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7년생부터 2021년생까지, 제주에 4대가 모여 사는 집이 있다?
- 12살에 물질을 시작해, 어느덧 은퇴한 해녀 할머니가 사는 집
- 건축 프로그램 PD, 손주며느리가 집을 지었다!
- 제주 문화에 맞춰 집을 지은 이곳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전남 고흥, 녹동신항에 도착한 지정우, 서민우 소장. 배를 타고 제주로 떠나는 여정을 통해 비행기가 아닌 배에서만 누릴 수 있는 바다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배에서 바다를 온전히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로 향하는데, 오늘은 제주에서 어떤 집을 만나게 될까?
“이 집은 며느리 손에서 탄생한 집이에요.”
오랜 시간 정성 들여서 쌓은 돌담부터, 물살을 느끼며 물질하는 해녀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탁 트인 바다까지. 제주의 향기가 잔뜩 묻어나는 이곳, 제주도 구좌읍에는 4대가 모여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이 자리 잡고 있다. 한 가족이어도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집 짓기인데, 건축주는 어쩌다 4대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짓게 되었을까?
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가면 추웠던 기억이 떠오른다던 3세대 건축주 남편 박민수 씨. 1세대 박산일-문성인 부부가 남은 시간 동안 따뜻하고 좋은 집에 살다 갈 수 있도록 집을 짓고 싶어 했다. 이들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돈을 모아 집을 짓게 된 3대 가족들. 4대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3세대 며느리이자 건축주 정다히 씨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정다히 씨가 도맡아 집을 짓게 된 이유는 단 하나, 공중파 건축 관련 프로그램의 PD라는 이유에서였다.
동네와 어우러지는 주택을 짓고 싶었던 건축주. ‘제주스러운 집’을 짓기 위해 제주도 토박이 건축가와 함께 집을 짓기 시작했다. 건축주는 집안에서도 바다를 최대한 조망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이에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높이에 따라 바다와 동네 지붕이 다르게 보이도록 설계했다. 또, 행원 바다를 집안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픽스창을 내 평상을 만들었고, 이는 4대 가족들의 소통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다소 투박한 외관이더라도 집안에 들어가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하고자 했던 건축주 부부. 특히, ‘바람’과 ‘습기’에 강한 집을 짓고 싶었던 3세대 건축주 남편 박민수 씨의 의견을 통해 더 따뜻하고 포근한 집이 완성되었다.
또, 옆집에 자리 잡은 숙소와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1층 방 창문을 낮게 달아 사생활을 보호하였고, 2층 지붕으로부터 이어진 선을 이용해 돌담을 쌓아 시야를 차단하였다.
“세대마다 집을 생각하는 가치관과 시야가 달랐어요.”
1세대 시할아버지는 농기구 수납을 위한 창고를 요청하였으며, 2세대 시부모님은 10명 이상 모일 수 있는 넓은 거실을, 3세대 건축주 남편은 연로한 조부모님과 어린 두 아이가 지낼 안전한 집이 완성되기를 바랐다.
세대 차이를 극복해 4대가 모두 만족하는 집을 짓기는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세대마다 살아온 환경도, 취향도 모두 다른 것이 이유였다. 이에 설문지까지 작성하며 모두의 요청 사항을 반영했다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완성한 집이 바로 이곳, 4대를 불러 모으는 주택이다.
3세대 건축주 정다히 씨는 4대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개인 프라이버시를 특히 중요시하였다. 이에 제주만의 특성을 살려 밖거리에는 1세대가, 안거리에는 2세대부터 4세대가 생활할 수 있도록 생활 동선을 분리하였다. 새벽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물질하고, 농사를 짓던 1세대를 위한 손주며느리의 배려와 사랑이 담겨 있다. 이런 건축주의 마음이 느껴졌는지, 이 집을 통해 ‘내가 먼저 양보하고 배려해서 살아가 볼까.’ 생각하게 됐다는 따뜻한 가족들.
세대 간 다름을 인정하여,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가족들의 마음에 더욱 따뜻해지는 이곳, ‘4대를 불러 모으는 집’. 제주의 자연과 맞닿아 더욱 풍부해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4대를 위한 집으로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