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주도인 첸나이에서 남서쪽으로 540km 지점, 만나르만(灣)에 자리 잡은 투투쿠디(Thoothukudi)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해항이다. 주로 항구 관련업, 염전, 농업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데, 특히 남인도 전통 어업이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투투쿠디 항구 인근에 펼쳐진 염전, 연간 120만 톤의 소금을 생산하는 투투쿠디 염전은 지역의 특산품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어부의 아내로 염전에서 일하는 셀비는 두 아이의 엄마로 남편이 바다에 나가면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 염전에 나와 생활비를 번다.
투투쿠디에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항구는 어부들의 출항 준비로 분주하다. 35년 경력의 어부 마노는 열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타기 시작해 지금은 작은 배 한 척을 마련한 선장이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까지 일곱 식구의 생계를 위해 마노는 오늘도 만선을 꿈꾸며 어두운 바다로 향한다.
그런데 투투쿠디에는 물고기가 아닌 다른 것을 잡는 젊은 어부들이 있다. 어선에는 그 흔한 그물도 미끼도 없이 대형 산소통과 긴 호스뿐!` 뭍에서 한참을 나왔는데도 고기 잡을 생각은 안 하고 바다 색깔만 살피는 어부들. 바닷물이 맑은 곳을 찾아야 한다는데 파도까지 너무 세다. 드디어 적당한 곳에 멈춰 선 어선.
어부들은 서둘러 호스를 꺼내고 수경을 쓴 다음 알루미늄 원판을 발에 낀다. 그러나 그들이 직접 바다로 들어가 잡아 올린 것은 물고기가 아닌 소라고둥이다. 어부들이 소라고둥을 채취하는 이유는 소라고둥이 신을 부르는 도구로 쓰이기 때문이다. 힌두교 신 중에서 가장 자비로우며 세상을 구제하는 수호신으로 알려진 비슈누 신은 소라고둥을 한 손에 들고 있다. 이 때문에 종교행사 때 인도 사람들은 소라고둥을 불어서 비슈누 신을 모신다. 덕분에 소라잡이는 투투쿠디 어부들의 살림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소라고둥이 신을 부르는 도구로 쓰이기 위해서는 또다시 많은 가공과정을 거쳐야 한다.
투투쿠디의 젊은 어부들이 이어 나가고 있는 전통 어업은 소라잡이 말고도 또 있다. 이들은 맨몸으로 작살과 그물을 이용해 바닷속으로 직접 들어가 다양한 물고기를 잡는다. 문명의 낚싯대는 이들에게 아무 쓸모가 없다. 파도가 거세 바닷속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도 젊은 어부들은 포기할 줄 모른다.
우주의 기원을 바다라고 믿는 투투쿠디 어부들. 바닷속에서 건져내는 것은 모두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믿으며 전통 어업을 이어가는 투투쿠디 어부들의 이야기는 오는 12월 4일(월) 밤 10시 50분 EBS 1TV <인간과 바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