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죽기 전에 꼭 한번은 가봐야 한다는 곳, 흑산군도 | 한국기행

엔터로그/다큐멘터리

2024. 2. 26. 17:01

본문

저 멀리 검은 바다 위에 흩뿌려진 보석 같은 섬. 산세와 물빛이 푸르다 못해 검은빛을 띠는 섬. 흑산(黑山)이다.

 

흑산도, 홍도, 대둔도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반짝이는 바다와 거친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활력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곳. 그 섬엔 지금 한발 먼저 찾아온 봄기운이 가득하다.

 

죽기 전에 꼭 한번은 가봐야 한다는 곳, 눈이 부시도록 검푸른 빛을 띤 흑산 바다로 떠나본다.

 

한국기행

1부. 서울 촌놈의 흑산도 가족

매일 아침 바다로 출근 도장을 찍는 사람이 있다. 흑산 바다의 매력에 빠져 흑산도 살이를 선택한 정대화 씨가 그 주인공. 그가 흑산도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에서 군 생활을 하며 위암에 걸렸던 정대화 씨. 암 수술 후 평소 좋아하던 낚시나 실컷 하자며 아내와 아이들은 서울에 남겨둔 채 무작정 흑산도행을 선택했다. 그렇게 매일 같이 푸르른 바다를 바라보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건강도 챙길 수 있었다.

 

남편을 홀로 남겨두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아내 김연순 씨. 7년 전, 아이들이 성인이 되자 서울 생활을 접고 남편을 따라 흑산도로 내려왔다.

 

그렇게 남편 하나만 믿고 시작한 흑산도 살이. 하지만 바다로만 도는 남편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는데. 그럴 때 그녀의 마음을 다잡아 준 건, 가족처럼 정을 주며 곁을 내어준 흑산도 사람들이었다.

 

사시사철 풍성한 먹거리를 내어주는 흑산 바다와 그보다 더 넉넉한 정을 간직한 흑산도 사람들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부부의 정겨운 흑산도 살이를 들여다본다.

 

2부. 홍어가 몰려온다

흑산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뭐니 뭐니해도 홍어다. 흑산도 사람들에겐 소울푸드이자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먹거리다.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 거친 바다로 나서는 배 한 척. 40년 넘게 홍어잡이를 해온 심동열 선장은 만선의 꿈을 한가득 싣고 오늘도 망망대해를 향해 길을 나섰다.

 

한국기행

거친 파도를 가르며 6시간의 항해 끝에 드디어 조업 장소에 도착했다. 미끼가 없는 바늘을 매단 주낙을 바다 깊숙이 던져두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홍어를 낚는 흑산도 전통 방식의 홍어잡이.

 

사흘 전 뿌려놓은 주낙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본격적인 홍어 조업이 시작됐다. 과연 그는 만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홍어는 다니는 길로만 다니기에 선장의 경험이 가장 중요한데. 이번엔 길을 제대로 잡았나 보다. 끌어올리는 주낙마다 홍어가 줄줄이 올라온다.

 

그렇게 쉼 없이 이어진 홍어 조업. 해가 진 다음에야 겨우 짬이 주어졌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즐기는 잠깐의 만찬. 고된 하루의 피로를 풀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거친 파도, 바람과 맞서고 졸음과 싸워가며 바다 위의 삶을 선택한 그들. 집에 두고 온 가족을 떠올리며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만선의 희망을 싣고, 가족과 함께하는 꿈을 싣고 오늘도 바다로 나서는 그들. 홍어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3부. 홍어 3대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뭍으로 빠져나간다는 섬. 하지만 흑산도만큼은 다르다. 4, 50대는 물론 20대 젊은 피의 수혈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 아침 홍어 경매가 이뤄지는 위판장. 그곳에 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3대째 홍어 중매인 일을 잇고 있는 24살 송준석 씨가 떴다. 그리고 그 곁엔 흑산도 최초의 여성 중매인이자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홍어와 함께 살아온 할머니, 김정진 씨가 함께다.

 

한국기행

10년 전 홍어 일에 뛰어든 딸에 이어 20대 쌍둥이 손자 두 명까지 3대가 함께 홍어 일을 하고 있는 김정진 할머니 가족. 그러다 보니 마찰도 끊이질 않는데.

 

경험에 의지해 홍어 일을 하는 할머니와 수량을 예측하고 통계에 의해 일을 하는 손자 준석 씨. 모든 일을 내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할머니와 홍어 손질에도 기계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손자 준헌 씨는 부딪히기만 하면 크고 작은 다툼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다독이며 톡 쏘는 홍어 같은 삶을 꾸려가고 있다.

 

홍어에 인생을 걸고 살아가는 홍어 3대. 그들의 왁자지껄 일상을 들여다본다.

 

4부. 대둔도 할매 밥상 

‘인생은 60부터? 아니 인생은 70부터!‘를 외치며,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마음만큼은 이팔청춘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흑산군도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 있다는 대둔도의 할머니들이 그 주인공!

 

젊은 시절엔 해녀로, 바닷속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왔고 지금은 갯바위에서 각종 조개를 캐며 바다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할머니들!

 

힘들고 고단한 섬살이도 함께 어울려 노래 한 가락 뽑고, 수다 한판 떨고 나면 인생의 시름이 사라진단다.

 

한발 먼저 찾아온 봄맞이를 위해 바다로 나선 할머니들의 손엔 거북손, 삿갓조개가 주렁 주렁! 빼꼼히 얼굴 내민 쑥이며 달래 같은 봄나물까지 가득해졌다.

 

할머니들의 바구니가 풍성해진 김에 마을 잔치가 펼쳐졌다. 70년 손맛을 총동원해 대둔도의 맛을 구현해 내는데! 할머니들의 고단한 삶과 정, 푸근한 손맛이 녹아 있는 대둔도 할매 밥상을 만나본다.

 

5부. 홍도의 빛, 등대

해 질 녘이면 붉은 바닷빛이 반사돼 섬 전체가 붉게 물드는 섬.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홍도다.

 

넘실대는 푸르른 바다와 그 바다를 수놓은 기암괴석.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져 죽기 전 꼭 한번은 가봐야 한다는 섬이다.

 

바람 잘 날 없어 겨울이면 모두 뭍으로 떠난다는 홍도의 겨울. 하지만 홍도 바다의 기암괴석과 홍도의 아름다운 풍경은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명물이 있었으니 바로, 홍도 등대다.

 

항로표지관리소라는 정식 명칭보다 옛 이름이 더 친숙한 등대. 위성이 위치를 알려주는 시대, 더 이상 등대로 길을 찾는 배는 없어졌지만 93년 동안 한 자리에 서서 바다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데!

 

집 떠난 배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서남해 바다를 묵묵히 지켜온 홍도 등대지기의 일상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