿본다.
아디스아바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양지, 아와사호수(Awasa Lake)로 간다. 바다가 없는 에티오피아에서 아와사호수는 바다 같은 호수다. 보트 타고 나가니 흰가슴가마우지(White Breated Cormorant)와 하마들이 호수 한가운데 떠다닌다. 럭셔리 오두막인 로지(Lodge)로 가는 길. 100살 넘은 거북이에게서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이를 세지 않는 할머니와 인사하고, 로지로 향한다. 전망 좋은 로지에서 휴식하며 일몰을 감상한다.
이른 아침부터 찾은 아와사 어시장(Awasa Fish Market). 펠리컨을 닮은 마라부스톡(Marabou Stork)이 여행자를 반긴다. 아와사호수의 어린 어부들도 만난다. 붕어(Crucian Carp), 틸라피아(Tilapia) 등 갓 잡은 민물고기로 만든 생선회를 먹는다. 로즈마리로 비린내를 제거한 생선국(Fish Soup)은 아침 식사로 더할 나위 없다. 자그마치 20년 동안 생선국 장사를 했다는 이모님의 세월과 정성이 담긴 생선국을 컵으로 차처럼 마시며 속을 풀어주고 다시 길을 나선다.
중세의 성곽도시 하라르(Harar)로 여행을 떠난다. 하라르의 매력은 300여 개의 아름다운 골목. 외관뿐 아니라 사연도 꽤 흥미롭다. 동부의 메키나기르기르 골목(Mekina Girgir)은 남자 재봉사로 가득한 재봉틀 거리다. 잦은 임신과 출산으로 재봉을 할 수 없는 여자들을 대신해 남자들이 재봉틀 앞에 앉게 되었다고 한다. 골목의 디자이너가 5분 만에 만들어준 무슬림 의상을 입어본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메게라위게르 골목(Megera Wiger). 또 다른 이름은 ‘좁은 평화의 길’이다. 골목이 좁아 사이가 안 좋은 사람과도 몸을 맞대고 지나야 하기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단다. 골목의 이름처럼 하라르는 평화의 도시다. 하라르는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 안에 세워진 이슬람교 제4의 성지로, 한 도시에 에티오피아 정교와 이슬람교, 가톨릭교가 공존한다.
하라르의 도심에서 만난 삼륜차 바자즈(Bajaj). 바자즈를 타고 아스마아딘의 문(Asma'adin Gate) 안의 시장으로 간다. 독특한 나무 칫솔인 테르스메파키아(Ters Mefakia)를 체험하고, 전통 잠두 스튜인 풀(Ful)로 허기진 배를 채워본다. 도심을 나와 걷다가 무수한 동물 뼈들을 발견했는데, 해가 지자 범인인 하이에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엔 마을 사람들을 헤치고 다녀 골칫거리였다. 사람들은 하이에나에게 먹이를 주며 공생을 선택했고, 이제는 먹이 주는 풍경이 알려져 마을의 명성도 높아졌다. 이해하고 배려하면 평화는 온다.
다음 날 하라르 인근의 바빌레낙타 시장(Babile Camel Market)을 찾아갔다. 대규모의 낙타 떼를 구경하는 것도 잠시, 상인들의 악수가 눈에 띈다. 그것은 그들만의 거래 수신호! 에티오피아의 보양 음식이라는 낙타고기. 낙타고기와 낙타 혹을 넣은 워슬라(Wosla)를 맛본다. 만족스러운 식사 후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들른 카페. 하라르 원산의 모카 원두로 내린 모카마키아토(Moka Macchiato)에 전병과 비슷한 간식인 파티라(Fatira)를 곁들여 본다.
뜻밖에도 이곳에 19세기 프랑스의 시인 랭보의 집(Rimbaud's House)이 있다. 세계 각지를 방랑했던 랭보가 정착한 땅 하라르. 사진 작품들을 보며 그의 인생을 반추해 본다.
집을 나와 소란스러운 소리를 따라 골목 끝에 도착하니 이슬람 결혼식이 한창이다. 이웃집에 잔치 음식 부엌을 차리고, 온 골목 사람들이 다 모여 이들의 결혼을 축복한다. 신부는 신랑을 따라 골목길을 행진하며 떠나고 축복이 가득한 이 골목에서 행복하게 하라르 여행을 마무리한다.
11월은 에티오피아에서 커피 체리(Coffee Cherry)를 수확하는 계절. 3대째 커피 농사를 이어가고 있는 짐마 커피 농장(Jimma Coffee Farm)을 찾아 떠난다. 커피 열매, 커피 체리를 보기 위해 숲으로 들어간다. 커피 열매를 따고, 건조하고, 덜 익은 걸 골라내고, 다시 과육을 까서 씨앗을 고른다. 이 기간 마을 사람들은 거의 모두 커피 농부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긴 ‘커피 타임’이라고 불리는 커피 세리머니, 분나 마프라트 (Bunna Maffrate)를 경험한다. 생두를 볶아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커피 향을 맡고, 볶은 생두를 절구에 빻아서 가루로 만든다. 목이 긴 토기 주전자, 제베나(Jebena)에 물을 넣고 끓인다. 물이 끓을 동안에 사람들과 팝콘(Fanidisha)을 나눠 먹는다. 이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이들에겐 커피를 마시는 과정이고, 이들에게 커피는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문화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커피가 아버지라고 가르친다.
풍요의 시작과 끝에 물이 있다. 풍요로운 물의 도시, 아르바민치로 떠난다. 도심으로 향하는 길에 세카체코르사폭포(Seka Chekorsa Waterfall)를 만난다. 폭포가 흘러내려 이룬 개울은 마을 사람들의 빨래터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맑은 물을 찾아서 네치사르국립공원(Nechisar National Park)으로 간다. 공원에 들어가는 절차가 까다로워서 공원 관리자를 대동하는 건 필수. 숲속에 다이아몬드처럼 맑은 샘물이 있다. 물 부족 국가, 맑은 물이 귀한 에티오피아에서 숲속에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풍경은 그림이다.
국립공원 앞 럭셔리 숙소에서 즐기는 휴식. 숙소 베란다에서 보면 차모호수(Chamo Lake) 와 아바야 호수(Abya Lake), 그리고 그 두 호수를 잇는 신들의 다리(Bridge Of The Gods)가 한눈에 펼쳐진다. 야생의 매력이 펼쳐지는 차모호수로 간다.
하늘엔 중대형 맹금류인 아프리카바다수리(African fish Eagle)가 날아다니고, 육지엔 악어들이 일광욕 중이다. 식인 악어로 유명한 나일악어(Nile Crocodile)는 보기만 해도 섬찟한 이빨과 큰 몸체를 자랑한다. 월요일과 목요일마다 열린다는 도르제시장(Dorze Market)으로 간다. 조롱박에 술을 음료처럼 마시는 여인들. 그 술은 집에서 보리, 밀, 옥수수를 섞어서 만든 맥주, 텔라(Tella)이다. 에티오피아 버터(Kebe)가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데, 그 버터로 머리 마사지를 경험한다. 시장 길목 옆에서 태권도 하는 아이들을 만났고, 한국어 기합 소리 덕분에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에티오피아의 주말은 패밀리데이. 저녁에 아이들을 데리고 현지 가이드의 집으로 향하고,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아내도 퇴근 후 돌아왔다. 옥수숫가루로 고멘과 감자를 볶은 요리, 포사사(Fosese)를 저녁으로 먹으며 아르바민치 중산층 맞벌이 부부의 풍요롭고 행복한 저녁을 함께한다.
커피의 전설을 찾아가는 여정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아라비카커피(Arabica Coffee)의 고향인 카파(Kaffa)로 간다! 카파로 가는 여정에서 만난 작은 마을 ‘보까’를 방문했다. 이곳 사람들은 대대로 전해졌다는 대나무 잔에 커피를 담아 마셨는데... 아랍에서 커피잔이 전해지기 전부터 이들이 커피를 마셔왔다는 오래된 증거다.
나귀를 타고 들어간 신비로운 만키라숲(Mankira Forest)에는 100년 넘은 커피나무들이 즐비하다. 유네스코와 국가가 나서서 보호할 만큼 귀한 숲이다. 아라비카 커피의 발상지로 추측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를 이어 숲을 보호하고 있다는 타리쿠 씨에게 감사를 표현해 본다.
카파 사람들이 수확한 커피를 들고 향하는 곳은 카파의 중심도시 봉가의 일요장(Bonga Sunday Market). 시장 옆 길거리 카페에서 맛 좋은 커피가 즐비하다. 커피의 고향에선 길거리 커피가 다 오리지널이다. 렌틸콩이 들어있는 튀김인 삼부사(Sambusa)는 커피와 함께 먹으면 더 좋다.
파나마에서 유명해져 요즘 가장 핫한 게이샤커피의 원산지, 고리게이샤(Gori Gesha)로 떠난다. 게이샤커피는 생두 1kg당 최대 120만 원에 팔릴 정도로 고가의 커피인데, 그 원산지가 에티오피아에 있다.
가는 길은 고난의 행군과 같은데, 자연 그대로인 비포장 흙길에 차가 고장 나서 애를 먹는다. 우여곡절 끝에 에티오피아 소수민족인 미닛(Minit)족의 마을에 도착한다. 세상과 교류 없이 살던 그들을 세상과 이어준 것이 고리게이샤커피다. 부족의 순수한 정체성과 전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그들로부터 한 끼 식사를 대접받는다. 이들에게 커피는 차이자 밥과 국이며 약용식물이다. 커피 잎을 활용한 허브차는 매 끼니마다 함께한다.
마을의 커피 선별장에선 커피 열매 수매를 앞두고 선별 작업이 열심이다. 고리게이샤숲(Gorigesha Mountain Forest)을 바라보며 마을 사람들의 삶이 커피로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커피가 있어 행복한 에티오피아 여행을 이렇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