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7회째를 맞는 동원컵 전국 유소년축구 왕중왕전이 지난 10월 16일부터 24일까지 대구 강변축구장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동원컵 대회는 유소년 축구선수들이 공부와 축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주말과 공휴일에 지역 리그제로 실시하고 있는 대회로, 이번 대회에는 전국 16개권역별 리그에 참가한 221개 초등학교 팀 중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48개팀이 참가해 16개조 나뉘어 리그전을 펼친 뒤 16강전부터 토너먼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구 강변축구장도 구경할 겸해서 4강전을 보러 나섰는데, 뒤늦게 출발한데다 강변축구장이 외진 곳에 위치한터라 찾느라 헤메는 바람에 겨우 4강전 두번째 경기, 경기 안산 광덕초등학교와 경기 신곡초등학교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의 실력차는 그리 크지 않아 보였지만 경기 신곡초등학교의 일방적인 경기로 진행이 되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경기 안산 광덕초등학교 선수들은 너무 조급하게 공을 처리하는 것이 여유가 부족해 보이더군요. 그러보고니, 여유라는게 개인전술에 대한 자신감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실력차대로 경기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결과는 전 후반 각 1골씩을 기록한 경기 신곡초등학교 선수들의 승리로 끝이 났는데, 경기 안산 광덕초등학교의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더라면 대략 4:0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럼, 동원컵 4강전 경기 안산 광덕초등학교와 경기 신곡초등학교의 경기를 구경해보세요.
아래는 경기 신곡초등학교 버스에 그려져있는 엠블럼인데, 보통 무슨무슨 축구단이라는 이름만 그려져 있는데 비해, 엠블럼까지 그려넣은게 인상깊어 찍어봤습니다.
축구 꿈나무들의 경기를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어린 학생들의 승리에 대한 열망과 화려한 기술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는 없겠죠. ^^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예전과 달리 구타는 볼 수 없었지만 가끔 욕설과 함께 선수들을 나무라는 감독들의 고함은 듣기에 거북했습니다. 감독이 큰소리로 꾸짖을 때면, 경기가 진행중인데도 불구하고 부동자세로 선 채, 감독을 바라보며 힘없이 '예'라고 대답하는 선수들을 볼 때면 안쓰럽더군요.
동원컵 4강전 안산 광덕초등학교와 경기 신곡초등학교의 경기 동영상
개인적으로 야구로 유명한 중학교를 나왔는데, 당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쯤이면 야구방망이를 마구 휘두르며 선수들을 구타하던 감독의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었죠. 그 때와 비교하면 욕설 정도야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즐겁게 축구를 할 나이에 감독에게 욕설을 들을때면 경직되는 선수들을 보며, 저런 경직된 모습이 계속될수록 창의적인 축구를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인지, 골을 넣고도 멋진 골세레모니를 펼쳐보이며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위치로 이동하기에 바빠보이는 모습은 더욱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패한 팀의 선수들이 크게 혼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잠깐 감독의 지시를 받은 뒤 함께 모여 마무리 몸풀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지도자들의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예전과는 달리 말도 잘 듣지않고 영악한 편이라 그런 학생들을 보면 저 스스로도 가끔 화가 날때도 있긴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지도자분들께서는 욕설만이라도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즐겁게 축구를 할 수있도록 좀 더 세심하게 지도를 해주시면 더 좋겠지만 말이죠. ^^;
참고로, 동원컵 결승전은 10월 24일 오후3시 이번 경기의 승리팀인 경기 신곡초등학교와 광주 경양초등학교와의 4강전에 득점없이 비긴 뒤 추첨을 통해 올라 온 경기 광명 광덕초등학교와의 경기가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