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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된 느티나무가 지켜주는 도심 속 마을 - 범물동 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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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범물동 주택가 사이 좁은 골목길 한켠에는 둘레 3m, 높이 15m에 이르는 인근 건물 높이와 비슷할 정도로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안내문과 오래된 비석 하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200년이 넘은 보호수라고 적혀있고, 비석에는 어렵기만한 한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만한 곳인데, 도심 골목길 한켠에 이렇게 크고, 오래된 느티나무와 비석이 자리하고 있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가만히 보면 인근 건물들이 느티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범상치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그곳에서 마을의 액운을 쫓고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당제가 열렸습니다. 범물동 당제는 예전부터 자연부락이었던 범물동 주민들이 매년 지내오다 지난 1980년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립으로 인해 중단됐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고유 전통문화가 점점 잊혀져 버리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범물동 어르신들이 후손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려주고, 남겨주고자 2004년부터 당제를 다시 지내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의 바람이 통했을까, 200년 넘게 마을을 지켜준 느티나무에게 다시한번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제가 열린 날에는 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함께 자리를 해주었습니다.


범물동 당제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자리입니다만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성주배씨의 효행을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한 것입니다. 성주배씨는 조선시대 '효부'이자 '열녀'로 칭송받았던 인물로 앞서 보여드린 비석은 바로 성주배씨를 기리는 비인 것입니다.

성주배씨는 남편이 이름모를 병에 걸려 자리에 눕게 되자 백방으로 치료를 했으나 남편의 병세는 악화되기만 했다고 합니다. 보다못한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흐르는 선혈을 남편의 입안으로 떨어뜨려 원기를 회복시켰으나, 남편은 4일만에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남편이 떠난 후에도 80이 넘은 시어머니를 극진한 효성으로 모시다 시어머니마저 세상을 뜨자 3년동안의 시묘를 다한 후 남편의 제삿날에 제사를 지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훗날 배씨부인의 효행을 알게 된 조정은 정려(충신,열녀,효자등을 기리기 위해 그 마을에 세워준 문)를 내렸다고 합니다.


도심 속 마을 골목길 한켠에 자리한 느티나무와 비석에는 마을의 역사와 가슴아프지만 뜻깊은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던 것입니다. 잊혀졌던 당제를 마을 어르신들이 다시 지내기 시작하셨던 이유는 아마도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후손들에게 전해주고자 하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