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배달 앱을 열면 익숙한 치킨 간판이 줄줄이 뜹니다. 그 이름표를 하나씩 뒤집어 보면 출발점이 대구·경북 한 곳으로 자주 모입니다. 대구 치킨 프랜차이즈의 계보를 따라가 보면, '치킨의 성지'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대구가 치킨 도시가 된 배경에는 닭이 싸고 흔했다는 조건이 깔려 있습니다. 1970~80년대 대구와 인근 칠곡·의성 일대에는 큰 양계 단지가 들어섰고, 도계장과 사료 공장이 가까이 모였습니다. 닭고기를 전국에서 가장 싸게,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여름 더위도 한몫했습니다. 분지 지형인 대구는 여름 기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대프리카'라 불립니다. 무더운 밤, 시원한 맥주와 값싼 닭 요리가 자연스럽게 붙으면서 치맥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2013년 시작한 대구치맥페스티벌은 그 열기를 축제로 굳힌 자리입니다.

대구가 K-치킨의 뿌리로 불리는 데는 더 구체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한국식 치킨의 두 축인 양념과 간장이 모두 이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양념치킨은 1985년 대구 계성통닭(맥시칸치킨의 전신)에서, 간장치킨은 그보다 앞선 1978년 대구통닭에서 첫 모양을 잡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붙는 '원조'라는 말은 생각보다 여러 겹입니다. 교촌치킨은 간장 소스를 처음 만든 곳이라기보다, 붓으로 소스를 발라 얇고 바삭한 간장치킨을 전국에 퍼뜨린 주역입니다. 멕시카나 역시 양념치킨을 처음 낸 곳은 아니지만, 1세대 브랜드로 대중화에 힘을 보탰습니다. '두 마리'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순살'은 땅땅치킨이 각자의 이름표로 내겁니다.
| 브랜드 | 창업 | 시작 지역 | 대표 포지셔닝 |
|---|---|---|---|
| 교촌치킨 | 1991년 | 경북 구미 | 간장 소스 대중화 |
| 멕시카나 | 1989년 | 대구 | 1세대 양념치킨 |
| 호식이두마리치킨 | 1999년 | 대구 달성 | 한 마리 값에 두 마리 |
| 땅땅치킨 | 2004년 | 대구 | 순살·오븐구이 |
| 자료: 각 사 공식 연혁·언론 보도 종합, 2026년 확인 기준 | |||
교촌치킨, 멕시카나, 호식이두라미치킨, 땅땅치킨 브랜드 모두 198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사이 대구·경북에서 문을 열었고, 저마다 다른 한 가지를 자기 색으로 삼아 성장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짚어둘 만합니다. 대구·경북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전국을 제패한 건 아닙니다. 교촌은 2014년 이후 국내 매출 최상위권을 이어온 전국 브랜드로 컸습니다. 반면 호식이두마리치킨은 2016년 1,000호점을 세우며 정점을 찍은 뒤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땅땅치킨은 '전국구'라는 수식이 자주 붙지만, 실제 무게중심은 여전히 영남권입니다. 공식 안내 기준 가맹점은 180곳 안팎으로, 수도권 곳곳에서 만나기는 아직 쉽지 않습니다. 같은 고향에서 출발해도 전국 시장 성적표는 브랜드마다 크게 갈립니다. '대구·경북산'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묶기엔, 그다음 이야기가 저마다 다릅니다.
다음에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할 때, 익숙한 대구 치킨 프랜차이즈 간판을 한번 뒤집어 보면 어떨까요. 그 이름이 어떤 '원조'를 자처하는지, 그리고 그 원조가 정말 처음이 맞는지. 간판 뒤에 숨은 계보를 따라가 보면, 오늘 저녁 치킨이 조금 다르게 읽힐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