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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허그 보다 못한 시국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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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는 MB독재반대대구비상시국회의, 민주당대구시당, 민주노동당대구시당, 창조한국당대구시당의 주최로 민생민주 대구시국대회가 열렸습니다.

주최측에서는 'MB독재 OUT, MB빼고 다 모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언론악법, 4대강 사업, 용산참사 등 굵직한 이슈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소위 '민주광장'이라 이름붙인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시국대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지만 그 곳을 지나치며 제가 받은 느낌은 MB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OUT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른 일정을 마치고 잠깐의 여유가 생겨 일부러 시국대회가 열린 대구백화점 앞 광장을 찾아갔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3시 30분 정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동성로 일대는 젊은분들로 더욱 붐볐습니다. 광장 한켠에는 (이미 여러차례 그 곳에서 본 적이 있는) 민주노동당에서 마련한 부스에서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제정 서명운동이 진행중이었고, 무대에서는 사회자로 보이는 분이 이런저런 말씀을 하고 계시더군요.

그런데, 제가 삐딱해서인지 몰라도 제가 느끼기에는 시국대회장을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가로막고 있는 듯, 아니 그곳은 같은 땅이면서도 왠지 따로 떨어져있는 섬과 같았습니다. 시국대회에 참가해 자리잡고 앉아있는 분들과는 달리 '또 무슨 정치집회라도 하는가보다'하며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시민들의 모습이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지자체나 관공서에서 마련한 ○○발대식 행사같이 아무도 관심가져 주는 이 없는 그런 행사같이 말이죠.

이런저런 구호가 적힌 깃발들을 높이 치켜들고 확성기로 크게 외쳐대고는 있지만,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의 시끄러운 소음에 묻혀버리고 마는 시국대회의 모습은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대체 그들은 왜 그곳에서 시국대회를 개최한 것일까요?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젊은층으로 붐비는 그곳에서 맨땅에 자리깔고 앉아 깃발들고 구호외치는 구태의연한 정치집회의 모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시국대회를 보며 그곳을 지나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요?

30대에서 40대의 화이트칼라 계층이 많은 곳이었다면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곳은 대부분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는 점입니다. 그렇지않아도 정치에 관심이 없는 그들이 구태의연한 정치집회의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볼리 만무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시국대회장을 지나는 시간에 마침 광장 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남녀 몇분이 프리허그를 하고 계셨습니다. 인파에 밀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조금은 마케팅적인 목적이 느껴지는 프리허그였는데, 수많은 분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지켜보는 모습이 앞서 시국대회장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민생민주 시국대회 vs 프리허그

10대에서 30대의 젊은층이 많은 대구 최대 번화가, 같은 장소에서 연출된 두개의 다른 장면.

시국대회에 무관심한 그들을 욕하시겠습니까? 저는 반대로 시국대회 주최측을 비난하겠습니다. 프리허그를 진행한 분들이 오히려 시국대회 주최측보다 그 장소를 찾는 분들에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국대회마련을 위해 주최측이 지출한 비용으로 구태의연한 정치집회가 아닌 다른 시도를 할 수는 없었을까요?

최근 정치단체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기존의 선전전(?)의 한계를 느끼고 블로그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주목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와같이 오프라인에서도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할 수는 없을까란 의문이 든다는 것입니다.

프리허그를 진행한 분들처럼 '(MB빼고) 프리허그'와 같은 피켓을 들고 정치선전을 하거나 플래시몹형태의 퍼포먼스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고, 그곳을 찾는 이들의 성향에 맞는 정치선전이 가능하지 않을까란 말입니다.

짧은 순간 지나치며 마주했을 뿐이지만, 주최측에서는 시국대회를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어 함께 하기보다는 오히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지역 범야권이 공조하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각 당의 대구시당 위원장들끼리 만나 이야기 나누면 될 것을 거창하게 시국대회를 여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시국대회에 들어간 비용으로 차라리 지역 범야권이 공조해서 지역 대학캠퍼스마다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제정 서명운동 부스를 마련해 지속적으로 서명을 받는 게 보다 건설적이지 않았을까요?)

시국대회와 같은 정치집회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목적을 가지고, 장소와 그곳을 찾는 이들의 성향에 맞는 적절한 집회를 하라는 것입니다. 비용은 비용대로 써가며 아무도 관심가져주는 이 없는, 구태의연한 그들만의 집회는 어떠한 긍정적인 반향도 일으키지 못할 것이란 말입니다.

덧) 이웃 블로그 중에 시국대회에 참가한 분도 계시고, 직접 준비에 관여한 분도 계시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느낀 점을 적은 것이니 양해해 주시리리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