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R리그(Reserve-League), 대구 vs 제주

대구 구석구석/스포츠

2011. 3. 11. 07:34

본문

지난 주 프로축구 K리그가 화려한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전국 8개 구장에서 펼쳐진 경기에 무려 20여만명에 달하는 관객이 경기장을 찾아 화끈한 골잔치를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K리그와는 대조적으로 응원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그들만의 리그'가 10일 개막해 7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R리그'!

꿈을 쫓는 이들의 리그, R리그!

이름도 생소한 R리그는 원래 2군리그라고 불렸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2군 선수들이 1군 출전에 대비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K리그 각 팀들은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며 원활한 선수 공급의 장으로 2군 리그를 활용하는데 착안, 2군 리그라는 명칭 대신 '준비, 예비' 등의 의미를 담아 2009년부터 '리저브리그(Reserve-League)'로 새롭게 이름 지어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10일 전국 7개 구장에서 2011 R리그 개막 경기가 열렸는데, 대구에서도 대구와 제주의 경기가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열려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햇볕은 따뜻했지만 바람은 쌀쌀했던 오후 2시, 관객이라고는 산책하던 시민 몇 명과 열성팬 몇 명이 전부인 보조경기장에서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보조경기장에서 열린터라 선수들이 뛰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겠지만, 거친 숨소리와 서로를 독려하는 외침, 지시를 내리는 감독의 목소리까지, 그들을 응원하는 관객들에게는 그 어떤 축구전용구장보다 관전하기 좋아 보였습니다.

지난해 R리그에서 단 1승만을 거둔 대구FC지만, 시종일관 제주를 몰아부치며 우세한 경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전반 17분, 박종진 선수의 패스를 받은 이성민 선수가 수비수 사이로 찬 슈팅이 제주의 골망을 흔듭니다.


한 쪽은 환호하고, 다른 한 쪽은 고개를 떨구지만 그래도 경기는 계속됩니다. 선수들의 몸싸움은 거칠어져 가고, 심판은 더욱 분주해집니다. 그리고, 벤치의 열기도 더해져만 갑니다.


돌파하려는 선수와 막으려는 선수의 몸싸움과 머리싸움이 치열해져 갈 수록 보는 이들 또한 그라운드에서 뛰는 마냥 흥분에 빠집니다.


심판의 휘슬과 함께 전반전이 끝납니다. 스코어는 1 대 0, 대구FC의 우세속에 간간이 제주의 반격이 이어졌지만, 탄탄한 대구FC 수비진에게 막히며 별다른 소득을 얻지는 못합니다. 대구FC 또한 첫 골을 일찍 터뜨리며, 계속해서 제주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2% 부족한 마무리로 더 이상의 득점을 올리지는 못하며 전반전을 마칩니다.


후반전...경기는 다시 시작됩니다.


거친 몸싸움과 태클에 넘어지기도 하지만 다시금 일어나 달립니다. 자그마한 축구공 하나를 두고 두 팀의 공방은 계속됩니다.


후반전 또한 전반전과 비슷하게 대구FC가 우세한 경기를 보여줍니다. 한 점이라도 넣기위해 제주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보지만 그럴때마다 번번이 대구FC 수비진에게 막히며 오히려 역습을 허용합니다.

답답해진 제주의 벤치는 용병 선수에게 좀 더 앞으로 나가 공격할 것을 주문하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지 제주 선수 한명을 불러 다시 지시를 내립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답변이 옆에서 지켜보던 저의 웃음을 터뜨립니다. "말을 안들어요!"

그렇게 후반전도 끝이 납니다. 결과는 이성민 선수가 전반에 넣은 한 골이 결승골이 되어 1 대 0 대구의 승리! 지난해 단 한차례 밖에 승을 거두었을 뿐이지만, 올해는 출발이 좋습니다. 어쩌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우수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야만 한다는 위기감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시종일관 제주를 몰아부친 대구FC의 경기력 만큼이나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얼마전 수비강화를 위해 영입한 유경렬 선수를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날 경기에서도 대구FC의 수비를 컨트롤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지능적인 수비로 국가대표팀에도 자주 모습을 보였던 유경렬 선수가 작년 최다실점을 기록한 대구FC의 수비력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볼거리! 바로 선수들의 연습장면입니다. 코치의 구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이는 모습도 흥미로웠지만, 새로 영입된 외국인 선수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몇 시즌동안 불미스런 사건 등으로 인해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인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었는데, 올시즌 외국인 선수 트리오가 어떤 활약을 펼쳐줄 지 기대됩니다.

R리그, 언론으로부터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만 꿈의 리그! K리그에서 뛰는 날을 기대하며 투지를 불태우는 젊은 선수들의 열정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축구리그입니다. R리그에서 꿈을 쫓는 그들의 뜨거운 심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R리그 경기일정은 각 구단 홈페이지K리그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덧붙여, 오는 13일(일) 오후 3시 대구시민운동장에서 누군가에게는 꿈의 리그인 K리그, 대구와 강원의 경기가 열립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