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넓혀진 땅(新疆)’이라는 이름처럼 드넓은 영토를 가진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끝없이 이어진 길을 따라 대협곡과 고봉, 만년설을 마주하고, 모래가 물결치는 사막 끝에서 울창한 숲과 오랜 역사를 간직한 오아시스 도시를 만난다.
오색빛깔 강변부터 황금빛 백양림까지, 아러타이! 톈산산맥 물줄기로 일군 기적의 땅, 투루판! 사막의 모든 것,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따라 피어난 오아시스, 카스·허톈!
여행자들에게 낯선, 그래서 더 궁금한 광활함 속에 숨은 보물창고 신장웨이우얼자치구로 떠난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乌鲁木齐)는 실크로드 대표 도시로 동서양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을 했다. 다양한 문물이 오갔던 도시에서 시장 구경을 빠뜨릴 수 없는 일. 우루무치의 랜드마크 얼다챠오구어지다바자(二道桥国际大巴扎, 이도교국제대파찰)로 향한다. 위구르족 전통 모자 화마오(花帽, 화모)와 현악기 러와푸(熱瓦普, 열와보), 비빔국수 반몐(拌面, 반면)까지 다채로운 공예품과 먹거리들 속에서 위구르족의 풍습과 문화를 오감으로 즐긴다. 우루무치를 벗어나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대자연을 만나러 가는 길, 현지인들이 바다라 부르는 호수 싸이리무후(赛里木湖, 새리목호)를 찾는다.
톈산산맥 서단 해발 약 2,000m에 자리한 이 고산호수는 450㎢가 넘는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과 그 너머에 펼쳐진 설산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산, 강, 구릉 등 여러 지형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신장 북부 지역 아러타이(阿勒泰). ‘오색빛깔의 강변’이라는 뜻을 가진 우차이탄(五彩灘, 오채탄)에서 황색, 적색, 백색 등 여러 가지 색을 발하는 암석층을 감상하고, 바이양허다샤구(白楊河大峡谷, 백양하대협곡)에서 황금빛으로 물든 백양나무 숲을 걸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한다. 마지막 목적지는 바람에 의해 모래와 자갈, 돌멩이가 부딪히며 기이한 소리를 내 ‘악마의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은 커라마이 무구이청(克拉玛依市 魔鬼城, 극랍마의시 마귀성). 오랜 세월 물과 바람이 조각한 기기괴괴한 암석 사이를 걸으며 다음 여정을 준비한다.
중국의 1/6에 해당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이 광활한 땅에 숨은 비경을 찾아 떠나는 여정, 그 첫걸음은 톈산산맥에서 흘러나온 강물이 깎아 만든 절경 두산쯔다샤구(独山子大峡谷, 독산자대협곡)에서 시작한다. 절벽 아래가 훤히 보이는 유리 다리부터 아슬아슬한 흔들다리 서스펜션 브리지(Suspension Bridge)까지, 협곡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대협곡을 빠져나와 향한 곳은 톈산톈츠(天山天池, 천산천지). 톈산산맥 주봉 중 하나인 보그다펑(博格达峰, 박격달봉)의 북쪽 기슭, 해발 1,9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이 호수를 전망대에서 한눈에 담은 후 유람선에 오르는 순간, 눈발이 흩날린다. 가문비나무 숲과 그 위로 소복이 쌓이는 눈, 잔잔한 호수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톈산톈츠 동쪽에 위치한 투루판(吐鲁番, 토로번)은 중국에서 가장 메마른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연평균 강우량이 약16mm인 반면 증발량은 약3,000mm에 이르기 때문. 이곳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서유기의 무대가 된 훠옌산펑징취(火焰山风景区, 화염산풍경구)이다. 여름철 기온이 40℃ 이상 오르는데, 붉은 사암으로 이뤄져 빛을 받으면 불꽃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척박한 땅에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갈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톈산산맥에서 발원한 물을 투루판까지 전해준 지하수로 칸얼징(坎儿井, 감아정) 덕분이다. 길이만 무려 5,000㎞가 넘는 칸얼징은 만리장성과 대운하에 이어 중국의 3대 역사(役事)로 불린다. 이 인공 수로는 투루판을 포도의 도시로 만들었다. 푸타오거우펑징취(葡萄沟风景区, 포도계곡풍경구)에 즐비한 건조창고에서 ‘녹색 보석’으로 불리는 초록빛 건포도를 맛보고, 화옌산 중턱 투위거우다샤구(吐峪沟大峡谷, 토욕구대협곡)에 위치한 흙으로 빚은 위구르족의 오래된 마을 마자촌(麻扎村, 마찰촌)에서 위구르족의 결혼식을 함께 즐기며 여정을 마무리 한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타림 분지 중앙에 위치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이동하는 사막 타커라마간사머(塔克拉玛干沙漠, 타클라마칸사막)로 향한다.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긴 여정, 쿠얼러(库尔勒)에서 여장을 푼다. 오아시스 도시답게 시장에 넘쳐나는 다양한 과일들. 그 중에서 단연 시선을 끄는 것은 향리(香梨)라 불리는 쿠얼러 특산물, ‘배’다. 쿠얼러 배의 풍부한 과즙을 음미하며 실크로드의 통로였던 톄먼관(铁门关, 철문관)을 지나, 타리무사모궁루(塔里木沙漠公路, 탑리목사막공로)를 달린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타클라마칸사막. 한발 올라서면 반발 미끄러지는 사구를 오르며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낀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쓰러져서 천년을 산다는 호양나무가 빼곡한 타리무후양린공옌(塔里木胡杨林公园, 탑리목호양림공원). 타클라마칸사막이 품은 보석 같은 곳이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 사이를 걸으며 잠시 여유를 즐긴다. 타클라마칸사막 북부에 위치한 쿠처(库车)는 타림 분지에 산재했던 오아시스 도시국가 ‘서역 36개 국가’ 중 하나인 쿠차왕국의 소재지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얇게 구운 전통 빵 ‘낭(馕)’과 나뭇가지로 생선을 통째로 꿰어 굽는 ‘카오위(勁魚, 경어)’를 맛보며 옛 거리의 정취를 즐긴다.
타클라마칸사막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오아시스 도시만이 아니다. 관개 시설을 활용해 사막을 과수원과 밭으로 일궈낸 이들이 있다. 그들을 만나 일손을 돕고 사막에서의 삶에 대해 배운다. 뜨거운 만남으로 가득했던 사막을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톈산선미다샤구(天山神秘大峡谷, 천산신비대협곡). 사암에 깊게 새겨진 억겁의 시간과 물과 바람의 자취를 눈으로 담으며 신비로운 풍경과 하나가 되어 본다.
옛 대상(隊商)들이 오갔던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길. 사막의 꽃이라 불리는 오아시스 도시로 향한다. 동서양 교류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요지로 크게 번성한 도시 카스(喀什, 객십). 고성 안,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집 위에 집을 짓는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카스의 전통 가옥들을 만나게 된다. 그 특징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바이라오에더지아(巴依老爷的家, 바의대사의 집)이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이뤄진 집을 둘러보며 당시 부유했던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좇아 걷다 고성 앞에서 펼쳐지는 전통 공연 무캄(Muqam)을 만난다. 무캄은 위구르족의 문화와 역사를 시와 노래, 춤으로 표현한 종합 예술로 12가지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공연을 감상하고 나면 걸음은 자연스레 카스라오청이에스(喀什老城夜市, 카스구시가지야시장)로 향한다. 길을 따라 빼곡히 늘어선 노점들. 눈과 코를 사로잡는 음식이 가득하다. 양고기 빵 카오바오즈(烤包子)를 맛보며 야시장에서 깊어가는 카스의 밤을 즐긴다.
다음 날, 다시 찾은 카스 고성. 이번엔 서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수백 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찻집 바이니옌차관(百年老茶馆, 백년노차관)에서 위구르족 전통 음악에 몸을 맡겨보고, 화려하게 꾸며진 무지개 골목 차이홍(彩虹巷, 채홍항)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또 다른 오아시스 도시 허톈(和田, 화전). 이 도시는 위톈옥(于阗玉, 우전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허톈대바자(和田大巴扎, 화전대파찰) 안과 밖에는 옥을 파는 상인과 손님들로 활기가 넘친다. 시내에서 약 10㎞만 가면 만날 수 있는 사막, 허톈따모후양생펑징취(和田大漠湖杨生态景区, 화전대막호양생태경구)로 마지막 걸음을 옮긴다. 사막의 배라 불리는 낙타에 올라 사막을 관망하며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서의 시간들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