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앞산을 뚫지 마세요!'

본문

'우리의 놀이터인 앞산을 뚫지 마세요!' - 앞산마을학교 아이들

지난 번 눈 내린 앞산 달비골 풍경 소식을 전해드린 날이었죠. 월곡지에서 한참동안 달비골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내려오던 도중 달비골 입구 상수리나무숲에 앞산관통터널 공사에 반대하는 천막농성장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 겨울 달비골에 들렸을때에도 천막농성중인 모습을 봤었는데, 몇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그마한 텐트를 치고 계속해서 농성중이더란 말이죠.

지난 번에 봤을때는 그냥 무심히 지나쳤었는데, 여전히 계속 농성중인 모습을 보고나니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고 싶더군요. 물론, 평소 개인적으로도 앞산관통도로(달서구 상인동 달비골 ~ 수성구 범물동 범안3거리, 길이 10.5km, 폭 35m의 4차선 순환도로)에대해 부정적인 입장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마침 제가 찾아갔을 때에는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텐트 앞에서 몇번이나 불러봐도 인기척이 없더군요. 그래서,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하고 천막 농성중인 모습만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앞산관통터널공사 반대 천막농성 현장

동영상과 사진을 정리하며 다시 보다가 혹시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싶어 검색을 해보니 Daum에 관련 카페(공간앞산달빛)가 있더군요. 가입을 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대충 훑어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더군요.

앞산관통터널 반대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측의 주장과 최근 관련 기사 몇 개를 간추려 적어 보겠습니다.

○ 앞산터널관통도로는 4차순환도로의 일부분으로 20년전인 1987년 대구시 인구가 2006년이 되면 35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잘못된 도시계획(현재는 오히려 250만에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부터 출발하였으며, 공사강행을 위한 부풀리기 엉터리 교통수요예측으로 인한 타당성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대구지방환경청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조사가 미흡하다'는 검토의견을 내었으며, 대학교수 등 환경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결성, 앞산관통도로 예정지 일대에 대한 실사를 벌인 결과 환경영향검토서는 '사전환경성 조사의 본질적 의미를 왜곡하는 개발자 중심의 보고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 대구시가 민자유치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현재 대구시가 최악의 재정형편임에도 건설업체의 투자금 2354억과 시민의 혈세 944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통행요금과 관련해서는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km당 46.9원으로 앞산관통도로 10.5km에 대해 492원에 불과한데도 완공 후 26년간 시민에게 통행료 편도1200원을 징수할 예정으로 민간사업자가 26년동안 지역주민의 통행료 수입으로 막대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 대구시는 민간업자와 실시협약을 체결하여 민간기업이 예상한 최소수익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대구시가 시민혈세로 손실수익을 보상해야 하는 실정으로, 민자로 건설된 기존 범안로(수성구 범물동 ~ 동구 율하동 7.25km)의 예를 보더라도 개통 이후 차량 통행량이 평균 적정 통행량의 30% 정도에 불과해 대구시가 매년 통행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20년간 4500여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달비골 천막농성 주위에 걸린 걸개들과 시민들이 남긴 쪽지들
01234567

나무 기둥에 달린 쪽지들은 앞산일촌맺기 행사를 통해 시민들과 나무가 일촌을 맺은 후 시민들이 남긴 쪽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찾아 간 날 농성중인 분을 만나지 못한 건 현재 앞산 달비골 지킴이를 자처하는 이상옥씨와 뜻을 같이 하는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이 당번을 정해 주로 야간에만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야간 뿐이긴 합니다만, 100여일 넘는 기간동안 자그마한 텐트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셨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네요.

현재 대구시는 도심지의 심각한 교통 체증과 산업 물류 비용 절감, 앞산순환도로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앞산관통도로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라 앞으로 벌목 등의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면 반대측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욱이, 제 주변만 보더라도 앞산관통도로가 개통되면 교통 체증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만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편이라 이들은 외로운 투쟁을 계속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주민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더욱 정밀하고 객관적인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어 찬성측, 반대측 모두 납득할 만한 결론이 도출되어 몸싸움 등의 물리적인 충돌만은 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