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암 치료법은 수술, 항암제, 방사선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높은 에너지가 암세포의 DNA를 파괴한다는 점을 이용했지만, 반대로 정상세포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중입자와 양성자 치료가 도입되면서 방사선 치료의 새로운 방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2023년 4월. 대한민국에 중입자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었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입자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이다. X선에 비해 높은 생물학적 효과비(RBE)를 보인다. X선이 1이라고 할 때, 양성자는 1.1배, 중입자는 2.5~3배의 치료 효과를 보이며, 암세포에서만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힘인 ‘브래그 피크(Bragg peak)’의 특성으로 암세포만을 정밀하게 조준한다.
‘브래그 피크(Bragg peak)’란 몸속을 통과하면서 정상조직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않고 암 조직에만 최대의 방사선을 전달하고 바로 소멸하는 것이다.
“아무 느낌이 없고, (통증은) 전혀 없어요. MRI 찍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김현수(가명) 씨는 3주간 12회의 치료를 받는다. 안전하고 정밀한 치료를 위해 탐침 삽입, 고정기구 제작 등 치료 준비 과정은 있지만, 정작 중입자 치료 시간은 2분이 채 되지 않았다.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중입자 치료를 완료한 신영복 씨는 3개월 후 병원을 다시 찾았다. 경과를 살피기 위해 MRI를 촬영한 신영복 씨는 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양성자 치료’는 수소 입자인 양성자를 가속하여 조사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사선 치료법이다. 양성자 치료도 ‘브래그 피크(Bragg peak)’의 특성으로 정밀하게 암세포만 조준한다. 국내 양성자 치료는 2007년 국립암센터에 도입되며 치료가 시작되고, 2015년 삼성서울병원도 양성자 치료를 시작해 현재 두 곳에서 양성자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양성자 치료는 방향과 세기조절이 가능하여 주변 정상조직에 방사선의 영향이 남지 않아 소아암과 같은 특정 암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다.
임파선 종양 3기 진단을 받은 이지원(가명) 씨는 세기조절 방사선(IMRT), 양성자 치료, 항암 화학요법을 병행해 암을 이겨내고 있다.
세기조절 방사선은 방사선의 방향과 세기를 조절해 암세포 모양에 맞춰서 빔을 조사할 수 있기에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이봉철 씨는 간문맥(장과 간 사이의 혈관)까지 침윤된 간암으로 예후가 좋지 않았지만, 양성자 치료와 면역·표적항암치료의 병용으로 새 삶을 얻었다.
2024년, 중입자 치료도 갠트리(Gantry) 가동이 시작된다. 췌장암부터 폐암, 간암 등 여러 고형암으로 적용 암종을 늘려갈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세기조절 방사선(IMRT)처럼 방향과 세기를 조절하며 암 모양에 맞게 정밀 타격하는 치료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첨단 의료기술을 통한 삶의 질이 보장되는 치료법이 주목받는 가운데 중입자, 양성자 치료는 암 환우들의 ‘꿈의 치료’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