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단오, 경산 자인면 계정숲에서 열린 경산자인단오제에서는 왜구를 물리친 자인 지역의 고을 수호신이었던 한 장군과 그의 누이의 충의를 기리고 지역주민들의 무사안일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단오굿인 큰 굿이 열렸습니다.
단옷날 오후내내 몇시간 동안 계속 진행된 큰 굿에는 변덕스런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실제 굿을 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터라 경산자인단오제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도 계속 찾아와 지켜봤는데,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 작두를 타는 모습(작두거리)은 정말 신기하더군요. 작두의 날카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종이와 굵은 실을 작두날에 대어 자르는 모습도 보여주던데, 구경하던 몇몇 분들은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작두에 오를때는 차마 못보겠는지 얼굴을 돌려 눈을 감는 분들도 있더군요.
경산자인단오제에서 이와 같이 큰 규모의 굿을 하는 이유는 경산자인단오제의 유래와 관련이 깊은데, 잠시 경산자인단오제의 유래에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기록과 구전을 종합하면 9세기 전후 신라시대에 왜구들이 자인의 도천산에서 성을 쌓고 기거하면서 주민들을 괴롭히자 한 장군이 그의 누이와 함께 버들 못 뚝에서 꽃관을 쓰고 장정들은 여자로 가장하여 광대들의 풍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이들을 못 뚝으로 유인하여 섬멸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한 장군은 자인 태수(신라때 군의 으뜸 벼슬)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 장군이 죽은 후에 자인 주민들은 그의 충의를 추앙하여 여러 곳에 사당을 세웠고, 고대의 명절인 단오절에 추모 제사를 모신 후 여원무와 배우잡희, 무당굿, 씨름, 그네 등 다채로운 민소놀이로 3~4일을 즐겼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는 자인단오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그럼, 왜구를 물리친 한 장군을 기리는 큰 굿, 한번 구경해보시기 바랍니다.
(큰 굿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작두거리의 경우, 개인에따라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인 의견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굿의 경우 종교적인 색채로인해 우리 사회에서 한동안 금기시하는 경향도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문화의 상대성이 존중받으면서 하나의 전통문화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않나 싶습니다.
여전히 몇몇 특정 종교단체의 경우에는 단오제마저도 미신 행위라며 비판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주류 종교 단체의 오만이라 생각합니다.
갑자기 종교에 대한 이야기로 빠지긴 했습니다만, 어떠한 종교도 믿지 않는 제가 보기에는 종교적 색채가 있는 굿이지만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예술행위라는 측면으로만 봐도 정말 독특하고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민초들의 삶과 고을의 전통,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녹아든 큰 굿,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