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서쪽 대서양 바다에 흩뿌려진 보석 같은 화산섬, 카나리아 제도! 우리에겐 낯선 섬이지만, 유럽인들에겐 꿈의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날마다 흥겨운 축제가 열리는 테네리페! 다른 행성에 온 듯 착각을 일으키는 검은 화산 섬, 란사로테! 관체족(Guanches)의 역사가 깃든 그란카나리아! 유서 깊은 전통이 이어지는 섬, 푸에르테벤투라! 대항해 시대 콜럼버스의 기항지 라고메라!
이색적인 풍경과 신선한 즐거움이 가득한 카나리아 제도로 스페인 예술 도슨트 권승완과 함께 떠나보자!
온화한 기후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연을 간직하고 카나리아제도의 가장 큰 섬, 테네리페(Tenerife)에서 시작된 첫 여정. 이곳은 경이로운 자연 풍광은 물론 다채로운 축제를 즐길 수 있어 여행자에게 인기가 가장 많은 섬이다.
매년 5월 3일은 산타크루스데테네리페(Santa Cruz de Tenerife) 도시 건설 기념일을 축하해 열리는 십자가 축제(Fiesta de la Cruces)로 꽃과 과일로 꾸민 십자가들이 거리를 수놓는다. 해 질 녁, 전통 복장을 한 주민들이 음식과 와인을 준비해 모여드는 축제장에 들어가는 데 제작진을 가로막는 사람들!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는 입장료 대신 특별한 옷을 입어야 한다고. 급히 전통 복장을 구입해 축제장에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노래와 춤을 즐기며 낭만적인 테네리페 섬의 축제에 흠뻑 젖어본다.
다음 날 테네리페의 특별한 커피 명소로 향해 레몬 조각, 에스프레소, 연유, 우유 거품, 약간의 술을 곁들인 바라키토(Barraquito)커피를 맛본다. 이 특별한 커피는 단골 손님의 레시피로 탄생해 지금은 테네리페 사람들의 국민 음료가 됐다. 달콤 쌉싸름한 커피의 향에 취하고,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취해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품고 있는 테이데국립공원(Teide National Park)으로 간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테네리페섬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데 회색빛 화산석 속에서 발견한 보라색 꽃 테이데바이올렛(Teide violet)!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 같은 척박한 환경을 뚫고 자란 위대한 생명력에 절로 마음이 경건해진다.
화산 폭발로 파괴됐던 마을에서 관광 명소로 변화한 가라치코(Garachico)의 천연 바다수영장 엘칼레톤(El Caletón)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해본다.
란사로테(Lanzarote)는 1730년 화산 폭발로 완전히 새로운 섬이 된 화산섬이다. 지금도 살아 숨 쉬는 화산 지형을 만날 수 있는 티만파야국립공원(Timanfaya National Park). 바닥 구멍에 물을 부으면 솟구쳐 오르는 물기둥과 80도에 달하는 화산쇄설물에 손을 댔다 깜짝 놀라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여행객의 흥미를 돋운다. 국립공원의 거친 표면을 날 것 그대로 느끼며 마치 낯선 행성을 탐험하는 듯한 특별한 기분을 만끽한다.
화산의 뜨거운 지열만으로 구워낸 바비큐는 이곳만의 별미! 기름을 쏙 빼낸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국립공원 남쪽, 거대한 현무암 절벽을 향해 몰아치는 파도와 하얀 물거품이 이는 태곳적 모습을 간직한 로스에르비데도스(Los Hervideros)에서 인간을 휘감는 자연의 위대함을 목도한다.
란사로테 출신 예술가 세자르 만리케(César Manrique)가 디자인한 미라도르델리오(Mirador del Río)를 찾아 숨을 멎게 하는 란사로테의 압도적인 풍경을 감상해본다. 란사로테의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반원형 밭 라헤리아(La Geria)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데 품질 좋은 와인 재료인 명품 포도밭이다. 수분을 머금은 비옥한 화산재와 현무암으로 낮게 담을 쌓아 바람을 피해 만든 라헤리아에서 자연을 이용한 이곳 주민들의 지혜를 엿본다.
대를 이어 카나리아 전통 와인 제조법을 고수하고 있는 주민 집에 초대받아 포도밭도 구경하고, 정갈한 가정식과 와인을 함께한다. 세자르 만리케가 디자인한 하메오스델아구아(Jameos del Agua)을 찾아, 용암 동굴레스토랑, 카페, 공연장을 둘러보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카나리아 제도에 뿌리내린 관체족(Guanches)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섬,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 해발 600m, 모로 벨로사 전망대(Mirador Morro Velosa)에 세워져 있는 관체족의 청동 거인상을 찾아 한때 섬을 지배했던 이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지금은 섬에서 사라졌지만 그들의 문화는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섬의 특산품인 마호레로 치즈(Queso Majorero) 제조 공장을 찾는다. 시간에 맞춰 착유기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번호에 맞춰 자리를 찾아가는 염소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염소유 짜는 과정과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세계적인 치즈의 맛을 음미해본다. 또 다른 관체족의 섬, 그란카나리아(Gran Canaria)로 걸음을 옮긴다. ‘물의 마을’이라 불리는 마을, 피르가스(Firgas). 천연 생수가 샘솟는 마을의 명소는 다름 아닌 계단식 폭포다.
마을 건설 5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아름다운 계단 폭포를 따라 걸어보고, 마을을 대표하는 먹거리 ‘물냉이’를 찾아 나선다. 최근 물이 부족해지고 농사를 하는 젊은이들이 부족해져 물냉이 재배지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 물냉이 재배를 하고 있는 농부 휘델 씨를 어렵사리 만나, 갓 수확한 물냉이로 만든 샌드위치를 맛본다. 그란카나리아는 곳곳에 관체족의 흔적이 가득한 섬이다. 섬에 부는 강한 바람을 피해 동굴을 찾아 들어가 살았던 관체족. 요새를 떠올리게 하는 동굴 유적지, 쿠에바스델레이(Cuevas Del Rey)를 찾아 동굴 속을 거닐며 그들의 삶을 상상해본다.
동굴에서 내려와 섬의 비경을 만나러 간다. 에메랄드빛 바다 곁에 황금빛 모래 언덕이 자리한 마스팔로마스(Maspalomas).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만든 사구 위를 거닐며 이제는 사라져버린 섬의 주인, 관체족을 떠올려본다.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는 카나리아제도에서 아프리카 대륙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건조한 사막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섬이다. 그래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풍경들이 많다. 최근 SNS상에서 인기를 끌었던 섬의 핫 플레이스 ‘팝콘 해변’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해변을 가득 채운 팝콘의 정체는 로돌리스(Rhodoliths)라는 홍조류. 갓 튀겨낸 팝콘처럼 동글동글 귀여운 홍조류를 손에 가득 올리고 인증샷을 남겨본다.
바람이 많은 푸에르테벤투라의 특별한 명소 라 몰리나 데 라 아소마다(La Molina de La Asomada)로 향한다. 카나리아제도에서 가장 오래된 방앗간 중 하나인 이곳은 전통 방식으로 고피오(Gofio)를 빻아주고 있다. 관체족의 주식이었던 고피오는 구운 곡물을 가루로 만든 것으로, 카나리아제도 사람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우리의 ‘밥’과 같은 식자재다.
1876년에 만들어진 풍차는 손이 많이 가지만 기능은 문제없다며 자랑스레 말하는 방앗간 주인 프란시스코 카브레라씨.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온몸으로 확인하고, 풍차의 방향을 조정한다. 6개의 돛을 일일이 펼치고 바람의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풍차를 조정하는 데에 걸린 시간만 2시간! 번거로움을 감내하고 전통을 고수하는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대항해 시대 콜럼버스가 기항지로 삼았던 라고메라(La Gomera)로 이동한다. 항해를 떠나기 전 콜럼버스가 찾았던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án)마을을 찾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배를 타고 가야만 볼 수 있다는 절경, 로스 오르가노스(Los Órganos)를 찾아 나선다. 용암이 바다를 만나 빠르게 식으며 형성된 폭 200m, 높이 80m의 주상 절리로 거대한 규모가 탄성을 자아낸다. 바다와 바람이 만나 대자연의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는 장관을 감상한다.
다시 노을이 물들기 시작한 시내로 돌아와 전통 음식을 음미하며 특별한 즐거움이 가득했던 카나리아제도에서의 여정을 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