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비밀스러운 대구수목원의 코스모스 화원 글에서 말씀드렸던 대구수목원에 들렸다 우연히 열심히 먹이사냥 중인 거미를 발견하고 냉큼 촬영해왔습니다.
대구수목원의 선인장온실 아래로 내려가다보면 물가에서 잘 자라거나 습기를 좋아하는 식물을 모아 전시해놓은 습지원이 있는데, 그 곳을 지나다 단란해보이는 한 가족이 중간에 서서 카메라로 한참이나 무얼찍고 있길래 가까이 가서 살펴봤더니 화려하게 생긴 거미 한마리가 거미줄에 걸린 벌을 열심히 거미줄로 감싸고 있더군요. 벌은 이미 죽은 듯 보였지만 거미줄로 계속 감싸고 있는 거미의 모습이 신기해 바로 카메라를 꺼내들고선 사진,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요즘 한창 꿀따느라 바쁠 시기인데 불쌍한 꿀벌 녀석이 꽃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지, 가엽게도 거미줄에 걸려버려 커다란 거미의 먹이감이 되고 말다니 자그마한 꿀벌이 불쌍하긴 해도, 그 녀석이 없었더라면 이런 좋은 장면(?)을 찍을 수 없었겠죠. ^^;
돌아와 카메라에 담았던 거미를 조사해보니 화려한 모습 그대로 이름이 붙여진 무당거미(거미목 왕거미과의 절지동물)라는 녀석이더군요. 전체적으로 밝은 노란빛에 붉은 색과 검은 색의 무늬가 알록달록 화려한 무당의 옷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인 듯 보이네요.
거미라하면 일반적으로 천적이 별로 없는 숲의 포식자로 알려져있는데 특히나 이 무당거미는 다른 녀석들에 비해 유달리 식욕이 왕성해 국내의 한 연구팀은 이에 착안해 연구한 결과, 무당거미의 장에서 소화를 돕는 미생물을 발견해냈고, 이 미생물에서 단백질 분해 효소인 '아라자임'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해 앞으로 세제나 화장품에 이용할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언뜻봐도 통통한 것이 엄청난 대식가처럼 보이더니만, 역시 화려함만큼이나 대단한 녀석이었습니다. ^^;
그런데, 사진을 보면 커다란 거미 주위에 아주 작은 거미가 보이는데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새끼인 줄 알았는데, 지금보니 수컷인 듯 하네요. 암컷이 보통 20~30mm 정도 되고, 수컷은 6~10mm 정도라고 하니 맞는 듯 싶습니다. 문득 짝짓기하다 잘못하면 수컷이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덩치 차이가 엄청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