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3주년, 전국은 태극기 물결로 뒤덮이며 축제를 만끽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해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일본이 중학교 사회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기술키로 함에따라 국민들의 울분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일본정부는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은폐하려고만 하고, 여전히 종군위안부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식민지 근대화론을 통해 친일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안 역사교과서가 출간되는 등 내부적인 상황 또한 그 시절의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들에게 우려를 넘어 분노를 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광복 63주년을 마냥 기뻐하기에는 안팍으로 아직 풀어할 난제들이 산적해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하지만, 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이런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의미있는 책 한권이 출판되었습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김순악(80) 할머니의 일대기를 다룬 '내 속은 아무도 모른다카이'가 출판된 것입니다. (뜻깊은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출판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김순악 할머니
1944년 16살의 어린 나이에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동네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나선 길이 할머니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됩니다. 하얼빈, 내몽고 치치하루, 북경을 거쳐 장가구에 도착한 할머니는 '데루꼬'란 이름으로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고통의 나날이 흘러 종전이 되지만, 위안부였던 수치스러운 과거는 떨쳐낼 수 없는 큰 아픔으로 할머니의 인생을 옥죄게 됩니다.
일본군 '위안부' 김순악 할머니의 일대기 '내 속은 아무도 모른다카이'는 김선님 작가가 3년동안 김순악 할머니의 구술을 정리해 펴낸 책으로 위안부 생활에 대한 내용은 짧게 기록되어있지만, 위안부였던 수치스러운 과거로 인해 겪어야했던 아픔과 고통을 안겨다 준 과거를 밝히기까지 할머니의 인생 전체를 담고 있는 책으로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기록한 '역사의 증언' 시리즈의 네번째이자 첫 생존자의 일대기를 그린 책입니다.
내 속은 아무도 모른다카이
특별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정신대 할머니 일대기 사업에 후원해주신 분들과 다음 아고라 모금에 참여해주신 네티즌들의 이름이 페이지 가득 적혀있는데, 아고라 모금의 경우 500명의 서명을 받은 후 진행하는 모금에서 1,150명의 서명과 488명의 후원으로 나흘 만에 희망모금액 300만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출판기념회에는 출판에 도움을 주신 대구시와 경산시 관계자를 비롯해 지역 시민단체, 네티즌, 김선님 작가 그리고, 김순악 할머니와 함께 심달연 할머니, 이수산 할머니도 자리를 해주셨습니다.
김순악 할머니 일대기 출판기념회 현장
그리고, 특별히 전교조 대구지부와의 교류를 위해 대구에 와있던 일본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 여러분들이 참석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원 중 한분은 인사말을 통해 일본의 보수화, 우익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한일간의 우호 증진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올바르고 공통된 역사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한일역사 공동교재 제작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히로시마현교직원조합 대표의 인사말
참고로, 일본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은 지난 2001년부터 전교조 대구지부와 교류하고 있으며, '조선통신사-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에서 평화로'라는 한일역사 공동교재를 출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과 전교조 대구지부가 함께 근현대사편 역사교재를 제작중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교사들이 진실에 입각한 한일 공동 역사교재를 출판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고맙고, 또 희망적으로 느껴졌습니다만, 오히려 한국에서는 일부 보수세력이 일본 우익의 주장 그대로 식민지 근대화론을 담은 역사책을 출간하는 현실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광복 63주년,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이상 일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논란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정치세력에 기대할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와 한일 양국민들이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해나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해와 용서의 전제로 사과와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덧붙여,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서는 1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고 합니다. 후원금은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와 진실을 역사에 남기기위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자서전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후원을 한 뒤, 메일로 이름, 연락처, 주소를 보내시면 김순악 할머니 일대기처럼 앞으로 출간되는 할머니들의 자서전 '역사의 희망지기'란에 이름이 새겨진다고 합니다.
덧) 김순악 할머니의 일대기 '내 속은 아무도 모른다카이'가 출판되긴 했습니다만, 현재 서점이나 온라인서점에서는 아직 구입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야 출판기념회에서 한권 구입했습니다만, 혹시나 현재 구입을 원하시면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으로 연락을 해보시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