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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겪은 대구세계육상대회 황당 사건! 입장권 있어도 개회식 못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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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잔치가 시작됐습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시작된 것이죠. 언론에서는 개회식을 두고 '꿈과 도전이 응축된 행사였다',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이런 일이 다시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하고 엉망진창인 개회식이었습니다.

'개회식 좌석은 지정석!!!'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대구스타디움에 도착했습니다. 실제로는 두시간 전에 도착했었지만, 대공원역에서 자그마한 행사가 있다기에 보러 갔다 돌아온 시각이 정확히 6시 10분이었습니다. 개회식 시작이 7시부터이니 조금 늦게 도착한 편이지만 개회식만은 지정석으로 진행되는 터라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세계적인 대회는 역시 달라'

대구스타디움으로 들어가는 입구마다 길게 줄을 서서 가방 속까지 샅샅이 보안 검색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대회이다보니 철저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안 검색대를 지나 드디어 대구스타디움으로 들어섭니다. 대구 사람이다보니 여러번 들어가본 경기장이지만 왠지모를 기대를 하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성대한 개회식을 기대하며'

통로 곳곳에는 개회식을 장식할 무용수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껏 화려하게 치장을 한 모습을 보니 개회식이 더욱 기대가 되더군요.


'어!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네?!'

매점에서 음료수와 이런저런 먹거리를 구입한 후 물어물어 좌석을 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제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당황해 입장권을 다시 확인해봤지만 제 자리가 맞습니다. 그런데, 제 좌석에 앉아있는 분도 자신의 자리가 맞다고 주장합니다.

어이가 없어 자원봉사자를 찾아 입장권을 건네며 안내를 부탁했습니다. 자원봉사자와 다시 돌아와 확인을 해보니 제 자리에 앉아있던 분도 똑같은 입장권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똑같은 입장권이 발매가 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아 물으니 자원봉사자께서 하시는 말씀이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만 벌써 여러건 이와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입장권이 중복 발매됐다?!'

그럼 어떻하냐고 물으니 자원봉사자도 난감한 표정을 짓더군요. 한참을 고민 후 다른 좌석을 줄테니 자신을 따라 오라고 합니다. 황당했지만 개회식은 봐야하니 따라 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티켓을 관리하는 사무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난감해하긴 마찬가지! 이리저리 컴퓨터로 확인해보지만 이미 매진된 상황이라 자리가 없다는 대답만 반복하며 해결해 줄테니 기다리라고 합니다. 어쩔 수 있나요. 기다릴 수 밖에...

기다리고 있다보니 저와 같은 경우를 당한 관중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해 십여명이 넘는 관중들이 해결책을 요구했습니다. 그 중에는 개회식을 보기위해 미국에서 왔다는 외국인 3명도 있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개회식이 진행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옵니다. 마냥 기다릴 수 는 없기에 몇몇분이 관리자로 보이는 분께 대책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관리자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더욱 화를 치밀게 만듭니다.

'대안이 있나요? 서서보는 수밖에...'

세계적인 대회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황당한 일을 겪은 피해자들의 항의에 돌아온 답변이 기가막힙니다.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패해자들이 화를 내니 또 한마디를 합니다.

'그럼, 대안을 내놔보세요.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러면서 환불이나 보상을 해줄테니 양해해달라고만 합니다. 평생 한번 볼 수 있을까한 대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개회식을 입장권이 있어도 마음편히 볼 수 없는 상황! 황당하고 어이없지만 모든 좌석이 다 찼다니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면 관리자의 답변대로 서서보는 수 밖에...

'입장권이 있어도 내 자리에 앉아서는 볼 수 없는..'

아무런 대책없이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흐르고, 밖에서는 노래소리와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옵니다. 경기도 경기지만 개회식을 보러온 것이니 놓칠 수 없어 안되면 서서보자는 생각으로 나섰습니다. 결국 찾아간 곳은 경기장 맨 위 통로, 그곳에서 서서 한창 진행중인 개회식을 구경했습니다. 원래 좌석은 한국을 대표하는 육상선수인 남자 10종 김건우 선수가 출전하는 높이뛰기 경기장 바로 앞 A석인데, 꼭대기에서 봐야한다니 울화가 치밀더군요.


이렇게는 안돼겠다 싶어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니 막 외국인 3명이 관리자를 따라 사무실을 나서더군요. 그 분들은 그 때까지 전혀 개회식을 못본채 마냥 있었던 것입니다. 관리자께 요청해 그들을 따라 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코치들이 모여있는 구역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앉아서 개회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개회식은 거의 마무리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았을 때가 7시 50분 즈음이었으니 말이죠. 입장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개회식을 거의 보지 못하고 만 것입니다.

'입장권 판매율 96% !?, 아니 100%도 넘어'

조직위에서는 이번 대회를 철저히 준비했다고 자신해왔고, 입장권 판매율도 96%가 넘었다며 자랑을 했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중복 발매로 저를 비롯한 최소 수십명의 피해자가 나왔고, 그 중에는 외국인들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화도 나지만 정말 대구시민으로서 대회를 보기위해 멀리 미국에서 한국까지 찾아 온 외국인들 보기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돈주고 입장권 사면 바보?!'

입장권 중복 발매 외에도 황당했던 일은 몇개 더 있었습니다. 분명 지정된 구역 외에는 이동이 불가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경기장 어디로든 이동이 자유로웠습니다. 실제 원래 제 좌석과 나중에 앉은 선수 좌석은 경기장 반대편에 위치해있었지만 이동하는데 아무런 통제도 없었고 막바지에는 선수단 구역에 어린아이들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이 들어와 관람을 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다면 저렴한 가격의 C석으로 경기장에 들어와 비싼 입장료를 지불한 A석으로 이동해 볼 수 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관중 동원이 의심되는 사례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시작 즈음에는 좌석이 거의 가득 찼었지만 9시 30분 즈음에는 첫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할 수 있는 우사인 볼트의 경기가 남아 있음에도 상당히 많은 빈자리를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똑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있는 분들로 가득했던 구역은 더욱 빈자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겉으로는 성대하고 화려했던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개회식이었지만 실상은 조직위의 운영미숙으로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져버린 것입니다. 앞으로도 대회는 일주일이 남아있습니다. 조직위에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ㆍ감독해야 할 것입니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도 누군가에겐 황당하고 불쾌한 이미지로만 기억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