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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경마공원, 정식개장 앞두고 첫 리허설 점검 마쳐···남은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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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금호읍에 들어선 경마공원이 문을 여는 날은 2026년 9월 13일로 잡혔습니다. 날짜는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그날 달릴 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마사회와 부산경남경마공원마주협회의 경주마 수급 협상이 전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개장 준비와 경주 성립이 서로 다른 시계로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7월 18일에는 첫 실전형 모의경주까지 치렀지만, 말을 내보낼지 말지는 다른 곳에서 결정됩니다. 렛츠런파크 영천(영천경마공원)이 마주한 문제는 공사 진척도가 아니라 합의의 부재입니다.

유치 16년, 영천경마공원 개장은 정해져

사업이 확정된 시점은 2009년 12월입니다. 경북권 최초이자 과천·제주·부산경남에 이은 국내 네 번째 경마공원으로, 유치부터 개장까지 16년이 걸렸습니다. 착공은 2022년 9월에야 이뤄졌습니다.

 

전체 사업비 3,057억 원 가운데 1단계에 1,857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1단계 시설은 경주로 2면과 관람대, 수변공원, 주차장 등 경주를 치르고 관람객을 받는 데 필요한 설비가 중심입니다. 경주마를 현지에 상주시키고 관리하는 기반은 이 단계에서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수급 방식이 갈라졌습니다.

 

렛츠런파크 영천,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영천, 한국마사회

권역형 순회경마, 당일 수송이 남긴 쟁점

마사회가 꺼낸 해법이 권역형 순회경마입니다. 경주마와 인력은 평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머물다가 경마 당일 영천으로 이동해 경주를 치르고 돌아옵니다. 경주일마다 경주마 100여 마리와 기수·조교사·마주 등 200여 명이 두 지역을 오가게 됩니다.

 

수송 조건은 국제경마연맹(IFHA)의 말 수송 복지 가이드라인을 반영했습니다. 전용 차량 13대에 무진동 설비와 냉난방, 자동 환기, 체격별 가변형 칸막이, 실시간 GPS 추적 장치가 들어갔습니다. 차량 한 대 값이 3억 3천만 원에 이릅니다. 고속도로에서는 급가속과 급제동 없이 시속 90㎞ 안팎을 유지하며, 편도 이동은 1시간 30분 남짓 걸리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부경마주협회의 계산은 다릅니다. 왕복으로 3시간 가까이 흔들린 말이 낯선 주로에서 제 기량을 내겠느냐는 반문입니다. 협회는 2025년 3월 정기총회에서 176명 만장일치로 영천 순회경마 거부를 결의했고, 최근 이사회에서 참여 거부를 다시 확인한 뒤 협상 테이블을 떠났습니다. 신우철 회장은 장거리 이동에 따른 스트레스와 주로 적응 실패로 인한 기수·관리사 안전사고 위험에 관해 객관적 검증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쟁점 한국마사회 부경마주협회
이동 시점 경마 당일 왕복 수송 경주 3~4일 전 사전 이동
말 상태 관리 전용 차량 설비와 GPS 모니터링으로 관리 도착 후 컨디션·사료 섭취·부상 점검 시간 필요
사고 대비 국제 기준 반영한 수송 체계 보험과 보상 대책이 부족
자료: 한국마사회 발표 및 경남신문·영남일보 보도 종합, 2026년 7월 기준

 

양측이 대립하는 지점은 수송의 안전성 자체가 아니라 말이 언제 영천에 도착해 있어야 하느냐입니다.

진짜 셈법은 레저세

말의 컨디션만 놓고 벌어진 다툼으로 보기에는 배경이 넓습니다. 마사회는 마권 발매 총액의 10%를 레저세로 지자체에 냅니다. 2025년 기준 부산시와 경상남도가 거둘 것으로 예상된 레저세는 1,096억 원 규모였습니다. 영천에서 일요일 경마가 열리면 부산경남의 경마 횟수가 줄고, 마사회는 두 지역의 레저세가 200억~3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영천 쪽 사정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공모 당시 경북도와 영천시가 마사회에 내건 조건이 30년간 레저세 50% 감면이었습니다. 유치 경쟁에서 이기려고 스스로 세수를 절반 깎은 셈입니다. 그래서 영천에서 경주가 열려도 지역에 들어오는 돈은 절반입니다. 세수를 채우려면 경기 수를 늘려야 하고, 경기 수가 늘면 부산·경남이 잃는 몫은 더 커집니다.

 

순회경마가 잘 굴러갈수록 영남권 전체가 거두는 레저세 총액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파이를 나누는 다툼처럼 보이지만, 파이 자체가 작아집니다. 김병삼 영천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이 임시 방식을 접고 상주형 전환을 앞당기라고 요구하는 배경에도 이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21두로 치른 첫 리허설

7월 18일 오전 10시 30분쯤 부산경남에서 출발한 13.5톤 무진동 특수 수송차량 넉 대가 영천에 닿았습니다. 하마대에서 경주마 21두가 내렸습니다. 경주는 오후 1시부터였습니다. 1,600m와 1,400m, 1,200m 세 차례로, 5두가 뛴 경주 두 번과 11두가 뛴 경주 한 번이 실제 경주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졌습니다. 인력 200여 명이 경주일과 똑같이 움직였고, 인근 주민 50여 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관람대에서 지켜봤습니다. 경주를 마친 말들은 오후 4시쯤 부산경남으로 돌아갔습니다.

 

다만 이날의 규모를 정식 운영과 나란히 놓으면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개장 이후 영천은 1,000m에서 2,000m 사이 8개 종목을 두고 하루 6경주를 치릅니다. 경주당 10~12두, 하루에 움직이는 경주마는 70여 마리입니다. 리허설은 3경주 21두였습니다. 실제 운영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규모로 점검한 셈입니다. 마사회 박종배 차장도 이날의 목적을 수송체계 안전과 운영 시스템의 정상 작동을 확인하는 데 두었다고 밝혔고, 확보한 데이터는 분석 단계에 있습니다.

 

협회가 요구하는 항목은 경주 사흘에서 나흘 전 이동입니다. 당일 수송이 매끄럽게 돌아갔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요구에 답이 되지 않습니다. 검증한 것과 쟁점이 된 것이 같은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혹서기 반복 수송과 100여 마리 동시 관리는 2차 리허설과 개장 이후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제약은 결정권의 위치입니다. 개장일, 시설, 수송 차량, 장려금 설계는 마사회와 지자체가 손댈 수 있는 영역입니다. 반면 말을 출전시킬지는 민간 마주 176명의 결의에 달려 있습니다. 행정이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 위에 개장일이 먼저 얹혀 있는 구조입니다.

영천경마공원, 12주로 여는 첫해

운영 규모를 보면 개장이라는 말의 무게도 달라집니다. 마사회의 2026년 경마시행계획상 영천 경주는 9월 둘째 주부터 12월 첫째 주까지 12주간 72경주로 시범 운영됩니다. 1년 중 넉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입니다. 2027년에 120회, 이후 180회로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첫해에 문을 여는 것과 경마장이 제 기능으로 도는 것은 다른 단계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 차례 리허설에서 나온 수송 데이터의 공개, 기상 악화 시 대응과 부상 책임 소재를 담은 매뉴얼, 부산·경남의 세수 손실을 다룰 재정 조정 장치, 그리고 상주형 2단계의 착공 시점과 투자 규모입니다. 네 가지 모두 개장일 이후에도 유효한 과제입니다.

 

9월 13일에 문이 열린다는 사실과 그날 경주가 성립한다는 사실은 아직 같은 말이 아닙니다. 두 달 사이에 어느 쪽이 먼저 움직여야 이 간극이 좁혀질까요. 마사회가 내놓을 데이터일지, 마주들이 요구하는 사전 이동 조건일지, 아니면 세수 배분을 다시 짜는 지자체 간 합의일지 지켜볼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