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는 우간다에서 농민 소득증대와 과학영농을 위한 채소 종자개발 시범재배단지를 21일(현지시간) 착공한다고 밝혔다.
이번 착공은 우간다 최초의 토종 채소종자 개발을 목표로 하는 <우간다 주요 채소작물 종자 가치사슬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사업은 2022년 8월 착수식을 가졌으며, 그간 준비과정을 거쳐 이날 시범재배단지 공사가 첫 삽을 떴다.
※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우간다는 인구 4,700만명으로, 국토면적이 남한의 2.4배에 달하나, 경제활동인구 80%가 농업에 종사하며 연간 평균소득이 $1,000(약 130만원. 2021년 IMF 추계)인 최빈국이다. 한국과는 1963년 수교해 올해 60주년을 맞았으며 코이카 우간다사무소는 2010년 개소했다.
우간다는 경제인구 다수가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체계적인 영농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소득향상에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대표적인 문제점이 농산물 종자(씨앗)에 대한 국가관리체계의 부실이다. 농민들은 종자 종류를 모른 채로 심고, 수확물의 특성을 알지 못하며 재배하는 동안 필요한 생육환경이나 취약한 병충해도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고구마를 심는데 호박고구마인지, 밤고구마인지조차 모른 채로 심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농산물의 품질관리가 되지 못하고 소출도 높지 못하며 좋은 가격으로 팔지 못하게 되니 농민의 고소득으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특히 우간다 사람들이 즐겨찾는 토마토·양파·양배추·고추·나카티(우간다인이 많이 먹는 나물류) 채소 5종에 대해서는 토종 종자의 등록조차 되어있지 못하다. 우간다 정부에 등록·인증된 토종씨앗이 없으니 사고 싶어도 살 수도 없다.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거나 중간상이 주는 대로 ‘종류를 모른 채’ 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토마토를 기르는 우간다 농민은 연간 2,546kg을 수확해 2,356,000우간다실링(약 $600, 78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한국의 방울토마토 1kg 가격(5,000원 내외)을 대입하면 2,500kg에 1,200만원이 넘으니 우간다 농민이 얼마나 헐값에 토마토를 팔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양파($285), 양배추($265), 고추($230), 나카티($157) 재배농가의 소득은 더 형편없다. <출처-2022년 KOICA 기초선 조사>
적지 않은 수확량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낮은 것은 품종의 특성을 모르고 품질관리가 되지 않으니 높은 값을 받고 시장에 팔 수가 없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수확물의 절반(49.3%)을 자기 집에서 팔았고, 나머지는 지역상점에 넘겼으며 집하장이나 협동조합을 통해 제대로 판매한 경우는 2.0%에 불과했다. 품종과 가격을 제대로 협상하지 못한 채 중개상에게 넘긴다는 비율이 70.7%에 달했다.
우간다 농민들은 인증종자를 사용해 본 경험이 다수 있지만 안정적으로 제때 인증종자를 구입해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인증종자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비싸고 구하기 어려우니 중간상이 주는 대로 종류도 모른 채 파종, 재배, 판매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코이카는 <우간다 주요 채소작물 종자 가치사슬 강화사업>을 시작해 채소작물 5종(토마토·양파·양배추·고추·나카티)에 대한 우간다 토종 종자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우간다에 퍼져 있는 채소 5종의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분석한 뒤 선별육종(育種, breeding)해 각 채소마다 1개 이상의 토종 우간다 종자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우간다 주요 채소작물의 토종 종자가 최초로 개발된다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 체계적인 국가차원의 종자보급과 관리가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외국 종자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종자인증과 품종보호권을 관리하는 우간다 국가종자검사소(NSL)는 국제종자검정협회(ISTA)의 국제인증까지 받을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간다 농산물이 수출됨으로써 국제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을 높이며 우간다 채소종자의 국제 품종보호권을 확보하는 장치도 될 수 있다. 또 우간다 국가종자검사소 등 종자 관련 기관과 종사자들의 역량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종자의 개발을 통해 ‘종자생산-종자보급-파종-재배-수확-판매’라는 전 과정을 갖춤으로써 농산물 생산의 체계화․과학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 <우간다 주요 채소작물 종자 가치사슬 강화사업>이 갖는 특징이다. 코이카는 이러한 체계화․과학화를 통해 작물별 생산성이 최소 30% 이상 늘어날 것이며 이는 자연스레 농민의 소득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신품종이 전국 단위로 보급․관리된다면 소득증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생존경제→시장경제’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우간다 정부의 범국가 농촌개발 캠페인(PDM:Parish Development Model)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간다 정부는 보릿고개처럼 한 해 농사지어 다음 해 추수까지 버티는 ‘생존경제’를 탈피하고 소득작물 재배를 통한 ‘시장경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우간다 토종 채소종자 개발 연구 및 시범재배를 위한 단지 조성 공사가 21일 착공한다. 시범재배단지는 각자 전문영역별 특성에 맞춰 우간다 국가 작물자원연구소(NaCRRI), 국가종자검사소(NSL), 무코노 지역 농업연구소(MUZARDI), 루웨로 지역(Luwero District) 4곳에 설치되며 총 3.8헥타르(약 11,500평) 규모다. 각 재배단지마다 시험용 재배온실과 저수조, 관정, 시범재배포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1년간의 공사를 거쳐 시범재배단지가 완공되면 채소별 생육 특성 조사와 검증을 거쳐 ‘우량계통’을 확보하게 된다. ‘계통’이란 유전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성격을 가진 집단을 말하며 ‘우량계통’이란 소출이 많거나 기후에 잘 견디고 병충해에 강한 특성을 가진 종자를 지칭한다. 우량계통 중에서도 상품성이 우수한 계통을 선발하여 신품종을 만들고 종자를 대량 생산해 각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소득증대를 꾀하게 된다. 시범재배단지는 일반 농가대상의 교육장 역할로도 쓰일 예정이다.
한편 4곳의 시범재배단지에는 길이 25m, 폭 7m인 온실 총 33개동이 건설되는데 모든 온실 자재는 품질보증을 위해 한국산업표준(KIS)을 준수한 한국산 제품으로 납품된다. 온실 디자인과 건축공법 역시 한국형을 따랐다. 온실이 생소한 아프리카에 검증된 한국형 온실이 대량 보급됨으로써 향후 한국 온실 기술과 자재 진출의 마중물 역할도 점쳐진다.
안지희 코이카 우간다 사무소장은 “우량종자 확보와 보급은 농민소득 증대의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한국의 도움으로 우간다 토종 채소종자가 최초로 개발되고 전국 규모로 보급돼 소득증대로 이어진다면 코이카 농촌개발 협력사업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착수식을 가진 이 사업은 2029년 최종완료하고 성과물을 우간다 정부로 이양하는 것이 목표다.
By Korean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